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터치스크린 중심의 자동차 인테리어 설계를 대폭 수정하고 물리 버튼으로 회귀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려 자동차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수년간 미래지향적 디자인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대형 터치스크린이 오히려 운전자 안전을 위협하고 불편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현대차가 전격적으로 물리 버튼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터치스크린 중심의 자동차 인테리어 설계를 대폭 수정하고 물리 버튼으로 회귀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려 자동차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수년간 미래지향적 디자인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대형 터치스크린이 오히려 운전자 안전을 위협하고 불편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현대차가 전격적으로 물리 버튼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지난 9월 독일에서 공개된 현대차의 신형 콘셉트카 ‘콘셉트 쓰리(Concept THREE)’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볼륨 조절, 열선 시트, 공조 시스템, 미디어 플레이어 등 운전 중 자주 사용하는 핵심 기능들이 모두 물리 버튼과 다이얼로 구현됐다. 센터 디스플레이 속에 숨겨져 있던 기능들이 다시 운전자 손끝으로 돌아온 셈이다.
현대차 디자인센터의 사이먼 로스비 센터장은 “화면은 불필요한 경우가 많고, 주요 기능은 직관적이고 촉각적 피드백이 가능한 물리 버튼으로 제공돼야 한다”며 물리 버튼으로의 회귀를 공식화했다. 이는 단순한 디자인 변경이 아니라 안전성과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전략적 결정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실제로 현대차는 작년 출시한 투싼 완전 변경 모델과 아이오닉 5 부분 변경 모델에서 이미 이러한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공조장치, 열선, 볼륨·튜닝 노브 조작을 터치스크린에서 물리 버튼으로 변경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는 향후 출시하는 모든 신차에 물리 버튼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며, 향후 18개월 안에 양산차 라인업 전반에서 터치스크린 의존도를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다.
센터 디스플레이 중심 설계는 실내 디자인을 간결하게 유지하고 첨단 디지털 이미지를 강화하는 장점 때문에 최근 수년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도입한 트렌드였다. 테슬라가 시작한 대형 터치스크린 열풍은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따라야 할 미래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제 사용자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운전 중 터치스크린을 조작하려면 여러 메뉴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계속 제기됐다. 온도 조절 하나를 하려고 해도 화면을 여러 번 터치해야 하고, 눈으로 화면을 확인하느라 시선이 도로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주행 중 급하게 조작해야 하는 공조 장치, 볼륨, 비상등 같은 기능조차 화면 속에 숨겨져 있어 안전성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소비자 만족도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운전자의 99%가 터치스크린보다 물리 버튼을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터치스크린에 대한 불만은 광범위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고객들이 터치스크린 방식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직접적인 개선 요구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센터 디스플레이로 인한 불편을 처음에는 음성 인식으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결국 다시 물리 버튼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며 “안전·편의성을 고려한 디자인인 만큼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만 이런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일제히 물리 버튼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ID 시리즈 초기 모델에서 과도한 터치 중심 설계로 소비자 불만이 폭발하자, 최근 ID.2all 콘셉트카부터 볼륨·공조·비상등 등 핵심 기능의 물리 버튼을 전면 재도입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신형 GLC 등 최신 모델에서 스티어링 휠과 대시보드에 물리 버튼과 롤러 스위치를 복구시켰다. 일본의 스바루와 독일의 포르쉐까지 공조·주행 관련 주요 기능에 노브와 버튼을 다시 적용하며 방향을 수정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구식’으로 여겨졌던 물리 버튼이 이제는 ‘안전과 편의성의 상징’으로 다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규제 변화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유럽의 자동차 안전평가기관 ‘유로 NCAP’는 비상등, 방향지시등, 와이퍼 등 핵심 기능을 터치스크린만으로 제공하지 말고 물리적 조작 장치를 병행하도록 권고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차량이 최고 안전 등급을 받으려면 비상등과 방향 지시등, 전면 와이퍼, SOS 호출 등 다섯 가지 기능 모두 물리 버튼이 장착돼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권고가 아니다. 안전 등급이 낮으면 소비자 선택에서 외면받고, 보험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강제 조항이나 다름없다. 유럽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현대차로서는 이러한 규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이번 결정은 ‘기술을 덜어낸 혁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조건 많은 기술을 넣고 화면을 크게 만드는 것이 혁신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기능을 직관적이고 안전하게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라는 철학의 전환이다. 사이먼 로스비 센터장은 “화면이 클수록 좋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운전자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물리 버튼 복귀를 통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한다. 하나는 안전성 강화다. 운전 중 시선을 도로에서 떼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촉각 피드백을 통해 더 직관적으로 기능을 조작할 수 있게 한다. 다른 하나는 사용자 만족도 향상이다. 복잡한 메뉴를 뒤질 필요 없이 손으로 바로 느껴지는 버튼과 다이얼로 원하는 기능을 즉시 실행할 수 있다.
다만 현대차가 완전히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대차는 터치스크린과 물리 버튼이 병행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내비게이션이나 인포테인먼트처럼 정보 확인이 주목적인 기능은 대형 디스플레이로 유지하되, 운전 중 자주 조작하는 핵심 기능들은 물리 버튼으로 제공하는 식이다.
이는 기술 발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겠다는 현실적 접근이다. 현대차 북미 디자인팀은 향후 터치스크린의 사용 편의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그때까지는 물리 버튼을 병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인테리어 디자인의 대전환점이 될 현대차의 이번 결정은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단순히 현대차 한 브랜드의 변화가 아니라, 자동차 업계 전체가 ‘진짜 사용자 중심 설계’로 방향을 선회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출시될 현대차의 신차들이 물리 버튼으로 어떻게 재탄생할지, 그리고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