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집에서 찾은 삶을 기록하는 도도잇입니다

나답게, 다시 빚어가는 삶

by 도도잇


나의 어린 시절

(ft. 너무 힘들었지만, 너무 감사했던 시간)

저는 어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시골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자랐어요.

두 분은 사랑으로 저를 키워주셨지만 부모님의 빈자리는 평생의 결핍으로 남더라고요.

학교까지 가려면 어린아이 걸음으로 한 시간이 걸리는 시골에서 책은 제게 유일한 친구였어요. 돌아보니 책은 현실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동굴이었습니다. 책을 많이 읽다 보니 백일장 상은 늘 제 차지였고, 선생님들께도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어린 손녀가 받아온 상장을 한쪽 벽에 가득 붙여두고 집에 오는 사람마다 자랑하시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해요.



겨울이면 군불을 떼야하는 방에서 자는 손녀가 추위에 떨까 봐 모두가 잠든 새벽에도 나와 불을 떼주시던 그 사랑 덕분에 경제적으로 궁핍했을지는 몰라도 마음만큼은 따뜻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했던 저는 사춘기가 심하게 와서 공부와 담을 쌓고 살았어요.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 코피를 쏟을 만큼 열심히 공부했고, 결국 상위권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부모님의 양육비 지원은 없었고, 어려운 형편 속에서 저는 고등학교 졸업 한 달 전에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대학 캠퍼스를 꿈꾸던 그 시간에 저는 조금 이르게, 세상에 나왔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은 지독한 결핍의 시간이었지만,

제 삶의 가장 단단한 뿌리가 되었습니다.





나의 20대

(ft. 버티고 버티며 내 삶을 만들어가던 시간)

첫 직장생활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제가 처음 취업했던 곳은 통신사 개통실이었어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공부만 해왔던 터라 컴퓨터를 제대로 다뤄본 경험이 없던 저는 언니들의 텃세와 꾸지람 속에서 서러움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이를 악물고 버텼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입사 6개월 만에 사장님께 가장 신뢰받는 직원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공부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늘 남아 있어서, 틈틈이 공부하며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을 꾸준히 따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생활 하면서 자취 생활도 함께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집 꾸미기와 살림에 대한 애정이 생긴 것 같아요.

내가 머무는 공간을 내 손으로 정리하고 가꾸는 일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비혼주의자였던 저는 우연히 남편을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제 나이 26살이었습니다. 인연은 정말 그렇게 갑자기 찾아오는 게 맞나 봐요. 평생 마음 붙일 곳 없이 살던 저에게 남편과 함께 이룬 가정은 그 어느 곳보다 따뜻한 공간이었고, 내 손길 하나하나 닿아 보듬어지는 내 살림이 참 좋았습니다.

결혼 5년 만에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임신중독으로 미숙아 출산을 했고, 출산 후유증도 심했습니다. 아들이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시어머님이 뇌출혈로 쓰러지시며 산후우울증까지 함께 찾아왔습니다. 그 시간을 돌아보면 남편도 저도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을 함께 지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의 20대는 도망치지 않고,

삶의 자리를 만들어가던 시간이었습니다.





나의 30대

(ft. 빛과 어둠이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

30대의 시작은 육아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이가 너무 이쁘고 귀했지만, 사랑을 제대로 받아본 적 없던 저는 어떻게 키울 울지 막막했던 순간들이 많았어요. 그래도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주는 아이를 보며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나를 키우는구나 생각하며 감사했고 행복했어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멈춰 있던 시간은 나에게 늘 ‘나는 이제 집에서 살림이랑 육아만 하며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습니다. 학벌 콤플렉스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취업에 도전했고,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수없이 많은 이력서를 제출하고 여러 번 면접의 고배를 마신 끝에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그 경험은 이후의 선택들을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나도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세상 밖으로 나가기 시작한 30대 한가운데 코로나19가 불청객처럼 찾아왔어요.

세상이 모두 멈춘 것 같던 시기, 저는 처음으로 온라인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병행할 수 있는 일,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던 시간이 있었고 회사 다니면서 집안일을 마치고 가족들이 잠든 밤에, 새벽에 공부했습니다. 스마트스토어를 오픈했고, 조심스럽게 시작한 일은 점점 성과로 이어져 스스로도 놀랄 만큼 최대 매출 기록을 세우게 되었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안 해본 일에 도전하면서, 온 힘을 다해 기록한 콘텐츠가 쌓이며 SNS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1년 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4만 명을 넘겼고, 틱톡, 유튜브, 스레드까지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확장되었습니다. 블로그 역시 오랜 시간 머물러 있던 저품질 구간을 벗어나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어요.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 느낌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모든 것이 잘 풀리는 것 같았지만 저는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2025년 봄, 결국 길고 긴 번아웃이 찾아왔습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무너졌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가 오랜 시간 지속되었습니다. 그때 용기 내서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생각보다 아프고 어려웠지만, 회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었기에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으로 상담을 꾸준히 했던 것 같아요.


저의 30대는 세상의 빛나는 것들을 쫓아 앞만 보고 달려가던 시간인 동시에, 완전히 내려놓는 법을 배운 성찰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다시 숨 쉬게 만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40대 시작

(ft. 나는 이제 나답게 살고 싶다)

저는 이전보다 덜 조급해졌고, 조금 느려졌지만 훨씬 단단해졌습니다. 고통스러운 순간도, 빛나던 순간도, 무너짐의 순간도 모두 경험하며 나를 더 사랑하는 방법도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무언가를 더 증명하려 애쓰기보다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2026년은 저에게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는 한 해입니다. 마음 한편에 늘 담고만 있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거든요.

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에 원서를 넣고 발표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 과정과 결과 속에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집에서 살림을 하고 육아를 하며 저만의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서 세상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며 방법을 찾아가고 싶어요. 40대의 저는 얼마나 성장했는지보다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은 게 꿈이에요. 더 많이 가지려 하지 않고, 오래갈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하며 일도, 관계도, 삶도 지치지 않게 말이에요.

이제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너는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너를 믿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