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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Jul 08. 2017

공간에 대한 글쓰기(2)

24시간 단골카페(Days n Days) - 후기는 이렇게 써야 한다.

나는 현직 프리랜서이기에 카페에 자주 '간다.'

내가 하는 일이 궁금하다면 클릭하면 된다.

http://pf.kakao.com/_abhVd

지금 여기가 카페니까 '온다'라고 해야 맞겠지만 다른 곳으로도 가끔은 간다. 익숙해지는 걸 경계해야지만이 새로운 창작을 할 수 있기에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에 있어서는 같은 것을 보아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차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편적 공감대로 느끼는 동시에 작가의 개성으로도 달리 보는 관점에서 창작의 힘은 발현한다고 믿는다.



장점과 단점


내가 자주 오는 이 카페의 장점이라면 내 기준에서 백색소음이 평균적으로 적당하다는 점. 음료 하나에 머무르는 시간의 제약을 두지 않으니 몸과 마음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 또 여기는 무려 '대한민국 제과기능장'의 빵이 있는 베이커리와 함께 24시간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서 3~4시간 이상 있게 되면 도의적(?)으로 빵이나 커피를 추가 결제하긴 한다.


뭐 단골카페를 뚫는 행위로서 가장 큰 장점이라면 쿠폰,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분위기의 익숙함을 순응한 상태'정도로 꼽을 수 있겠다. 의자가 거의 쇼파라서 그것도 좋다. 오래 머물기엔 스타벅스보다 이곳이 딱이다. 또 화장실에 간 사이, 덩그러니 테이블 위에 놓인 노트북 등을 훔쳐갈 만큼 생계형 도둑들이 잡입하지 않는 카페라는 점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딱히 지정한 노키즈존은 아닌듯 하나, 우는 아기나 아이들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위치상 2층이라 그럴 가능성이 많다. 엘레베이터가 있긴 하지만 출입문에서 바라보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유모차를 끌고 오거나 업고 오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닐테지.


단골 카페 인증샷


이 카페의 단점도 물론 있다. 흔한 블로그 후기처럼 홍보할 생각은 1도 없다. 난 여기가 유지되길 바라지만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오는 걸 바라진 않는다. 때는 바야흐로 늦봄 즈음 에어컨을 너무 빵빵하게 틀어놓아서 조금만 줄여달라고 요청하면 직원은 아주 단호했다. 출입문 가까이에 있는 에어컨은 끄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면서. 그럴 때면 입을 삐쭉 내밀고 집에 가서 긴팔을 늘 갈아입고 오곤 했다.


내게 가장 예민하게 작용하는 단점은 반복되는 선곡이다. 나는 나중에 카페를 차리게 되면 단골 손님들에게 반드시 선곡표를 배려하리라는 생각을 했다. 다행인 것은 내게 자꾸 노래가사가 거슬리는 한국 노래는 어떤 알바가 있는 특정 타임에만 나오고, 대부분의 시간엔 팝송이 나온다는 점. 알아들을 수 없는 팝송 덕분에 비록 반복되더라도 집중이 가능하다. 영어공부는 안 해야겠단 합리화까지 다다른다.



빅데이터


카페 내에 있으면 귀를 닫아도 수다가 들리고, 눈을 깔아도 관찰력이 생긴다. 스토리도 피어난다. 몰카를 찍는 건 불법(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최대 3천만원 벌금형)이지만, 내 눈에 비친 풍경을 글로 써서 올리는 건 불법이 아니다. 자율이 주어지는 것이다. 카페는 이런 모든 점을 종합해보았을 때 글쓰기에 매우 적합한 공간이다(성향에 따라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가 보려하지 않아도 보이는 풍경이 있다. 손님들의 풍경이다. 사람이 풍경이 되는 시간은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기에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혼자 몰입해 개인작업을 할 때에는 관계로부터 해방되는 자유로움이 있는 것이다. 반 년동안 거의 매일처럼 출입하며 나름 분석한 이 곳 손님들의 빅데이터를 지금부터 공개하겠다.


