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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리 Sep 27. 2022

가족이 늘었다

야리야, 우리 삶에 와주어서 고마워

유기묘를 입양하고 싶었다. 사랑 듬뿍 주며 키우고 싶었다. 이사 가면 고양이 천국으로 만들어주려 했다. 물론 모든 일은 예상을 벗어났지만.


당근마켓에서 젖도 못 뗀 고양이가 버려졌다는 글을 봤다. 그냥, 담요만 덮어주고 오려고 했다. 키우고 싶었지만 아직 완벽한 환경은 아니니. 아기 고양이용 캔과 담요를 들었다. 가는 길이 떨렸다.


가보니 고양이는 누가 데리고 갔는지 없었다. 괜스레 짜증이 났다. 고양이 쉼터가 있는 근처 공원으로 갔다. 허피스에 걸린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올까 말까 망설였었다. 어미와 형제들과 있게 놔두었지만.


가보니 공원 관리인 아저씨가 통화를 하며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놀고 있었다. 이전에 보았던 고양이들은 다 누군가가 데리고 갔다 했다. 고양이를 구실 삼아 기부를 해달라고 하는 인간들도 있다고. 지금 있는 고양이는 젊은 커플이 버렸다 했다. 또 누군가 데리고 갈지 모르니 마음 있으면 얼른 데려가라고.


나무는 홈플러스에 이동장을 사러 뛰어가고, 정신 차리니 고양이를 안고 어르며 걷고 있었다. 근처 동물병원이 문을 닫아 택시를 탔다. 얼굴을 들이밀며 죄송하다 하니 아이가 나오지만 않게 해달라 했다. 도착한 동물병원은 차트가 고장 나, 결국 집으로 갔다. 아이는 놀란 듯 계속 울다 나중엔 지쳐 눈을 감았다. 엄마야, 아빠야.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로 안심시켰다.


우리 집에 처음 온 야리 모습


우리 야리는 활발했다. 조금 겁을 집어먹나 싶더니 집을 탐방하고 밥도 먹었다. 사료도 캣타워도 스크래처도 숨숨집도 모래도 화장실도 장난감도 다 결제했다. 열 달 후 만기인 고양이 적금은 바로 해지했다.


자고 있는 야리(그래 어제 많이 놀았지)


5일이 지난 지금, 야리는 골골송을 부르며 얼굴을 비비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한다. 손가락을 핥고 깨물고 얼굴로 올라와 체취를 묻힌다. 엄마가 되었다. 야리가 우리에게 준 신뢰가 경이롭다. 자다가 내는 잠꼬대가 사랑스럽다. 덜 깬 눈으로 나에게 와 드러눕는 것도. 아프지 않게 깨무는 것도. 배고프다고 야옹 우는 것도. 아이에게 수명을 떼주고 싶다는 마음을 이제 알겠다. 손과 팔은 상처투성이지만, 너의 어떤 면이라도 사랑해.


선을 앙 깨무는 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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