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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진수 변호사 Jul 15. 2022

변호사용품#01 전자잉크 리마커블2

종이는 무겁고, 사고 버릴 때 돈이 들며, 나무를 죽여야 한다.



ESG가 유행이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앞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변호사업의 대박 수익은 대부분 큰 기업 사건일 때 난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큰 기업의 관심사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ESG는 어느 하나 돈되는 이야기가 아닌데 법조계에서 핫이슈다. 왜 그런가 하니 기업이 받는 투자와 연관이 있다.


지식백과사전에 따르면, "사회책임투자란 사회적·윤리적 가치를 반영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투자 의사 결정 시 '사회책임투자'(SRI) 혹은 '지속가능투자'의 관점에서 기업의 재무적 요소들과 함께 고려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ESG 등의 비재무적 요소를 충분히 반영해 평가한다. 투자자들의 장기적 수익을 추구하는 한편, 기업 행동이 사회에 이익이 되도록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변호사합법적으로 변호사가 아닌 자와 동업할 수 없고, 통상적인 투자를 받을 수 없다. 그러니 변호사업 자체는 ESG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부족하다. 다만 변호사는 ESG를 알아야 기업 상대 자문업무가 가능하니 최소한의 관심은 가져야 한다. ESG 중에 가장 손에 잡히고 실천하기 쉬운 것이 '환경'이다(Environment). 나는 새로운 기기 [리마커블 2]를 구매해서 종이 사용을 줄여보고자 한다.


이상 ESG에 대한 침튀기는 강변은
[리마커블 2] 구매 전 아내의 허락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


변호사인 아내는 그럴 듯하게 듣다가, 결국 산다는 얘기 아니겠냐며 니 맘대로 하라고 했다. 비단 아내의 허락때문이 아니더라도 [리마커블 2] 구매를 마음먹기 위해서는 그럴 듯한 이유와 각오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가격을 고려할 때 2022년에 나올 법한 기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리마커블 2]는 액세서리 포함 100만 원 가까이 된다. 기능은 노트필기를 하고, PDF를 보고 쓰는 것밖에 없다. 2022년인데 전자책 마켓 연동, 동영상 재생이 안 되는 태블릿이다. 인터넷도 안 된다. 스펙도 이게 진짜 맞나 싶을 정도로 구리다. 아참 한글 폰트 지원이 안 된다. 엄밀히 말하면 가능하긴 한데, 귀찮은 작업을 해야 한다. 이쯤되면 '이걸 왜 사지'라는 생각이 든다. 정상이다.




일단 연어도 아닌데 '메이드 인 노르웨이'다. 타임즈 100대 발명품으로 선정됐다. 팬덤이 형성되어 있다. 유튜브에는 수 많은 외국인들의 개봉기나 쓰레기다 아니다 찬반 영상이 많다. 신나게 싸우는데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둘다 맞는 말이다. 혁신이면서 쓰레기다. 두 입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MSG를 조금 쳐서 종이랑 똑같다. 그런데 종이 메모장에 100만 원을 태운다고?


리마커블 2 모습과 스펙




우선 국내에서 DHL로 직구매가 가능하다(https://remarkable.com/). 홍콩에서 오는데 기간은 3~4일 정도 걸린다. 따로 배송비를 받지 않는다. 그렇지만 엄청 비싸다. 본체는 55만 원, 전용펜은 지우개 기능 없는 10만 원, 있는 17만 원, 껍데기는 노트형 아닌 10만원, 노트형인데 가죽 아닌 것은 17만 원, 가죽인 것은 23만 원이다. 그러니까 얼추 액세서리를 포함하면 100만 원에 가깝다.


다만 펜은 라미 S펜과 호환이 되고, 기능도 좋다. 5만 원짜리 라미 S펜을 사서 전용펜 팁을 끼워서 쓰면 된다. 껍데기는 활용상 노트형으로 사는게 좋다. 전자기기를 주머니에서 꺼내는 방식이 편할리 없기 때문이다. 가죽 껍데기는 정말 예쁘다고는 하던데 나는 그냥 회색 폴리머 껍데기를 샀다. 그러니 내 돈으로 쓴 금액은 55만 원(본체)+17만 원(껍데기)+5만 원(라미 S펜)+5만 원(마커팁) 해서, 총 82만 원이 들었다. 사실 17만 원짜리 전용펜을 샀는데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잃어버렸다. 그래서 마커팁 비용은 추가로 안 들었고 라미 S펜은 따로 샀다. 그냥 82만 원을 썼다고 정리한다.


본체 가격
전용펜(마커) 가격
껍데기 가격
전용펜 심(마커팁) 가격




내가 변호사가 아니었다면 [리마커블 2]를 살 이유가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리마커블 2]는 변호사 업무에 최적화 되어 있다. 비단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상담을 받아 정리하고, 자신이 쓴 서면을 PDF로 개관하며, 참고자료를 PDF로 검토할 수 있고, 수많은 종이를 보관하거나 들고 다녀야 한다면, [리마커블 2]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번째] 의뢰인과의 상담노트를 한 곳에 모아 정리할 수 있고, 실시간 PDF로 변환해서 의뢰인과 노트를 공유할 수 있다. 의뢰인과 상담한 기록을 정리하는 일은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의뢰인은 상담 후 시간이 지난 다음 사건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어떤 노트에 써뒀는지 모르는 상담일지때문에 곤혹을 겪었던 적이 있다. 결국 찾긴 했지만 누구든 했던 말을 또 하는 건 굉장히 짜증나는 일이다. 특히 내가 돈주는 사람에게 그런 일을 해야 한다면 매력이 완전 반감될 것이다. [리마커블 2]는 이러한 점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뿐아니라 신기한 기기로 상담노트를 공유하는 변호사에 대한 의뢰인의 믿음을 덤으로 챙길 수 있다.


