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또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오토파일럿 기능과 관련된 사망 사고 소송에서, 배심원 재판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합의를 선택한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불과 한 달 전, 플로리다 법원에서 3억 달러가 넘는 거액의 배상 판결을 받은 직후라는 사실이다. 테슬라는 어째서 재판을 회피했을까?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또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오토파일럿 기능과 관련된 사망 사고 소송에서, 배심원 재판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합의를 선택한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불과 한 달 전, 플로리다 법원에서 3억 달러가 넘는 거액의 배상 판결을 받은 직후라는 사실이다. 테슬라는 어째서 재판을 회피했을까?
2025년 9월, 캘리포니아주 알라메다 카운티 고등법원의 재판 일정이 돌연 취소됐다. 테슬라가 2019년 오토파일럿 작동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15세 아들을 잃은 유족 측과 극비리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배심원 재판 개시를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합의 조건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사고는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벤저민 맬도나도가 그의 15세 아들 조바니와 함께 포드 익스플로러를 타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차량 흐름이 정체되자 맬도나도는 우측 차선으로 변경하기 위해 방향지시등을 켰다. 그러나 잠시 후, 후방에서 테슬라 모델3가 엄청난 속도로 돌진해 맬도나도의 차량을 추돌했다. 차량은 전복되어 중앙분리대에 충돌했고, 조수석에 탑승하고 있던 조바니는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가 결국 사망했다. 사고 당시 테슬라 차량은 오토파일럿 모드로 주행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 측은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시스템 결함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테슬라는 합의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업계와 법조계는 테슬라의 이러한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최근 테슬라의 일련의 행보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그동안 오토파일럿 관련 사망 사고 소송 대부분을 재판 전 합의로 마무리해 왔다. 이는 법정 공방을 최소화하고, 사건의 상세한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025년 8월, 플로리다주 연방법원에서 진행된 배심원 재판에서는 상황이 반전됐다.
플로리다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2019년 오토파일럿 작동 중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해 테슬라의 책임을 33% 인정했다. 나아가 기본 손해배상금 4,300만 달러에 징벌적 배상금 2억 달러를 더해 총 2억 4,300만 달러, 한화 약 3,400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미국 연방법원에서 오토파일럿 관련 사고로 테슬라의 법적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첫 번째 사례였다.
배심원단은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술 자체에 결함이 존재하며, 이것이 사고의 부분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테슬라가 오토파일럿의 한계를 명확히 고지하지 않고 과장된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현혹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테슬라의 광고 문구인 "사람보다 낫다"가 실제 기술 수준과는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해당 판결의 파장은 상당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판결이 향후 유사 소송에서 강력한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테슬라를 상대로 한 오토파일럿 관련 소송이 미국 전역에서 다수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배심원단이 테슬라의 책임을 더욱 직접적으로 묻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테슬라가 캘리포니아 소송을 재판 직전에 합의로 마무리한 것은 전략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만약 이번 재판 역시 플로리다와 유사하게 진행되었다면, 배심원단이 또다시 테슬라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특히 15세 소년이 사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배심원들의 감정적인 판단이 작용할 여지도 컸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플로리다 판결 이전, 테슬라는 원고 측이 제시한 6천만 달러의 합의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4배가 넘는 2억 4,300만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게 되면서, 테슬라는 '재판보다는 합의가 낫다'는 교훈을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의 비밀스러운 합의 전략은 단순히 비용 절감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 재판을 통해 오토파일럿의 기술적인 한계와 문제점이 드러나는 것을 막고, 향후 추가 소송에서 불리한 선례가 만들어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합의 조건을 비공개로 처리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플로리다 판결 이후, 오토파일럿 사고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이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테슬라 차량 화재 사고에서 전자식 도어 시스템 때문에 탈출하지 못해 사망했다는 소송도 제기되었다. 위스콘신주에서 발생한 이 사고는 충돌 후 화재가 발생했지만, 차량 문이 열리지 않아 부부가 차량 내부에 갇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가 공개한 2025년 2분기 차량 안전 보고서에 따르면, 오토파일럿 또는 FSD 기능 활성화 상태에서 약 669만 마일당 1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미국 일반 차량 평균인 70만 2천 마일당 1건보다 약 10배 안전한 수치라는 것이 테슬라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통계에 함정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오토파일럿은 주로 고속도로와 같이 비교적 안전한 환경에서 사용되는 반면, 일반 운전 통계는 복잡한 도심 주행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2025년 일부 분기에는 오히려 사고 발생 거리가 감소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법조계와 자동차 업계는 테슬라의 잇따른 합의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합의를 통해 사건을 덮으려 할수록 "테슬라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이는 곧 소비자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미국 소비자들은 오토파일럿 논란 때문에 테슬라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테슬라는 공식적으로 "오토파일럿과 FSD는 운전자 보조 기능일 뿐 완전 자율주행이 아니며, 운전자는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오토파일럿', '풀 셀프 드라이빙'이라는 명칭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할수록 법적 책임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고 발생 시 운전자의 책임인지, 제조사의 책임인지, 아니면 소프트웨어 개발사의 책임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사례는 자율주행 시대의 법적 딜레마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테슬라는 플로리다 판결에 대해 항소를 진행 중이며, 향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자율주행 기술의 법적 기준이 새롭게 정립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재판을 회피하고 합의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전략을 고수한다면, 진정한 기술 안전성 검증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기차 시장을 선도해 온 테슬라지만, 오토파일럿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화려한 광고가 아닌, 실제 안전성을 원하고 있다. 테슬라가 진정으로 혁신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정 밖 합의가 아닌, 법정 안에서의 투명한 검증을 통해 기술의 안전성을 입증해야 할 시점이다.
3억 달러 배상 판결의 충격파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테슬라가 선택한 '합의 전략'이 단기적인 위기 관리 수단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신뢰 회복에 걸림돌이 될지는 시간이 증명해 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더 이상 침묵과 합의만으로는 쌓여가는 의혹을 잠재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