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파 한 단만 사다 줘.”
아들을 태권도장에 내려주고,
기다리는 동안 마트에 들렀다.
파만 사면 되니까,
장바구니는 차에 두고 들어갔다.
평소처럼 아내가 보내준 장보기 리스트는 없었다.
파 한 단만 사면 되니까.
하지만 마트에 들어서면,
파 한 단만 사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입구에는 할인 중인 라면 묶음이 있었다.
덥석 집지는 않았다.
대부분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면의 유통기한을 확인해 봤다.
아껴 먹어도 충분할 만큼 넉넉했다.
“이건 사야지.”
입구 앞 바구니를 집어 들고,
라면 묶음 두 봉지를 담았다.
과자 코너는 애써 지나쳤다.
요즘은 감자칩보다 또띠아칩이 좋다.
마침 또띠아칩이 할인 중이라 하나 담고,
찍어 먹을 살사 소스도 한 병 집었다.
와인 코너에서는 저렴한 화이트 와인 한 병을 골랐다.
가볍게 곁들이기 딱 좋다.
바구니가 좁아 보여서,
다시 입구 쪽으로 돌아가 카트로 바꿨다.
돌아가는 길에 양파와 감자,
아들 간식으로 싸줄 과일 몇 가지도 담았다.
계란이랑 우유도 빠질 수 없다.
고소한 빵 냄새.
갓 구운 식빵이 선반에 진열되고 있었다.
잠시 고민했지만,
집에 식빵 반 봉지 남은 게 떠올라
크로와상과 도넛을 골랐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아니, 파 하나 사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
그제야 파 생각이 났다.
“어… 이제 살 거야.”
허둥지둥 야채 코너로 향했다.
파 한 단을 비닐에 담아 카트에 넣고, 계산대로 갔다.
파 한 단만 사러 왔지만,
가족 먹을 것들을 하나둘 챙기고 있는 나.
이제 좀 살림꾼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