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국내 출시된 기아 EV5가 자동차 시장에 뜨거운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산 CATL 배터리를 탑재하면서도 4,855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표를 달고 나온 이 차가, 출시 두 달 만에 판매량 1,150대를 기록하며 예상을 뒤엎는 반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9월 국내 출시된 기아 EV5가 자동차 시장에 뜨거운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산 CATL 배터리를 탑재하면서도 4,855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표를 달고 나온 이 차가, 출시 두 달 만에 판매량 1,150대를 기록하며 예상을 뒤엎는 반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V5는 중국에서 2023년 먼저 출시됐을 때 149,800위안, 한화로 약 2,900만 원 수준에 판매됐다. 그런데 국내 판매 가격은 롱레인지 에어 트림 기준 4,855만 원, GT라인은 5,340만 원으로 책정되면서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중국형 대비 무려 2,000만 원 가까이 비싼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아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CATL의 NCM 배터리를 선택했다는 점도 논란에 불을 지폈다. “중국산 배터리를 쓰면서 가격은 왜 이렇게 비싸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99kWh 국산 배터리가 들어간 EV9 배터리 가격과 EV5의 81.4kWh 중국산 배터리 가격이 같다”며 가격 책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출시 전부터 혹평에 시달렸던 EV5였지만, 실제 판매가 시작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2025년 9월 출시 첫 달 272대로 시작했던 판매량이 10월에는 1,150대로 급증하며 322.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무엇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려놓은 걸까?
첫째,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이 생각보다 후했다. EV5는 562만 원의 국고 보조금을 받을 수 있으며, 지역에 따라 추가 보조금을 합치면 실구매가가 3,500만 원대까지 낮아진다. 서울시 기준으로는 4,000만 원 초반대에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4천만 원대 중형 전기 SUV라는 것은 국내 시장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가격대다.
둘째, 우려했던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불안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81.4kWh 용량의 배터리로 1회 충전 시 최대 460km를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은 가족용 전기차로서 충분한 스펙이었다. 게다가 CATL은 포르쉐, BMW 등 프리미엄 브랜드에도 배터리를 공급하는 글로벌 1위 배터리 제조사라는 점도 소비자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 한몫했다.
EV5의 진짜 강점은 실용성에 있었다. 전장 4,610mm, 전폭 1,875mm, 전고 1,675mm의 준중형 SUV 사이즈에 휠베이스는 2,750mm로, 스포티지와 유사한 크기지만 실내 공간은 더 넓게 느껴진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EV 전용 플랫폼 덕분에 뒷좌석 레그룸과 트렁크 공간이 넉넉해 가족 단위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안전 사양도 빠짐없이 갖췄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등 기본적인 주행 보조 시스템은 물론,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까지 제공된다. 일부에서는 하위 트림인 EV3에 들어간 다이내믹 앰비언트 라이트가 빠진 점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상품성은 가격 대비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EV5는 160kW(약 218마력)의 최고출력과 310N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전기 모터를 탑재했다. 제로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상 주행에서 충분한 가속감을 제공한다는 시승기가 다수다. 특히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부드러운 승차감은 상급 SUV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저지상고 167mm를 확보해 언더커버에 걱정 없이 다양한 노면을 주행할 수 있으며, 회생제동 시스템의 조절이 자연스러워 전기차 초보자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EV5의 성공은 국내 전기차 시장에 여러 시사점을 던진다. 우선 “무조건 국산 배터리만 고집하는” 소비자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와 품질이 검증된 배터리라면 원산지보다는 실제 성능과 안전성을 더 중요하게 본다는 뜻이다.
또한 보조금을 포함한 실구매가가 전기차 선택의 핵심 요소라는 점도 재확인됐다. 아무리 좋은 차라도 가격이 부담스러우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지만, 보조금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대가 형성되면 시장 반응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EV5의 약진은 현대차의 아이오닉 5, 르노코리아의 그랑 코레오스 등 경쟁 모델들에게도 자극이 되고 있다. 특히 아이오닉 5는 2025년 10월 기준으로 EV5에 판매량을 내주는 날도 있었다. 4천만 원대 가격대에서 합리적인 실용성을 갖춘 패밀리 전기 SUV 시장이 본격적으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기아는 EV5를 “전기차 대중화의 표준”으로 포지셔닝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2025년 하반기 판매량이 어떻게 나올지, 그리고 향후 출시될 롱레인지 모델의 반응은 어떨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결국 EV5 논란은 하나의 교훈을 남겼다. 자동차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출시 전 스펙과 가격에 대한 온라인 여론이 아니라, 실제 제품을 경험한 소비자들의 종합적인 판단이라는 것이다.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선입견, 중국형 대비 높은 가격에 대한 불만은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보조금을 적용한 실구매가, 넉넉한 실내 공간, 준수한 주행 성능, 그리고 기아라는 브랜드 신뢰도가 더해지면서 EV5는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앞으로 EV5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 그리고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EV5가 “가격 논란”을 딛고 “실용성 있는 패밀리 전기차”로 재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