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세계를 돌파하는 논술의 뇌!

'오지선다'의 한계를 넘는 전두엽의 창조적 폭발

by 이연숙 박사

​대학 입시의 막바지, 수많은 고등학생이 '논술 고사'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좌절한다.


수능 국어 1등급을 받는 아이조차 논술 답안지 앞에서는 식은땀을 흘리며 연필을 멈칫거린다.


왜 대학은 채점하기도 까다로운 논술이라는 평가 방식을 끝끝내 고집하는 것일까?


이는 오지선다형 객관식 시험이 측정할 수 없는, 인간 뇌의 가장 고차원적인 인지 능력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재인(Recognition)과 회상(Recall)의 뇌과학
오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를 푸는 뇌의 핵심 작동 원리는 '재인(Recognition)'이다.


외부에서 주어진 5개의 보기 중, 내 머릿속에 저장된 지식과 일치하는 것을 골라내는 것은 수렴적 사고 과정이다. 이는 뇌의 측두엽에 저장된 기억을 단순히 확인하는 작업으로, 인공지능이 1초 만에 수만 개의 데이터를 검색해 내는 방식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반면, 논술 쓰기는 빈 백지 위에 자신의 논리를 밑바닥부터 쌓아 올려야 하는 '회상(Recall)'과 '생성(Generation)'의 과정이다.


파편화된 배경지식을 끌어오고, 제시문 간의 숨은 연관성을 분석하며, 타당한 근거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해야 한다.


​이때 뇌의 최고위 사령탑인 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발산적 사고를 맹렬하게 가동하며, 수많은 시냅스를 새롭게 연결하는 창조적 폭발을 경험한다.


대학이 논술로 묻고자 하는 것은

'네가 정답을 외우고 있는가'가 아니라,

'정답이 없는 문제 상황에서 너의 뇌는 어떻게 논리를 구축하는가'이다.


대입을 넘어선 생존 무기, 켄타우로스형 인재
논술 쓰기가 갖는 진정한 의미는 단순히 명문대 합격증을 쥐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챗GPT가 완벽한 문장으로 요약과 번역을 대신해 주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지식을 단순히 암기하고 보기 중에서 정답을 찾는 능력의 가치는 급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살아남을 인재는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통제하고, 그 결과물에 인간의 고유한 가치와 윤리적 판단을 부여하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의 주체들이다. 기계의 연산 능력에 올라타 인간의 직관과 논리를 결합하는 '켄타우로스형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고도의 비판적 사고를 요구하는 논술 쓰기는 대학 입시를 넘어선 평생의 생존 무기가 된다.


시대를 관통하는 논술의 3가지 질문
대입 논술의 제시문은 매년 바뀌지만, 대학이 학생의 뇌에 던지는 본질적인 질문의 뼈대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나뉜다.

​첫째, 오랜 시간 변함없이 꾸준히 다루는 고전적 주제이다. '개인과 사회의 관계',

'효율성과 형평성의 딜레마',

'인간 본성과 윤리' 등이다.

이는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철학적 기반이다.


둘째,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당면 과제이다.

'저성장과 부의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포퓰리즘과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

'미디어 리터러시' 등 교과서 밖의 현실을 얼마나 비판적으로 직시하고 있는지 묻는다.


셋째, 급변하는 미래를 대비하는 융합적 주제이다. '인공지능의 윤리적 딜레마와 알고리즘 편향성',

'포스트 휴먼과 인간의 조건',

'기후 위기와 전 지구적 연대' 등이다.


모두 정답이 확립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에서 학생이 얼마나 타당한 가설을 세울 수 있는지 평가한다.


독서와 교과의 융합이 빚어내는 시냅스 연결
그렇다면 이 거대한 논술의 바다를 어떻게 건너야 할까?


얄팍한 논술 학원의 '모범 답안 공식'을 암기하는 것은 전두엽의 창의성을 스스로 억압하는 독약이다.


​독락서쾌 현장에서 뛰어난 논리력을 보여준 준호 학생의 비결은 '융합적 독서'에 있었다.

문학 작품을 읽으며 주인공의 심리에 공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사회 교과 시간에 배운 '계층 구조'의 개념으로 해석해 보게 했다.

과학 시간에 배운 '엔트로피 법칙'을 역사 시간의 '제국의 멸망'과 연결해 글을 쓰도록 유도했다.


서로 다른 교과의 지식이 독서를 통해 융합될 때, 아이의 뇌에는 굵고 튼튼한 시냅스 고속도로가 뚫린다.


대입 논술은 벼락치기로 완성되는 기술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책을 읽고 질문하며 다져온 뇌의 총체적 역량이 백지 위에 아름답게 만개하는 결정적 순간이다.

작가의 이전글입시 중압감을 이기는 고등학생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