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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코치 Oct 21. 2015

발상을 그려내는 나만의 ‘1,000가지 아이디어 노트’

1편: 아이디어 노트를 왜 작성하게 되었나요?

 여러분은 여러분 만의 직무노트를 가지고 계신가요


‘직무노트가 뭐지?’라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 텐데요. 10여년 동안 ‘서비스 기획’’라는 이름으로 ‘기획 방법론’이나‘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노트에 틈틈이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직무노트 중에는 ‘1,000가지 아이디어’라는 노트가 있습니다. ‘서비스 기획’이란 직무에서 ‘새로운아이디어를 발상’하는 것은 필수적인 역량이라 보니, ‘떠오르는아이디어를 정리해서 1,000개 까지 채워보자’라는 생각에쓰기 시작한 노트입니다. 2013년부터 쓰기 시작해 벌써 네 권째 노트를 작성했습니다. ‘말도 안될 듯한 엉뚱한’ 아이디어부터 ‘구현 해본다면 돈도 될 듯한’ 아이디어까지 이 노트에는 360개 넘는 아이디어가 채워져 있습니다. 

출근 후 다른 일 제쳐두고 스마트폰 메모앱을 꺼내 메모해두었던아이디어를 노트에 정리하거나 예전에 정리해두었던 아이디어를 훓어 보는 것으로 하루 업무를 시작합니다.

 


아이디어 발상은 훈련의 결과물이다


노트 표지에는 “아이디어 발상은 훈련의 결과물이다”라는 문구가새겨져 있습니다. 기획 직무를 하면서 체득 한 경험이며 필자 스스로의 신념이기도 하죠. 그런데 재미난 점은 ‘아이디어가 부족해서’ 노트를 작성하게 된게 아니라 ‘아이디어가 넘쳐나서’라는 착각(?) 때문에 노트를 작성하게 된 것입니다. 


‘창의성’이란 단어는 자기소개서에 빠지지 않는 단골 단어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도 스스로를 ‘창의적이다’라고 생각하시는 분이계실 텐데요. 필자 또한 한때 그랬던 것 같습니다. 1만시간 이상 기획 직무를 맡아왔고, 각종 두뇌 테스트에서 ‘우뇌가뛰어나다’라는 테스트 결과만 믿고서, 스스로 창의력을 갖추었다고자부하고 있었죠. 


그래서 불현듯 떠오르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놓치지 말자’라는 생각에노트를 작성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1,000가지 노트도 1년이면 모두 채워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노트를 작성해보니현실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분수처럼 아이디어가 샘솟을 것이라 생각했던 자만은 서른 개 정도 정리해보니한계에 부딪치더군요. 도저히 생각나는 아이디어가 없어서 몇 번이고 노트 작성을 그만 두려고 했습니다. 게다가 그나마 생각해 낸 아이디어들 조차도 이미 제품화 되어 있거나, 만들어지고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안전띠에 에어백을 넣어 볼까?


첫번째 아이디어는 안전띠에 에어백 기능을 넣는 것이었습니다. 큰 아들 녀석이 카시트에 앉지 않으려고 해서 안전띠를메어주다가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지? 아이가 앞 좌석에부딪쳐 다칠건데…’라는 생각에 ‘안전띠가 에어백처럼 부풀어오르면 어떨까? 안전띠를 하고 있다가 몸이 앞으로 쳐지면 공기가 부풀어 올라 몸을 보호해줄건데’라는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이담에 꼭 만들어보자. 이건 정말 대박이 될거야’라는 마음으로노트에 재빨리 적어두었습니다. 그런데 그 해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만든 벨트백(beltbag) 개발에 관한 뉴스 기사를 보고서 허탈했습니다.벤츠에서 벨트백 개발을 완료했으며, 이 제품을 2014년에 벤츠 전차종에 달겠다라는 기사 였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세계 일류 자동차 회사가 그걸 구현했구나라는 실망도 잠시 있었지만, 내가 실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아니었음을 곧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배터리를 돌돌돌 말아 볼까?