이 곳에 오는 사람들의 유형은 크게 다섯가지로 나뉜다.

1. 아줌마들

2. 아저씨들

3. 커플

4. 그룹

5. 학생


기타 번외: 나같은 부류의 개인작업자들


1. 아저씨'들'과 5. 학생'들'의 카페 등장은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10cm'의 '아메리카노'란 노래가 판을 쳤을 때 즈음. 그로부터 몇 년 전에 카페 붐이 생겼을 때는 아줌마'들'이 대거 등장했다. 지방 카페에 가면 노키즈존이 없어서 천방지축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이전까지 카페 풍경은 개인적인 작업이나 보험계약(영업) 혹은 드라마에서나 보는(얼굴에 물 붓는)심각한 남녀커플들이 실로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불과 3~4년도 안 됐을 건데, 학생들은 시험기간마다 24시간 카페로 출몰한다.


커플들은 소위 시쳇말로 '물고 빨고'를 한다. 이 주변에 신라스테이는 있지만 검증된 모텔(여기어때나 야놀자 등에서 몰카안심존이라든지 숙박어플의 집단지성이 일러주는 후기가 좋은 숙박업소는)이 없는지 여기에서 그렇게 애정행각을 하고 갖은 몸짓으로 서로에게 유혹을 해댄다. 내가 돈만 있다면 돈을 쥐어주고 가까운 모텔에 보내주고 싶을 정도다. 카페 옆에 숙박업소로 이어지는 비밀통로가 하나 있다면 아마 그곳은 커플들의 성지가 될 것이며, 이런 식의 카페가 전국단위로 늘어난다면 우리나라 출산율 상승에도 일조할 지 모르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또 특이한 점 하나가 있다. 이 곳엔 실내에 흡연실 공간이 작게 있는데, 나의 통계상 손님 중 약 85%이상의 여성과 약 95%이상의 남성이 흡연자로 추정된다. 커플은 5커플중 4.5 커플이 흡연실로 함께 간다.


중년아저씨 남남커플이 내 주변에 앉았을 때는 어떨까? 그들이라면 가장 묵직하고 조용할 것 같지만, 결코 아줌마들 못지 않은 떠들썩이 시작된다. 중년의 남자들은 핸드폰을 꺼내보며 개인적으로 집중하는 법이 없다. 전화가 왔을 때야 또 모를까.

아저씨들을 빗댄 아줌마들을 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들의 본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경험적으로는 지혜로운 면이 있으나 억척스러운 면이 그에 못지 않다. 아줌마'들'은 대개 데시벨 조절이나 몸의 통제가 잘 안 되는 특성을 띈다. 전철을 타고 내릴 때 보면 걸음도 느리면서 꼭 끼어들기를 하는 상당수의 아줌마들을 보게 된다(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본성이 그러려니 하고 쉽게 바뀌길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이제 내 몸도 그들을 수용했나보다. 그들의 소음은 자연스레 제쳐두고 글쓰기 집중모드 ON이 자동작동된다.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기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기간이다. 또 종교에 종사하는 사람과 성경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꽤 많이 보인다. 간혹 여행계획을 짜는 이들도 보이고, 특이한 풍경 중에 이 카페의 단체석에는 주기적으로 카드놀이(보드게임인 듯)를 하는 집단을 목격할 수 있다.



더 가까운 카페


이 곳에 오기 위해선 더운 여름날에도 비가 쏟아지거나 겨울에 눈보라가 칠 때도 최소 7분은 소요해야 한다. 내 빠른 걸음으로는 5분 내로 주파가 가능하다. 집 앞에 번듯한 카페가 없냐고? 아니다. 있다. 여기만큼 수용공간이 크지는 않지만 어디에 꿀리지 않을 공간을 가진 예쁜 카페가 하나 있다. 내가 그곳을 두 어번 갔다가 다시는 안 가는데, 이유가 있다.


