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未生)의 아이디어 완생(完生)의 비즈니스로
4편에서 조직 내에서 신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 드렸습니다. 몇 가지 사례에서 보듯 조직 내/외부 상황에 따라 해외 아이템을 국내 환경에 맞게 모방한다거나 회사가 보유한 자원이나 기술을 개조해 다른 시장에 응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죠.
그런데 어떠한 방식으로 발굴되던지 간에 사업 아이템은 단 한명인 누군가의 제안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기업 대표가 그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직원 중에 누군가가 그 역할을 하겠죠. 아니 어쩌면 전문화된 신사업 개발팀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템은 최소 1명 이상으로 구성된 전담 팀에 의해 실제 사업으로 발전됩니다.
그렇다면 아이템의 발굴에서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신사업 조직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신사업 조직은 사업 아이템의 발굴부터 사업 성과를 창출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업의 성공을 결정짓는 수 많은 요소들 중에 조직은 기업이 유일하게 통제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 신사업 조직을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해야 하는가는 큰 고민거리입니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시장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시장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경영자의 직관이나 책임감 만으로 신사업이 성공하진 못합니다. 상대적으로 고객과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동시에 사업 아이템을 포착할 수 있는 직원이 사업 아이템을 찾아내고 사업화를 추진하는 상향식(Bottom-up) 사업 개발 방식이 기업에서 확산되는 것도 큰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신사업 조직을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하는 게 좋은지 여러 방식을 비교해보고자 합니다.
신사업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시점은 기업의 성장 정체가 예상되거나 하락이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그런 징후가 보이지 않을 때 대부분의 기업은 성장하는 기존 사업에 주력하게 되죠. 그것이 경영의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자원은 기존 사업과 조직에 투자가 되고 신사업 조직은 명목상 이름을 붙여놓거나 아예 조직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죠.
그러다 성장에 빨간 불이 들어오게 되면 부랴 부랴 신사업 아이템을 찾고 신사업 전담조직을 꾸리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기업마다 ‘신사업’, ‘미래’라는 단어가 붙어있는 조직이 항상 존재하게 되죠.
그렇다면 과연 신사업 조직을 새롭게 꾸리는 게 맞는 것일까요? 아니면 기존 조직이 일의 일부를 덜어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사업화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요? 두 조직이 모두 조화롭게 사업성이 높은 아이템을 선순환하 듯 만들어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인 상황이겠죠. 그렇지만 경영진의 그런 바램과 달리 실제로는 두 조직 모두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기존 조직이 신사업을 추진할 경우를 살펴보죠. 대부분의 경영자가 가장 바라는 이상적인 형태가 기존 사업 조직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모습일 것입니다. 기존 사업도 잘 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낸다는 것, 그것은 혁신이 구성원들의 몸에 베어 생활화되어 있는 조직이라 할 수 있죠.
실제 기존 사업 조직은 여러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객, 경쟁, 내부 자원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고 가장 효율적인 조직 구조를 가지고 있죠. 그러다 보니 3C(회사/고객/경쟁)에 대한 이해가 높아 현실성 있는 사업 아이템을 발굴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또한 회사 자원에 대한 이해가 높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확실한 조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어묵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삼진어묵과 같은 회사가 본업을 기존 조직이 재해석함으로써 레드오션으로 인식되었던 어묵시장을 새롭게 성장하는 기회의 시장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처럼요.
그런데 이 방식에는 만만치 않은 문제점이 존재하게 됩니다. 조직이 최적화되고 효율화되어 있다는 것은 새로운 변화나 아이템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특히 기존 사업의 매출이 정체되거나 침체될 경우 이익이 급감할 가능성이 높아 대부분의 조직은 인건비를 줄이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기존 사업 조직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들은 늘어난 일에다가 ‘신규 사업’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부과되면 강한 거부감이 형성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결국 기존 사업의 연장선 형태의 사업을 시도하거나 혁신이 아닌 개선 형태의 사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됩니다. 또한 기존 사업의 매출을 잠식하거나 부정적 영향을 줄 경우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 하더라도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조직의 성과 목표설정과 평가에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기존 사업의 경우 명확한 목표 설정이 가능하고 조직 입장에서 단기적 성과를 달성하고 계량화가 가능한데, 신규 사업은 적어도 6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 성과를 측정하고 격려해줄 지표가 마땅치 않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기존 사업에서의 평가만 반영되고 조직 구성원은 그 성과지표에 따라 일을 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신규 전담 조직을 구성해서 운영하는 경우는 어떨까요? 우선 해당 단위 조직의 목표가 신사업 개발이라는 목표로 설정되기에 평가가 용이합니다. 자연스럽게 조직 구성원이 해당 목표를 향해 매진하겠죠. 또한 나름 체계적인 방법론과 마일스톤을 가지고 움직이므로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문화된 시장 전문가나 사업 개발 전문 인력을 육성할 수 있죠.
그런데 문제는 새롭게 구성된 사업개발 전담 조직은 기존 사업과는 명확하게 다른 사업을 개발해야 합니다. 만약 기존 사업과 겹치거나 관련성이 있다면 해당 사업 조직으로 아이템을 이관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결국 기존 사업 조직과는 최대한 겹치지 않는 새로운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신사업 개발에서 가장 잊기 쉬운 사실이 바로 ‘시장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경쟁이 있다’라는 사실입니다. 즉, 누군가의 신사업은 누군가의 기존 사업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시장이 작든 크든 경쟁자가 존재하고, 고객이 경쟁자를 제치고 우리에게 상품을 구매하려면 강력한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러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원의 투자가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오직 전담 조직이라 하여 자원을 통제되지 않은 상태로 투입한다면 기업의 재무적 상태를 급속도로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전담조직이라 하더라도 해당 아이템이 속해 있는 업에 대한 통찰력이 부재하면 자원 투입을 최적화하기도 힘들고, 최적화를 판단하기도 힘들며, 결국 궁극적으로 장기적인 자원 투입 자체가 힘들다는 사실입니다.
