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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자기로드 Feb 01. 2021

벌리와 윌슨 Burleigh Pottery_19

영국도자기마을: 스톡온트렌트


벌리 공장의 윌슨, 사진 김선애


많은 공장에 다녀보면서 느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유머를 공장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윌슨은 '캐스트 어웨이'영화에서 톰행크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친구가 되어주었던 배구공이다. 벌리에도 윌슨이 있었다. 물론 석고로 된 공으로.


물, 흙 그리고 불을 때는 원료가 풍부했던 스태포드셔는 도자기를 만들어 구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스태퍼드셔 (North Staffordshire) 북쪽 지방은 13세기부터 석탄생산의 중심지였고, 트렌트 앤드 머시 운하( Trent and Mersey Canal)로 고령토(China Clay)를 콘월(Cornwall) 지방에서 운반하고, 다 만들어진 제품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기도 했다.


벌리공장, 사진 김선애
벌리공장, 사진 김선애


영국의 도자기 생산기술이 최고조에 이르고 철도가 생겨났을 때 세워진 곳이 바로 벌리(Burleigh) 공장이다. 영어 스펠링만 봐서는 이름도 발음하기 어려운 이 영국 도자기 회사는 1851년 버글레스 앤 레이(Burgess & Leigh)에서 부터 출발하였다. 시작은 다른 회사들보다 늦었을지 모르지만, 지금도 남아 있는 영국 공장 가운데에서도 전통적인 방법을 유지하면서 도자기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벌리 도자기는 지금까지도 자동화가 아닌 사람들이 손으로 전통적인 기법에 따라 제작한다. 형태는 기물에 따라 슬립 캐스팅이나 지거 앤 졸리 (Jigger and Jolley) 기계를 써서 모양을 만든다.   


벌리공장, 사진 김선애
벌리공장, 사진 김선애



사진과 같이 형태가 잡힌 석고 틀을 기계에 장착하고 성형을 한 후 초벌을 하고 나면 그다음에 벌리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장식이 입혀진다. 지금은 많은 전 세계의 공장이, 리소그라피(Lithography) 전사지를 사용하여 유약 위에 전사지를 붙이고 낮은 온도에서 굽는 상회 전사(Onglaze) 기법을 사용한다. 반면, 벌리는 아직 하회 전사 (Underglaze) 기법을 사용한다. 벌리의 이 전통적인 기법은 영국이 처음에 전사(Transfer)를 18세기에 발명했을 때 사용하던 기법이다. 바로 초벌이 된 기물에 얇은 종이(Pottery tissue)에 패턴 장식을 붙여서 소성하는 방법이다.


 인쇄 방법은 전통적으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벌리에서는 장식이 새겨진 원통 모양의 동판을 돌려서 만든다.


초벌된 기물에 장식이 새겨진 종이를 가지고 비누와 물만을 사용하여 일일이 장식을 두드려 붙인다.


그 후에 동판에 인쇄할 때 사용하였던 기름을 날려 버리기 위해서 저온으로 다시 한번 굽고,  그러고 나서 시유를 해서 마지막 소성을 한다.


이러한 전통방식을 고수해온 까닭에 벌리의 청색 꽃문양은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벌리처럼 도기(Earthenware)에 파란색의 하회 전사 (Under-glaze blue)는 17세기 후반에 시작된 중국 그릇의 유행에 따른 것이다그 유행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차이나 마니아(China Mania)’라고 불릴 정도였다. 하회 전사이기 때문에 우선 파란색의 풍부한 색감을 내는 코발트를 사용할 수 있고 유약이 가마에서 열에 의해 녹을 때 그 무늬와 같이 합쳐지기 때문에 이러한 깊은 느낌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당시 영국 사람들은 특별히 파란색과 하얀색의 조합에 열광하였다. 그 이유는 영국이 도자기를 수입했던 중국 청화백자와 관계가 있다. 당시 중국 도자기는 돈 많은 사람들의 사치품으로 분류되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지금같이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비행기로 배달되는 시대가 아니라 주문하고 몇 달을 기다려 배로 받는 식이었다. 중간에 배가 침몰하기라도 한다면 내가 주문한 도자기는 깜깜무소식이 되는 것이었다. 감수해야 하는 위험만큼이나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18세기 이후에 사회가 바뀌고 경제 발전 후에 영국의 중산층 가족이 많이 생겨났다. 그동안 보아왔지만 재력이 없어서 추구하지 못했던 상류층 문화를 동경한다. 하지만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부족했다. 이때 산업화에 일찍이 눈을 뜬 영국은 대량 생산을 쉽게 할 수 있는 전사지를 발명한다.[1] 중국의 청화백자가 일일이 도공들이 손으로 그린 것과 비슷한 제품을 빠른 시간에 값싼 가격으로 수요를 따르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중국 도자기보다 덜 비싼 대용품이 바로 파란색 전사지로 장식된 이러한 도기 제품(Blue-printed Earthenware)이었다.  도기 또한 백자보다는 낮은 온도에서 구워지므로 생산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동판에 잉크를 입힐 때 기름과 함께 섞기 때문에 잘 흐르게 하려고 동판을 뜨겁게 한다.이러한 방법을 핫 프레스 프린팅 Hot Press Printing이라 한다.사진 김선애
동판에서 나온 전사지들을 줄에 걸어 말린다. 벌리공장, 사진 김선애


