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딸의 고백 feat. 어린이집 상담
오늘은 두 아이의 어린이집 상담이 있는 날이었다. 하반기 상담인데 상반기에 비해 비교적 마음이 가벼웠다. 직장 생활하며 소홀했던 육아에 대한 평가를 받는 마음으로 긴장 가득 상담을 갔던 올 상반기에 비하면, 하반기에는 부족했지만 그래도 아이들 곁에서 등, 하원을 함께하고 살 부대끼며 지낸 시간이 많았기에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상담에 임할 수 있었다. 특별히 궁금한 것도 많지 않았다. 매주 그 주에 있었던 일에 대한 자세한 피드백을 해주시고 지내면서 궁금한 점을 문의드리면 그때그때 답변도 해주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담이라기보다는 내가 집에서 느낀 아이들의 모습과 어린이집에서의 모습을 비교하고 공통점을 찾고 혹여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피해를 주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체크 정도에 가까웠다.
둘째 아이 상담이 먼저 잡혀, 아이가 친구들과도 활발하게 잘 놀고 손으로 오밀조밀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늘 무언가를 만들어 선생님께 선물이라며 드리기를 좋아한다는 전보다 훨씬 성장하고 잘 자라고 있다는 기분 좋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이제 다섯 살인 둘째 아이에게 특별히 기대하거나 바라는 것도 없을뿐더러, 아무래도 첫째 아이보다 둘째 아이에게 사랑을 한창 더 줘야 할 시기에 회사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사로잡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나였기에 무엇을 해도 귀엽고 예쁘기만 한 아이 었으니 더욱 그러했다.
이어서 첫째 아이의 상담 차례다. 작년 담임선생님께서 올해도 담임을 맡아주셨기에 첫째 아이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계신 선생님이셨다.
역시 상담이라기보다는 최근 있었던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나 아이의 성격적인 부분이 드러났던 일에 대한 일상을 나누는 정도로만 대화가 이어졌다. 그러다 문득 아이가 어린이집에서는 엄마 아빠에 대해 서운해하거나 슬퍼하는 부분은 없었는지 여쭈어보게 되었다.
첫째 아이는 내가 먼저 물어보기 전에 먼저 말하는 성격도 아닐뿐더러 누가 봐도 기분이 상했던 모습이었고 심지어 눈물을 흘리기도 했음에도 시간이 지나 그때의 감정을 물어보면 아무렇지 않았다고 하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혹 엄마 아빠에겐 말하지 않아도 어린이집 선생님께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여쭤본 것이었다.
어머님, ㅇㅇ이는 엄마 아빠에게 서운한 것보다는 다른 친구들보다 엄마 아빠에 대한 마음이 각별해요. 특히 엄마에 대해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엄마가 몸이 아프고 힘들었던 건 엄마 회사에 있는 나쁜 사람들이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엄마가 다시 회사에 가야한다고 하는데 그 회사에 가는 건지 다른 곳에 가는 건지 모르겠어요 , 엄마가 안 힘들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하더라고요
나의 고통이 나에서 멈추지 않고 아이에게 까지 걱정을 전이시킨 것에 대한 죄책감, 아이 앞에서 조심한다고 했는데 조심하지 못한 나의 경솔한 말들.. 아이가 이렇게까지 걱정하고 있었던 것을 몰랐던 나의 무심함에 대한 반성 등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아이가 나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에 비하면 나는 오히려 아이에게 주는 사랑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내 아이들은 누구보다 굳세게 건강하게 강하게 자라길 원하면서, 나는 아이 앞에서도 나의 마음, 힘듦을 숨길 줄 모르는 그런 나약한 엄마였다는 생각에 내 아이가 내 마음을 돌이켜보게 하는 스승이자 거울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 가정에서는 나만 잘하면 된다. 아이 아빠도, 아이들도 다 그 자리에서 스스로를 감내하고 매일을 살아가고 심지어 가족, 어른을 걱정해주고 함께 마음을 나누며 살고 있다. 다만 나만 아이보다 못한 나약한 맘으로 내 아픔, 힘듦이 다인 것처럼 살아온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배워야 한다. 한참을 더 배워야 한다.
내 딸이 참으로 대견하고 미안하고 한없이 사랑스러운 날이다. 하루하루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내 아이들에게 더 많은 힘이 되어주고 사랑을 주는 그런 엄마가 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