사업아이템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사업성이 높은 아이템을 발굴하고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겠죠. 문제는 사업 아이템 발굴과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 구성원이 어느 정도 참여하는가도 고려해볼 대상이 됩니다. 경영진 입장에서만 본다면 전 구성원이 경영자의 마인드로 신규 사업의 발굴과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게 이상적인 조직의 모습이기 때문이죠. 참여 범위를 볼 때 사업 아이템의 발굴에서 실제 사업화까지 1) 전담조직의 일부 구성원이 참여하는 방식과 2) 사업 아이템을 가진(동시에 사업을 해보고 싶은) 구성원 누구나 참여하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담조직을 활용할 경우 우선 사업의 경험이나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인력이기 때문에 사업아이템을 발굴하거나 사업을 개발하는 과정이 빠를 것입니다. 또한 전담 조직이 도달해야 할 목표나 이에 대한 평가도 뚜렷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어느 영역에서 사업을 할 것인지도 나름 명확해질 수 있죠. 그렇지만 소수 인원의 경험과 지식에 의존하다 보니 아무래도 사업 아이템이 편중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또한 유관 부서의 협업이 안될 경우 전담 조직만이 사업을 진행하는 고립된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업 결과가 나쁠 경우에는 조직을 빠르게 해체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죠.
전사적인 구성원이 사업개발에 참여할 경우 우선 다양한 영역의 사업아이템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래도 소수에 의지하는 것보다 다수의 관점과 경험이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죠. 만약 제안한 아이템이 채택되어 제안자가 사업에 참여하여 직접 사업을 개발할 경우 자기 주도적이며 책임감 있는 직원으로 성장시킬 수도 있습니다. 직원이 아닌 경영자 입장에서 사업을 접근하는 것이죠. 그렇기에 회사 입장에서는 제안 창구를 넓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연결시키면서 동시에 사업가를 육성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부작용도 고려해야 합니다. 우선 단위 직무를 수행하다 보니 사업전체를 보는 시각이나 사업화 경험이 부족하여 시행착오가 많이 발생합니다. 또한 숙련도 부족으로 사업 개발 활동을 구체화하기 어렵기에 의도치 않게 실행력이 더딘 상황이 발생합니다. 경영진 관점에서 본다면 미숙하게 보일 수 있는 것이죠. 아이템 측면에서도 개인 관심사를 많이 반영하기 때문에 회사의 업 본질과 무관할 가능성이 높으며, 사업 아이템이 아이디어 수준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머리 속에 떠오른 아이디어거나 평소 눈 여겨 봤지만 충분한 시장 조사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죠. 만약 직원 참여형 사업개발 프로그램이 진행되더라도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경영진도, 직원도 결국 포기해버리게 되어 숙련된 사업 개발자 육성이 어렵게 됩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 개발 인큐베이팅을 위한 지원 및 관리 조직이 별도로 필요하게 됩니다. 필자가 작년에 맡았던 사내벤처 업무가 이러한 인큐베이팅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규 사업은 기존 사업과 다른 시장 영역과 사업 구조, 그리고 프로세스를 요구하기 때문에 신규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 전문인력의 확보는 경영진의 큰 관심사가 됩니다. 내부에서 적절한 인력을 찾지 못하는 경우 결국 외부에서 영입을 고민하게 되죠. 신사업에 있어서 외부에서 영입된 전문가는 필수일까요? 아니면 내부의 인력을 육성하여 전문가로 키워야 하는 것일까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은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우선 누가 전문가인지를 찾는데 시간이 걸리고, 이직이라는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런 과정에서 인력 확보에 실패할 수도 있고, 설사 성공하더라도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기존 업에 대한 이해가 높고, 자체 인적 네트워크 및 경험을 기반으로 빠른 사업 전개가 가능하고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아무래도 외부에서 영입되다 보니 기존 조직과의 협업이나 사업개발 조직과의 협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기업 내부의 조직 문화나 정책 등에 익숙하지 않아 ‘실행력이 높다’는 의미가 ‘독선적으로 행동한다’라는 이미지로 비쳐질 수 있죠.
내부인원을 육성하는 것은 조직 내에서 이미 역량이 검증된 인력을 업무 전환하는 것이므로 인력 확보가 용이하고 검증되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영입된 인재보다 기존 사업 조직과 협업을 하거나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연히 내부 조직 문화나 회사 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기에 큰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겠죠. 또한 회사가 보유한 자원 또는 잠재적 자원을 잘 포착하여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의 부족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고 이를 따라잡는 데는 시간과 경험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큰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과감한 전략을 실행하는데 꺼릴 가능성이 있고 사업 전략의 실행에 있어서 타 조직과 충돌하는 것을 회피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경영전략 책에서도, 강연에서도, 그리고 현장에서도 정답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통제 가능한 조직 구성이 경영진 입장에서 큰 고민거리라 할지라도 실제 사업의 성공에 절대적인 요소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조직은 기업이 처한 상황이나 업의 특성, 그리고 시장의 상황이나 흐름에 따라 발생하는 수 많은 사업 승패 요소에 하나의 작은 영향 요소로만 작용하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다음 편에서는 신사업 전담조직의 구성과 운영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