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달리던 A씨는 톨게이트 진입로 앞에서 카메라를 발견하고 급히 속도를 줄였다. 과속 단속 카메라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뒤 받아본 과태료 고지서에는 예상치 못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속도위반이 아닌 ‘안전벨트 미착용’ 3만원이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A씨는 톨게이트 진입로 앞에서 카메라를 발견하고 급히 속도를 줄였다. 과속 단속 카메라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뒤 받아본 과태료 고지서에는 예상치 못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속도위반이 아닌 ‘안전벨트 미착용’ 3만원이었다.
2025년 10월부터 전국 고속도로 진입로와 진출로에 AI 기반 안전벨트 단속 CCTV가 본격 가동되면서 이런 황당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운전자들은 과속 단속만 주의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카메라는 차량 내부까지 들여다보며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별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고속도로 단속 카메라는 주로 속도위반이나 신호위반을 적발하는 용도였다. 하지만 2025년 10월 1일부터 도입된 신형 AI CCTV는 차원이 다르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차량 내부를 자동으로 촬영하고, 운전자와 동승자의 안전벨트 착용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특히 이 카메라는 야간에도 선명하게 작동한다. 조명이 부족한 구간에서도 적외선 기술을 활용해 정확하게 인식하기 때문에 ‘밤이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통하지 않는다. 고속도로 진입로인 IC(인터체인지), JCT(분기점), 영업소 등 주요 구간에 집중 배치되어 있어 사실상 모든 차량이 단속 대상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번 단속 시스템 도입으로 첫 달에만 수천 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운전자들이 과속에만 신경 쓰다 보니 정작 중요한 안전벨트 착용을 소홀히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안전벨트 미착용 과태료는 생각보다 무겁다. 성인의 경우 1회 적발 시 3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고속도로 진입 시 한 번, 진출 시 한 번 각각 단속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같은 날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고 고속도로를 이용했다면 최대 6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어린이 탑승 시다. 만 13세 미만 어린이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는 두 배인 6만원으로 올라간다. 6세 미만 영유아의 경우 카시트 미착용 시에도 동일한 금액이 부과된다. 명절이나 연휴처럼 가족 단위 이동이 많은 시기에는 여러 명이 동시에 적발될 수 있어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운전자뿐만 아니라 모든 탑승자가 단속 대상이라는 것이다. 뒷좌석 승객도 예외가 아니다. 2018년 9월부터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뒷좌석에 앉았다는 이유로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그대로 과태료가 날아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황당한 경험담이 쏟아지고 있다. “하이패스 통과할 때 속도만 지키면 되는 줄 알았다”, “과속 카메라인 줄 알고 속도만 줄였는데 안전벨트로 걸렸다”, “뒷좌석 가족이 잠깐 풀었다가 3만원 날렸다” 등의 사연이 대표적이다.
한 운전자는 “고속도로 진입할 때 옷매무새를 정리하려고 잠깐 안전벨트를 풀었다가 적발됐다”며 “카메라가 정확히 그 순간을 포착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운전자는 “뒷좌석에 앉은 부모님이 불편하다며 안전벨트를 느슨하게 착용하셨는데, 그것도 미착용으로 판정됐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실제로 AI 카메라는 단순히 안전벨트를 착용했는지뿐만 아니라 제대로 착용했는지까지 판별한다. 안전벨트를 목 뒤로 넘기거나, 몸통만 가로지르게 하는 등 부적절한 착용 방식도 미착용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안전벨트 단속만 강화된 것이 아니다. 기존 구간단속 시스템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과거에는 구간 평균 속도만 단속했지만, 2025년 9월부터는 구간 진입 시점의 속도도 함께 단속한다.
예를 들어 제한속도 100km/h 구간에 120km/h로 진입했다면, 구간 내에서 속도를 줄여 평균 속도를 맞춰도 소용없다. 진입 순간의 과속이 그대로 적발되는 것이다. 이는 운전자들이 구간단속 시작 지점에서 급제동하는 위험한 행동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신호위반, 휴대폰 사용 등을 동시에 단속할 수 있는 복합 단속 장비를 운용 중이다. 하나의 카메라가 여러 가지 위반 사항을 한꺼번에 포착하는 ‘올인원’ 방식이다.
사실 안전벨트 미착용에 대한 강력한 단속은 해외에서는 이미 일반적이다. 프랑스의 경우 뒷좌석 안전벨트 미착용 시 135유로(약 22만원), 네덜란드는 190유로(약 31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탈리아도 비슷한 수준의 강력한 처벌을 시행하고 있다.
호주와 미국 일부 주에서는 AI 카메라를 활용한 안전벨트 단속이 이미 수년 전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2019년부터 AI 단속 카메라를 도입해 한 달 만에 1만 건 이상의 위반 사례를 적발한 바 있다.
한국은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뒤늦게 합류한 셈이다. 하지만 AI 기술의 발전으로 단속의 정확도와 효율성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경찰청 관계자는 “안전벨트 착용률을 높여 교통사고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며 “단속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과태료를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동을 걸기 전부터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고속도로 진입 직전이 아니라 출발 시점부터 전 좌석이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한다.
명절이나 연휴에 가족과 함께 장거리 이동을 할 때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뒷좌석 승객들이 불편하다며 안전벨트를 풀거나 느슨하게 착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단속에 걸릴 뿐만 아니라 사고 시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린이 탑승 시에는 반드시 연령에 맞는 카시트를 사용하고, 13세 미만 어린이는 뒷좌석에 앉혀야 한다. 안전벨트를 착용할 때는 어깨와 가슴을 가로지르도록 제대로 착용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도로공사는 “안전벨트 착용은 생명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 수칙”이라며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사망률은 최대 9배까지 높아진다는 통계도 있다.
과속 단속만 조심하면 된다는 생각은 이제 옛말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는 속도뿐만 아니라 안전벨트 착용까지 철저히 확인해야 불필요한 과태료를 피하고, 무엇보다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