두번째 아이디어는 LG그룹의 사내 공모전으로 진행된 ‘차세대배터리의 모습을 그려주세요’라는 공모전을 보고서 떠오른 아이디어였습니다.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배터리의 용량인데, 현재시계 뒷 부분에 배터리가 붙어있는 구조에서는 배터리 용량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시계줄에다가 배터리를 조각 내서 붙이면 시계줄 전체가 배터리가 되고 한번 충전을 하면 시계를 오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란 아이디어를 발상하게 된 것이죠. 그런데, 이 아이디어 또한 애플에서 이미 특허를 출원 완료하였더군요. 언젠가는 저런 제품이 애플에서 만들어서 출시하겠죠. 물론 벨트백처럼 이 제품을 제가 직접 만들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선풍기 타이머로 전기를 자동 차단해볼까?


세번째는 집안에서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기술이 가장 필요한 것은 가스밸브 잠금 기능이 아닐까 합니다. TV에서도 가스밸브를 잠그는것을 깜박하여 당황하여 집안으로 급히 들어가는 엄마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시골에 계신 어머니댁에 가니 지방자치단체에서 노인들을 위해 수동식 가스자동잠금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두었더군요. 마치선풍기의 타이머 기능처럼 돌려 놓으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가스밸브가 잠기는 것입니다. 선풍기의수동 타이머 기능을 가스밸브에 응용한 상품이었습니다.


저기능을 가정 내 대기전력 손실을 막는데 써보는게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즉, 타이머를 돌려 놓고 소켓에 플러그를 꽂아두면 일정 시간 후에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되어 대기전력 손실이 최소화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도 ‘대기전력 차단용 콘센트’라는 이름으로 이미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 중이었습니다. 유사 제품의종류도 다양했고, 이 제품 보다 더 자동화된 제품들이 지금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있었는데 제가 몰랐던 것이죠.

 

 


포인터야 남은 시간 좀 알려줄 수 없니?


네번째는 제 직무 특성상 강의나 발표를 자주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강의 시간을 초과해서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레이저 포인트에 타이머 알람 기능을 넣어 발표 시간을 진동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입니다. 그런데 레이저 포인터의 강자인 3M에서 이미 2009년에 스마트 포인터(WP-7700)라는 제품으로 판매를 하였으나, 시장성이 없어서인지 현재는 이 제품이 단종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을 DSLR로 만들어볼까?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게 이제 일상화되면서 스마트폰 카메라의 단점을 DSLR과 즉석사진 기능을 결합해보는게어떨까 하는 생각에 구상해본 것입니다. 이 아이디어도 최근 해외 스타트업에서 스마트폰을 폴라로이드로만들어주는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프린트케이스(pryntcases)라는2015년 초에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를 통해 출시와 펀딩이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http://www.pryntcases.com)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면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 된다


위에서 설명해드린 다섯 가지의 아이디어 사례는 개인적으로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었습니다. 이미 세상에는 부족함이없을 정도로 많은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나와 있는데도 그것을 알지 못한 채 아이디어 발상에만 집착해서 ‘뭔가획기적인 발상을 했구나’라는 자기만족만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저또한 “남들이 생각하는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고, 나는 생각하는동안 누군가는 제품으로 실현했다는 것입니다. 아이디어 발상에 집착하지 않고 세상에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들이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된 것이죠.

 


그 이후 저는 아이디어 노트를 새로운 마음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탁월한 아이디어 발상에 의존하는 것보다, 세상에 나온 수많은 아이디어 제품들을 눈 여겨 보고 그것을 응용해본다거나, 평소접하는 많은 물건들이 왜 존재하는지, 무엇이 불편한지, 이것을어떻게 바꾸면 좋은지 좀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된 것입니다. 또한, 사람들과대화하면서 사람들은 어디에 돈을 쓰는지, 어떤 제품에 만족하는지, 어떤생활 습관을 가지는지 눈여겨 관찰하게 되었고 그 관찰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후 아이디어 노트 쓰는 게 즐거웠습니다.



아이디어를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 노트도 누구나 만들 수 있죠. 

그런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면 아무도 할 수 없는일’이 될 것입니다. 


제 아이디어 노트에 1,000가지의 아이디어가 채워질 때쯤에는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큰 자산이 되겠죠. 


글 ㅣ 강석태 차장 ㅣ LG CNS 블로거 [‘아이디어 기획의 정석’ 저자(타래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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