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계가 '인건비 쓰나미'라 불릴 만한 거대한 파고에 직면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통상임금 범위를 전격적으로 확대 합의하면서, 업계 전체로는 연간 약 6조 8천억 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두 회사의 연간 순이익 상당 부분을 잠식할 수 있는 규모여서 충격파가 예상된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인건비 쓰나미'라 불릴 만한 거대한 파고에 직면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통상임금 범위를 전격적으로 확대 합의하면서, 업계 전체로는 연간 약 6조 8천억 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두 회사의 연간 순이익 상당 부분을 잠식할 수 있는 규모여서 충격파가 예상된다.
지난 9월, 현대차와 기아는 2025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기로 노조와 극적으로 합의했다. 현대차는 휴가비, 명절지원금, 연구능률향상비, 연장근로상여금, 임금체계개선 조정분 등 5개 항목을, 기아는 명절보조금(설·추석 각 110만 원), 여름휴가비(80만 원), 엔지니어·기술직 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새롭게 산입하며 '임금 대전환'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노조원 4만 2천 명에게 1인당 연평균 약 541만 원의 임금이 추가 지급되며, 총 2300억 원 규모의 인건비 부담을 떠안게 됐다. 특히 기아의 경우, 엔지니어 기준 1인당 연평균 최대 1726만 원까지 임금이 상승하면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추가 인건비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월 급여로 환산하면 직원들은 매달 33만 원에서 최대 144만 원까지 더 받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미 지난해 11월 보고서를 통해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까지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국내 기업들이 연간 6조 7889억 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추가 비용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는 해당 기업들의 1년 치 당기순이익의 14.7%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3년 치 이익을 한꺼번에 날려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사태의 배경에는 지난해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자리하고 있다. 대법원은 현대차와 한화생명보험 전·현직 근로자들의 임금청구 소송에서 “근로자가 소정 근로를 제공하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유무와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며 통상임금 성립 요건 중 ‘고정성’을 사실상 제외, 11년 만에 기존 판례를 완전히 뒤집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 판결 이후,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통상임금 재산정을 요구하는 소송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기아 노조는 올해 2월 사측을 상대로 통상임금 소급분 반환 소송을 제기, 주휴수당, 근로자의 날 수당, 미사용 연차 등 과거 누락된 항목을 ‘통상임금 체불임금’으로 규정하고 이를 받아내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이미 노조와 퇴직자들의 소송에 따라 전·현직 직원들에게 총 209억 원을 일괄 지급하며 '통상임금發' 후폭풍을 실감케 했다.
특히 금호타이어 노조의 소송은 파장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가 통상임금에 산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항목이 법정자격수당, 식사교대수당, 안전수당, 성형수당, 체력단련비 등 무려 13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판례보다 훨씬 광범위한 범위로, 복리후생적 성격의 수당까지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만약 이 소송에서 노조가 최종 승소할 경우, 복잡한 임금체계를 가진 제조업 전반으로 유사한 요구가 도미노처럼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통상임금 쓰나미'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로까지 번지고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10월 말 노사 간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합의했고, HD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퇴직자로 구성된 소송인단을 꾸려 통상임금 재산정 소송을 진행하며 '노무 리스크' 확산에 기름을 붓고 있다.
완성차 기업들은 법적 분쟁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 선제적으로 통상임금 범위를 넓히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갈등 소지가 있는 수당들을 미리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향후 소송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하지만 이는 불가피하게 막대한 인건비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
산업계는 통상임금 확대 여파가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총은 통상임금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기업이 전체의 26.7%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내후년까지 통상임금 산입 여부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들은 소송 등 노무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각종 수당을 선제적으로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특히 중소 제조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기업과 비교해 재무 여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통상임금 확대로 인한 급격한 인건비 증가를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통상임금 확대가 제조업 경쟁력을 저해하고, 고용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이번 사태를 '당연한 권리 회복'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통상임금에서 의도적으로 제외됐던 각종 수당이 실질적으로는 정기적, 고정적으로 지급돼 왔기 때문에 법리적으로도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노조 측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을 받는 것”이라며 “기업들이 과도하게 부담을 호소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통상임금 확대 논란은 단순한 노사 간 임금 갈등을 넘어 국내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과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다. 6조 8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곧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 전기차 전환과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완성차 업계에 또 하나의 '악재'가 추가된 셈이다.
업계는 통상임금 소송전이 최소 2~3년 이상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 기업마다 임금체계가 상이해 개별 소송이 불가피하고, 법원의 최종 판단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선제적으로 통상임금을 확대한 것 역시 이러한 장기전을 염두에 둔 고도의 전략적 결정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통상임금 논란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그리고 이것이 장기적으로 국내 제조업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분명한 사실은 현대차와 기아를 필두로 국내 주요 제조업체들이 수조 원대 인건비 증가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닌, 한국 제조업 전체의 미래와 직결된 중대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