벌리공장, 사진 김선애


 전통적으로 영국 공장에서 이러한 전사를 붙이는 사람들은 여자들이었다. 아이들이 도자기 공장에서 일했을 때는 6살~10살 여자아이들이 종일 서서 그릇에 전사지를 입히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사람들을 트란스퍼러(transferrer)’ 라고 불렀고, 그림을 칼로 자르는 일을 하는 여자아이를 커터(cutter)라고 했다.


전문가들이 장식하지만 여전히 여성의 수가 많고, 남자들은 주로 성형. 시유 담당이나 석고몰드 만드는 분들이 많았다. 벌리공장, 사진 김선애
벌리공장, 사진 김선애


하회전사를 입히는 방법은 상회 전사와는 조금 다르다. 높은 온도로 초벌을 하고, 그 위에 전사지를 붙인다. 그 후에 종이는 떼어내고 이미지만 안착되게 한 다음 다시 낮은 온도로 한 번 더 소성한다. 유분을 없애 시유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벌리공장, 사진 김선애
벌리공장, 사진 김선애


지금은 문을 닫은 스포드 공장(Spode)의 창립자인 조시아 스포드(Josiah Spode)가 처음 전사된 제품을 만들었던 장본인이었다. 이러한 열기는19세기까지 이어졌고 그중에 벌리도 있었던 것이다. [2] 18세기, 처음에는 중국의 청화를 모방하려 하였지만 영국 다움이 더해져서 이러한 벌리의 아름답고 깊은 장식이 탄생하였다. 19세기 때는 청색뿐만 아니라 점차 다른 색도 나타나는데 크롬, 분홍, 갈색, 그레이(Payne's grey) 등의 색도 유행해서 벌리 또한 이러한 색으로 장식한다. 이러한 다양한 색은 지금까지도 벌리의 도자기 제품에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벌리제품. 런던 리버티, 사진 김선애
벌리제품. 런던 리버티, 사진 김선애
벌리제품. 런던 리버티, 사진 김선애




벌리공장의 석고실, 사진 김선애



랜선 벌리공장 방문하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XWE0p-Ezl4FXBpLeGuCjjw


벌리공장 방문꿀팁

홈페이지에서 공장이 여는 시간을 확인하고 예약사항도 확인한다.

운이 좋으면 당일에 투어에 참여할 수도 있지만 매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꼭 확인하기를 추천한다. 벌리 공장 투어의 좋은 점은 실제 일하는 공장을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공장이 생산라인과 달리 투어를 효율적으로 빨리 끝낼 수 있게 하기 위해 방문센터에서 간이로 도자기를 만들고 장식하는 방법을 보여주기도 한다. 벌리 공장은 직접 그들의 유산과 만드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벌리 팩토리 아웃렛도 공장과 방문센터 안에 함께 있다.


Middleport Pottery, Port Street, Burslem, Stoke-on-Trent, ST6 3PE, ENGLAND



벌리공장의 석고실,  사진 김선애


   

[1]1751년 전사지는 존 브룩스(John Brooks)가 처음 전사지에 관한 저작권을 내고 5년 후 가이스 그린 (Guys Green), 존 새들러(John Sadler)에 의해 처음 성공하였다 그들은 새들러 앤 그린(Sadler and Green)이라는 회사를 세우고 타일에 그림을 장식했다 당시에 공장은 1,200개가 넘는 타일을 이러한 동판 인쇄 전사지 방법을 이용해서 100명의 사람이 6시간 안에 제작하였다고 한다.


[2]Origins of Blue Printing on Earthenware, Spode Exhibition Online, Visited 05 August 2014, <http://spodeceramics.com/industry/origins-blue-printing-earthenw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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