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지 않은
새벽 골목길,
간밤에 내린 비로
사족을 쓰지 못하는
부나방 몇 마리와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양이만 어슬렁거릴 뿐,
누군가의 수고로 열릴 것들은
창백한 가로등의 얼굴로
꺼져가고 있다.
입은 있되 말하지 않고
발은 있되 움직이지 않으며
뜻은 있되
품지 않은 것들로 가득한 세상
그대들은 아는가?
당신들이 써 내려간
용서의 편지는
칼의 나무로
무성히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을!
거짓의 침묵으로 굳게 닫힌 골목길,
허리춤에 무거운 돌이라도 달았는지
죄 짐의 무게로
오늘도 아침 해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