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생각하는 인간을 다시 만드는 시대의 전략

끝에서 다시 시작을 생각하다

by 도진

다시 인간을 떠올리며


처음으로 연재한 브런치북이다. 나름 나에겐 긴 글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긴 호흡을 들이쉬는 시간이다.
돌아보면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사람들이 너무 빨리 움직이고, 너무 빨리 잊어버리고, 너무 쉽게 넘긴다는 것. AI가 대세가 된 시대, 무언가 본질적인 게 빠져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화려한 기술에 대한 이야기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내가 가장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기계가 아닌 사람이었다. 그중에서도 ‘생각하는 사람’. 그게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불길함이 이 책의 출발점이었다. 그래서 프롤로그에서는 질문을 던졌다. 왜 지금, 주니어 육성이라는 주제를 다시 꺼내야 하는가. 그 다음 장들에서는 내 시야에 들어왔던 여러 장면들을 따라가며, 어디서 무엇이 비어 있는지를 함께 짚어보았다.



이 책의 흔적들


처음 장에서는 디지털에 익숙하지만 깊이 있는 사고에는 미숙한 세대를 다뤘다. 정보를 접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그걸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거나 통찰로 끌어올리는 힘은 약했다.

그 다음으로는 그 원인을 찾기 위해 교실로 눈을 돌렸다. 질문 없는 교실, 배움 없는 시대. 대학은 더 이상 생각을 자극하는 공간이 아니었고, 학생들은 성적과 결과만을 따라가며 점점 사고의 근육을 잃어갔다.

그리고 입사한 뒤에야 마주치는 현실의 벽. 3장은 그런 신입들의 당혹감을 다뤘다. 이론으로 준비된 지식과 실제 조직에서 요구되는 역량 사이의 간극. 그 간극에서 오는 혼란과 심리적 충격, 그리고 그 속에서 깨어나는 자아의 변화.


4장에서는 기업의 시선을 담았다.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 속에서도, 기업이 여전히 신입을 뽑아야만 하는 이유. 그건 단지 인력 충원이 아니라, 조직의 ‘생성’을 위한 일이었다.

5장은 그 신입, 즉 ‘주니어’라는 존재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들은 더 이상 ‘가르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변화를 감각하고 행동하는 주체가 되어야 했다. 주도적으로 배우고, 실패를 감내하며 성장하는 사람. 그런 내면의 태도 변화 없이는 아무리 좋은 교육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6장에서는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이 시대에 필요한 교육의 조건을 생각했다. 어떤 커리큘럼보다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인간’을 키우는 구조. 미네르바스쿨이나 새로운 시도들이 보여주는 방향성. 대학이, 그리고 교육이 스스로 질문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

7장은 리더의 변화에 대해 다뤘다. 이제 리더는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을 끌어내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식을 많이 아는 리더보다, 묻고 기다릴 줄 아는 리더가 더 필요한 시대.

마지막 8장에서는 조직 전체가 어떻게 배움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다. 성과 중심의 훈련이 아니라, 배움을 구조화하는 시스템으로의 전환. 조직 안에 질문과 성찰의 문화를 심는 일.


이렇게 정리해 보니, 결국 이 책은 한 가지를 말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고는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 그게 이 시대 전략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끝에서 다시 시작을 생각하다


이 글을 쓰면서, 나 자신도 여러 번 멈춰 생각했다. 내가 해왔던 전략이란 일이 언제부턴가 수치와 도구에만 집중되어 있었음을 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전략은 결국 ‘인간을 위한 설계’여야 한다. 사람을 중심에 놓고, 그 사람이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연결되며, 어떻게 한 조직의 일부로 살아갈지를 그리는 일.


이 시대는 기술이 인간을 밀어낸 시대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자리를 비운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그 자리를 다시 되찾아야 할 때다. 기계는 계산하고, 인간은 사유한다. 사유 없는 조직, 사유 없는 사회는 기술로 아무리 치장해도 결국 안에서부터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이 완성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기서부터 다시 생각을 시작했으면 한다. 누군가에겐 이 내용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그건 괜찮다. 이 책은 정답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들을 던지고 싶었으니까.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준 당신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다시 말하고 싶다. AI 시대에도 인간은 여전히 중심이다. 단, 그 중심이 되기 위해선 다시, 천천히, 그러나 끈질기게 생각하는 존재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 그게 지금 우리가 세워야 할 전략이다. 그리고, 내가 이 글을 통해 붙잡고 싶었던 단 하나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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