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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촌닭 Mar 08. 2024

아빠한테 혼났다

나는 늘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꽉 차서 사실 하나에 집중을 잘 못한다.  그래서 늘 엄마아빠한테 많이 혼난다.  어제도 아빠한테 많이 혼났는데 아빠가 이랬다.  "니 머릿속에는 천만 개에 일들이 한 번에 일어나, 방 좀 치워 네 생각만 하지 말고 다른 것들도 생각하고 배려해서 행동해 이 이기적인 인간아!!"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어제 날씨가 좋아서 학교 마치고 집에 와서 밥 먹고 얀느랑 아빠랑 가든에서 놀았다.  놀다가 동생이 낮잠 자러 가고, 아빠가 나는 정리하고 방에 가서 숙제하라고 해서 가든에 있는 장난감들을 모아서 놔뒀는데 모르고 튤립 위에 올려서 튤립에 꺾였다.  그걸 보고 아빠가 폭발한 거다.  그때부터 시작해서 한 시간 동안 혼났다.  나는 방정리하는 걸 싫어한다.  그런데 내 방에는 수십만 개의 물건들이 있는데,  내 눈에는 그게 정리가 안된 거라고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아빠는 너는 뭐가 잘못된 건지도 모른다며 또 막 혼냈다.  아빠가 하도 큰소리로 혼내서 급기야 엄마가 동생 재우다가 내려왔다.  엄마가 들어보곤 내편을 안 들어줬다.  엄마는 "이것 봐, 엄마랑 아빠랑 혼내는 얘기가 언어만 다르지 똑같지? 제발 좀 고쳐" 라며 아빠 편을 들어주니 아빠는 나를 더 막 몰아붙였다.  책상 위에 걸레로 닦아라, 걸레 똑바로 들어라, 걸레하나 똑바로 못 집냐, 시간 봐라, 시간을 생각해서 행동해라... 난리난리였다.  어젠 수요일이라 마상체조 가는 날인데 청소하다 보니 시간이 늦은 거다, 그래서 또 혼나고... 출발하려고 차에 앉고서야 한숨 돌렸다.   

가든에서 놀때 / 이정도면 깨끗한 내 방

마상체조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가 물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하고 사냐며 한번 얘기해 보라고 해서 말했다.

요즘 나의 주 관심사들에 대해서...

하나. 다음 주면 부활절방학이 시작된다.  방학하면 가족들이랑 다 같이 두바이와 오만으로 약 이십 일간 여행을 가는데 그때 날씨는 좋을지, 비행기는 뭘 탈지, 호텔은 좋을지... 기대된다.

둘. 부활절방학 마치고 나서 2주만 더 학교에 가면 그다음에 내 생에 첫 수학여행을 간다.  친구집에서 가끔 자는 건 해봤는데 아직 엄마아빠 없이 여행을 간 적이 없어서 수학여행이 정말 너무너무 기대된다.  4월 15일부터 4박 5일 일정인데 16일이 내 아홉 번째 생일이다.  그래서 여행 중에 어떻게 생일파티를 할지, 어떻게 호스텔방을 꾸밀지, 누구랑 같이 방을 쓰게 될지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된다.

셋. 내 아홉 번째 생일파티는 생일당일에 못해서 나중에 해야 하는데 언제 어떻게 해야 할지 그 생각도 한다.

넷. 6월 말부터 여름방학인데 그때 한국에 가고 싶은데 진짜 갈 수 있을지, 용돈은 얼마나 받게 될지, 한국치킨을 매일 먹을 수 있을지, 할머니집 앞 홈플러스가 작년 8월까지 운영하고 문 닫는다고 했는데 그 건물은 지금 어떻게 되어 있을지, 다이소는 많이 변했을지... 생각이 많다

다섯. 크리스마스에 받을 선물도 생각하고...

여기까지 이렇게 말하는데 엄마가 갑자기 말을 끊고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너는 어째 된 게 전부 니 놀고, 먹고, 선물 받고, 니 좋은 거 할 생각만 하냐고 또 막 뭐라 하는 거다,

그래서 "아니야 나 엄마차 부딪힌 거 어떻게 고칠지도 생각해"라고 말했는데 엄마는 됐다며 독일어를 어떻게 잘할지 집에 가서 숙제 뭘 해야 할지나 생각하고, 차에 내가 버린 쓰레기나 치우라고 했다.

휴... 답답하다.  맨날 혼 만나야 하고...

여덟 살 내 삶은 그래도 시끌벅적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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