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솔 Dec 20. 2023

눈과 독감이 함께 왔다

코로나만큼 무서운 독감

 첫째가 금요일에 B형 독감 판정을 받았다. 평소보다 피곤해 보인 게 다였는데 갑자기 열이 심하게 오르더니 숨쉬기가 힘들다며 엉엉 울고 통증을 호소했다.


 이 독감이란 것이 무서운 게, 첫째가 생애 처음 수액을 맞고 병실에 머무는 경험을 하게 하였다. 주삿바늘이 몸에 들어올 때 꾹 잘 참으면 한 번에 끝날 수 있다고 약속했는데.. 세 번 네 번 반복되었을 때 주사에 대한 아픔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어쩔 수 없음"에 대한 배신감이 더 커 보였다.

 

 토한다는 것도 처음 체감한 것인지 위에서 무언가가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 두려운 모양이었다. 이후 단순한 기침이나 트름조차 토로 착각하여 모두 화장실에서 처리하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모든 경험이 상처가 아니라 훈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본인은 씩씩한 어린이라 잘 나을 거라고- 주사도 어쩔 수 없으면 다시 맞을 거란다. (솔직히 맞아본 주사가 못 만나본 망태 할아버지보다 덜 무섭다고..)




 예방접종 덕을 제대로 본건 나뿐. 무증상 둘째도 혹시 모른다며 독감 약을 복용 중이다. "2일간은 절대 혼자 두지 말라"는 이야기로 시작된, 무서운 설명의 부작용이 의심되는 독감약을 말이다.

 

 형아와 엄마가 병원에 있던 밤, 둘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엄마를 그려가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림 속엔 엄마 옷의 단추도 잊지 않았다. 깜깜한 밤이 되고 잠이 올 때면 엄마와 단추를 유난히 좋아하는 둘째인데.. 아픈 형아 위해 그림으로 대신하고 눈물로 잠이 들었단다.




 신랑도 결국 16일 토요일 오전 병원에 다녀왔고... 결국 네 식구는 예쁜 눈이 오는 이 겨울날 눈 한번 밟아보지 못하고 칩거 중이다.


2023년 12월 16일 토요일, 올겨울 유난히 반가운 눈을 눈에만 담기 아까웠던 날에

작가의 이전글 또라이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