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나의 친구들이여 아으 그 공허한 이름이여
많은 경우 친구들 간의 오랜 관계가 가능한 이유는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 공존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그 친구와의 관계를 떠올려 보세요. 공허하고 불필요한 의리만이 남아있어도 서로 함께 하려는 감성이 있기에 끝내 그 관계를 이어가려는 것은 아닌지요.
저는 남녀관계와 마찬가지로 동성친구들 간에도 유통기한 같은 것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살짝 부패되었음에도 관성처럼 끌고 있는 관계가 있지요. 그것을 두고 발효와 숙성이라고 굳이 합리화 하면서 말입니다. 물론 희박하지만 실제로 그럴 수도 있고요.
시대유감입니다. 우정이라는 것이 꼬여버린 건 시대의 탓도 없지 않습니다. 카톡이라는 수단이 없던 시절, 얼마 안 되었죠. 우리는 분명 어떻게든 자주 만났을 겁니다. 지금 우리에게 남은 건 더 부대끼지 않는 대신 단톡방과 갠톡으로 몰래 오가는 관계의 무참함뿐인 건 아닌가요?
편의성으로 멀어진 우리를 스스로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수단은 밀착되어졌으나 관계는 정작 떨어뜨리는 아날로그에 반하는 도구들, 그것은 우리의 우정을 어떻게 허무 속으로 빠뜨려 놓았는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