[두번째] 작성한 법률서면을 개관할 때 수많은 서면을 출력할 필요가 없다. 법률서면은 기본적으로 보여지는 글이다. 판사가 보고, 상대방 변호사나 수사기관에서 본다. 아무리 논리가 훌륭하고 정갈한 글이어도 오타가 있다면 멈칫하게 된다. 서면이 얼굴이라면 오타는 얼굴에 난 상처다. 서면에 몰입하다보면 오타가 눈에 안 띈다. 전체 문서를 출력해서 개관하면 오타를 쉽게 찾아낼 수 있고, 논리적 비약이나 오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수십 장이 되는 서면을 출력해서 보고, 오타를 고치고 또 출력해서 보고, 또 오타가 있어서 또또 출력해서 보는건 듣기만 해도 매우 짜증나는 일이다. 심지어 A4용지 값과 문서파쇄 값을 낭비하는 일이고, 지구의 소중한 나무를 죽이는 나쁜 일이다.

출력 없이 서면을 개관하면서 볼 수 있고, 많은 양의 PDF 파일을 종이처럼 검토할 수 있다.



[세번째] 웹상에 있는 문서를 클릭 한 번으로 [리마커블 2]에 옮길 수 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브런치나 판례 검색 사이트 케이스노트에 있는 글자를 PDF로 변환해서 내 기기에 넣어 준다. 한글이 지원되지 않아서 순정상태에서 작동하지 않지만, 몇몇 능력자들이 공유한 방법을 통하면 10분 만에 할 수 있다(글 말미에 방법을 첨부해두었다). 이 기능은 꽤 유용하다. 브런치 글을 전자책처럼 볼 수 있고, 당장 필요하지 않은 판례를 별다른 수고 없이 기기에 넣어뒀다가 기억날 때 꺼내 볼 수 있다. 드롭박스 같은 클라우드랑 연동도 되긴 하는데, 리마커블에 구독 비용을 내야 한다. 다만 홈페이지나 앱에서 업로드가 바로 가능하니 굳이 구독비용을 내면서까지 사용할 필요는 없다.

[리마커블 2]의 읽고 쓰는 기능 외 유일한 첨단 기능





[리마커블 2]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팁이 있다.


1. 한글 폰트를 사용하는 방법


https://toujours.tistory.com/entry/%EB%A6%AC%EB%A7%88%EC%BB%A4%EB%B8%94-%ED%95%9C%EA%B8%80%ED%8F%B0%ED%8A%B8-%EC%84%A4%EC%B9%98%EB%B0%A9%EB%B2%95


복잡한 것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리마커블 2]와 노트북을 동일한 와이파이에 접속하고, 프로그램 2개와 한글 폰트 파일 1개만 다운로드한 다음 링크글에 있는 설명을 따라하면 된다. 10분 컷이다.



2. 라미 S펜 지우개 기능과 기타 편리한 기능을 사용하는 방법


사실 나는 17만 원짜리 전용펜을 샀다가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잃어버렸다. 본체는 없어지고 마커팁만 남아있는 애처로운 처지가 됐다. 17만 원짜리를 또 사긴 그래서 대용품이 있을까 열심히 찾아봤다. 그러던 중 레딧에 있는 한 외국인 유저의 글을 접하게 됐다.


https://www.reddit.com/r/RemarkableTablet/comments/s0oz4q/best_combination_lamy_ems_pen_remarkable_marker/


요약하자면 [리마커블 2]를 쓰는데, 라미 S펜에 마커팁을 끼우고 쓰면 신세계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렇게 사용해보니 17만 원 전용펜에 비해 훨씬 사용감도 좋고 편리했다. 다만 라미 S펜의 경우, 지우개 기능을 사용하려면 약간 귀찮은 작업을 해야 한다. 어렵지 않다. 이건 5분컷이다.

1) 노트북이랑 리마커블2 와이파이를 동일하게 잡는다.
2) 리마커블2 메뉴 -> 세팅 -> 헬프 -> 카피라이츠 앤 라이센스 -> IP 주소랑 비번확인
3) 노트북 cmd 실행 -> ssh root@198.168.0.XXX(본인기기 IP주소) -> yes 입력 ->본인기기 비번 입력(대소문자 숫자 구분을 잘해야 함, 화면에 비번이 안 나오는데 그냥 치면 됨) ->아래 문구 복사해서 붙여넣기
sh -c "$(wget https://raw.githubusercontent.com/ddvk/remarkable-hacks/master/patch.sh -O-)"


이렇게 하면 자동으로 재부팅이 된다. [리마커블 2] 시스템 업데이트가 되면 루팅 내역이 다 없어져서, 업데이트를 하면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루팅에서 순정화되는 것이 너무나 쉽다는게 장점이다.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배터리가 정말 오래 간다. 2주일 정도 가는데, 간간이 쓰는 경우라면 한 달도 갈 것같다.

2. 전용펜이나 라미 S펜 모두 별도의 충전을 요하지 않는다.

3. 얇고 가볍다. 400그램 정도 된다고 한다. 가방에 휴대하기 좋다.

4. MSG 조금 치면 완전한 종이

5. 노트 필기, 문서 작성이 많은 직업, PDF 활용이 잦은 직업에 안성맞춤이다.


단점은 다음과 같다.


0. 앞에서 말한 장점 빼고 다 단점이다. 안성맞춤인 직업이 아니라면 살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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