추운 겨울에 이 곳으로 이사오고 나서 카페를 물색하던 중 바로 집에서 느린 걸음으로 1분 30초도 안 될 거리에 괜찮은 카페를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그곳을 갈 때마다 느꼈다. '아, 손님이 없다고 히터를 잘 안 틀어주는 구나.' 틀어달라고 하기에도 나 혼자만 있으니 민망했다. 겨우(?)아메리카노를 시키고 노트북 켜고서 죽치고 앉아 있어야 하는데. 그리고 그곳은 24시간이 아닌 밤 10시인가 11시 마감이었다.

내 생활패턴을 규칙적으로는 만들어 줄 수 있으나 열정을 보장해주는 공간은 아니었다. 결국 집에서 1분 30초도 안 되는 그 예쁜 카페는 내가 거의 매일같이 올려줄 아메리카노 매출을 놓친 셈이 되었다. 그 사이 지금 단골이 된 약 7분 거리의 24시간 카페는 업그레이드가 되어 빵을 놓는 곳도 버튼식으로 바뀌는가 하면 빵 종류도 더 많아지고, 좌석 배치도 훨씬 효율적으로 바뀌었다. 사람들도 내가 처음 올 때부터 지금까지 늘 붐비는 편이다.



커피 맛 그리고 빵


원래 카페는 커피를 마시러 오는 공간이었을까? 역사적으로 유럽의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살롱처럼 토론도 하고 수다를 떨고 책을 읽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평균 4천원 정도의 기본 메뉴인 커피를 마시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맛도 보장이 되어야 하겠다.

카페는 공간을 파는 곳이라지만 베이커리와 커피에 대한 자부심을 곳곳에 사진이나 글귀로 노출시켜 놓았다. 나는 빵과 커피를 그다지 선호하는 식품으로 꼽지 않기에 말 그대로 공간이 좋지 않으면 굳이 빵과 커피를 기본 메뉴 이외에 다양하게 구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가끔 강좌 준비 등을 하면서 새벽 4~5시까지 집중할 때가 있는데, 그땐 다양한 빵을 먹을 수 있음이 감사하기까지 하다.


커피 맛은 이곳 커피가 싸구려는 아니지만, 내 기호엔 맞지 않아서 시켜놓고 거의 다 버리는 편이다. 음료를 시키지 않으면 공간을 이용할 수 없는 시스템이기에 그렇다. 아메리카노와 카푸치노를 합친 'DnD스페셜 아메리치노'라는 이 곳의 이름을 건 메뉴는 나의 단골메뉴이긴 하다. 아이스 메뉴만 가능하다.


나는 작업실이 필요한 걸까? 아닐 테다.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내 눈 앞에서 같은 색깔의 의자에 수시로 바뀌는 경험도 참 독특하다. 시간의 변화도 느낄 수가 있다. 떠드는 이야기는 내가 들으라고 하는 소리도 아니요, 내가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지도 않지만 아주 잘 들릴 때가 있다. 그것도 가끔은 글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재미있는 경험이다. 아까 말한 관계의 해방이라는 점에서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좋은 이 단골 카페의 공간이 난 참 편하고 재미있다.


일기만큼 중요한 것이 후기가 아닌가 한다. 공간의 후기, 만남의 후기, 감상(독서, 영화, 공연, 전시 등)후기는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다시 보는 순간 그 당시가 거짓말처럼 펼쳐진다.
난 후기의 힘을 믿는다. 후기의 정석으로 연재해야겠다. 방금 커트하고 온 헤어샵을 예약하는 어플에 내가 남긴 한 달 전 후기를 보고 헤어디자이너 분이 너무 잘 써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외우듯 말하고는 침묵하고 커트했다. 커트는 매우 맘에 든다 ㅎㅎ 언젠가 그 헤어샵도 브런치에 써야지.
참 내가 쓰는 글과 이번 신간으로 나올 책 <문장의 위로>의 편집 8할은 이 카페에서 이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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