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꿈만 꾸네...
어제 집에 자전거가 택배로 왔습니다. 자전거에는 백설공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신데렐라가 그려져 있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분홍색입니다. 자전거 주인은 6살 밤순이입니다. 밤순이는 밤톨이 오빠에 치여 킥보드도, 자전거도 늦게 시작했는데요. 열심히 노력해 지금은 신나게 타고 다닙니다.
이런 밤순이를 하마터면 잃을 뻔했습니다. 임신 2개월쯤인가. 하혈을 거듭해 산부인과를 찾아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유산할 수 있으니 계속 누워 있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럼에도 저는 이스라엘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일이 우선이었습니다. 아이가 잘못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무모하고 무식했지요.
두 아이를 키우며 주름도 늘고 몸도 퍼졌습니다. 더불어 취재원을 생각하는 마음도 커졌습니다. 두 아이를 배에 품어보니 한 생명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알겠습니다. 그래서 이름 없이 사라진 마이너리티들에게 집착합니다. 피해를 당했는데도 피해 사실조차 남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거든요.
기자 10년 차인 지금도 제 꿈은 기자입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기자로 살고 싶습니다. 출퇴근 시간만 3시간이 걸리는데도 언론사를 그만두지 못합니다. 기자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해 사표를 꺼내지 못합니다. 지금도 취재를 가면 역할놀이를 하는 기분이 듭니다(취재원 분들께 죄송할 때가 많지요).
이제는 게으름 피우지 않고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겠습니다. 특히나 군함도 강제동원 실태만큼은 제대로 취재하겠습니다. 일본 정부가 군함도의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책으로 강제동원 사실을 입증하고 싶습니다. 이 일이 끝나면 국군포로, 위안부를 다룬 책도 쓰고 싶습니다(자꾸만 다짐해서 죄송합니다. 마감 없는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기에... 이렇게 자기 최면이라도 걸어야 합니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돌고래는 한 번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해냅니다(물론 못한 일도 많습니다ㅠ) 결혼은 8년, 취업은 4년이 걸렸습니다.
살아내기 힘들다는 핑계로 업데이트가 늦었습니다. 밤톨아, 밤순아 일찍 자라. 엄마에게도 꿈이 있단다. 너희처럼 귀하디 귀한 사람들이 죽어갔다. 그런데도 엄마는 일상을 푸념하느라 그 사실을 챙기지 못했네. 많은 자료를 읽기에는 엄마 능력이 부족하다. 엄마에게 너희들의 에너지를 좀 나눠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