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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되는대로 Aug 30. 2024

마음을 보듬어주었던 구급대원

극단의 절망에서 마음을 보듬어주었던 구급대원


새내기 소방관인 김길환은 정신줄을 놓고 졸고 있었다. 오늘따라 출동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마무리해야 할 출동일지가 많았고 어쩌다가 정신을 놓고 있던 그의 귀에 우렁찬 출동방송이 꽂혔다.


졸던 그가 쥐었던 볼펜을 던지듯 내려놓고 벌떡 일어났다. 앉았던 의자 놀라 밀려나며  튕겨져 핑그르르 돈다.


김길환은 구급물품을 챙겨 넣다 밀쳐 뒀던 장비가방을 급히 채우고 잽싸게 구급차에 올랐다. 

냉정한 무전기는 자살기도로 피를 많이 흘리고 있다는 남자의 상황을 전송하며 삐빅, 치지직, 시끄럽다. 구형 모토롤라 TRS 무전기의 특징이다.


새내기 소방관의 가슴이 긴장감에 콩닥거리기 시작한 지 얼마지 않아 그를 태운 구급차 신고된 식당 앞에 닿았다.

이미 도착해 있는 경찰차 눈에 들어왔다.

 서성이는 2~3명의 경찰관들이 보였고 혀를 끌끌 차며 뒷짐을 지고 허공을 올려다보는 이도 보였다.

상황도 시간도 제법 지난 느낌이었다.


선임 구급대원을 졸졸 따라 13m의 동선을 지나는 동안 신참 김길환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자살기도자를 구조하러 간 현장에 긴장감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현장에 도착한 그들은 곧 상황을 파악다. 


경험적으로 알 수 있는 긴박하지도 않고 시간만 질질 끄는 지루한 현장, 마치 난전에 팔리지 않는 물건을 펼쳐놓고 그 위를 날아다니는 파리가 다섯마리가 맞는 지 숫자를 세는 물건 주인의 하품하는 모습만 같다.


50대 중반의 잘생긴 젊은 남자가 고고한 인상을 쓴 채 부처님처럼 가부좌를 틀고 식당 안에 앉아 있었다.


그는 왼팔을 곧게 뻗어 옆에 놓인 물이 담긴 폭 50cm 대야에 손목을 넣고 있는데 물이 벌건 것이 자세히 안봐도 핏물이었다.

선임 구급대원이 가까이 가려는 시도를 채 하기도 전에 자살기도자는 소리를 질렀고 상스러운 욕을 하며 더 다가오면 가만 안 두겠다고 했다.

선임 구급대원은 짜증과 32cm 길이의 단발성 한숨을 뱉으돌아 나왔고 앞서 경찰관들은 더한 욕을 들었음을 알 것 같았다.


다들 나갔지만 아직 모든 것이 신선한 김길환만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는 달랐다

모두가 끌끌 대 돌아섰어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기만 했. 

그를 본 성난 남자도 더말하지 않았다.


김길환은 자해환자가 자신을 잘 볼 수 있는 위치를 찾아 식당 한 끝탱이에 앉았다.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지척을 지켜주었는데 그 거리는 대략 9m 쯤 되었다.  둘은... 서로 존재하지 않는 듯  모른 척 했고 그 상태로  20여 분의 시간이 지났다.


그런 후 김길환은 자리를 옮겨 30cm  갔다.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자는 김길환이 약간 다가왔음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어쩌면 그는 김길환이 다가와 주기를 바랐는지도 몰랐다. 김길환은 진심으로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아픈 을 거들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김길환은 서두르지 않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1m, 1.5m, 4.5m 씩 남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만큼 나아가 다가갔고 그 거리큼 씩 마음 열리는 남자를 느꼈다.

드디어 자살자 앞에 게 된 김길환...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많이 힘드죠?"

"얼마나 힘드시면 이러셨나요... 이제 와서 미안해요"


삶을 포기한 남자 김길환을 가만히 바라다 보았다. 그러더니 눈에 물기가 괴는가 싶더니 갑자기 눈물이  줄줄 기 시작했다.

결코 멈추지 않을 것만 같았다.

비록  대어보진 않았지만 것은 뜨거운 것이었다.


지금까지 자기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줄 사람을 기다렸을까? 

울음을 멈춘 그는 자신의 말을 시작한다.


"내가 자네의 목소리를 들으니 마치 목회자의 말을 듣는 것처럼 편안하네..."


이후부터 김길환에게는 더이상 할 말이 필요치 않게 되었다.

그저 말없이 들어주기만 했다.

자살시도자는 담담히 자신의 인생사를 오래 이야기했고 혼자 울며 이야기 하다가 또 흐느꼈다.


자신을 자책하고 허랑방탕하게 살아온 젊은 날의 삶을 후회하는 그... 가진 집에서 태어났고 젊어서 오직 당장을 즐기며 살다가 이런 현실을 만날지 몰랐다. 연이은 사업실패로 유산탕진사랑하는 여자의 을 겪는 자기의 잘못만 같은 모든 고난에 지금까지의 삶이 너무 후회스워 자신 가슴을 쥐어 뜯으며 돌파구가 없는 실을 눈물로 쏟아냈다.


대야에 따순 물을 받아 놓고, 거기에 칼로 베어진 자신의 손목을 담그고, 길고 깊게 벌어진 살의 틈 사이에서 바닷속 해초 같은 무성한 피의 다시마 줄기들이 선하게 야들거렸다.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상처는 쉽게 아물어지지 않는다.

특히 믿고 의지했던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그 크기와 깊이만큼 회복이 쉽지 않다.


하지만 시간 많은 것을 치유하고 보듬는 힘이 있다. 

상대방을 다치게 한 사람은 진심으로 사과 후 시간의 힘을 의지해 상대방의 용서를 기다려야 한다.

김길환이 자살기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던 것처럼 말이다


용서의 힘은 시간의 소유이고 그것은 종용될 수 없다.


상처받은 사람에게 생긴 마음의 벽이 다시 완해 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큰 사안이든 작은 사안이든 스스로의 의지로도 다스리기 힘든 노력이 의미없는 감정 앙금이다.


다친 상처 당장 약과 처치가 필요하고, 

아무는 것에는 치유는 시간적 기다림이 필요.


그래서 시간이란... 행복과 불행, 만남과 이별, 기쁨과 슬픔 등 모든 것을 품고 모랫속에 파묻 전부 사라지게 만드는 신의 야속하고도 의미없는 용서와 같다.


어쩌면, 시간지나 게 되기도 한다.

자신을 다치게 한 상대방을 비로소 이해하 것,

네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는 연민 같은 것 말이다.









https://youtu.be/MUSaT2B7Lt8?si=OWNJKL1kaG1AQ1G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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