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다면 하는 놈
작사가의 꿈을 꾼 적이 있다.
언제나 그랬듯 나는 꿈을 향해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 그들은 기억 못 하겠지만, 미니홈피•이메일을 통해서 조은희 작사가, 김형석 작곡가 등에게 연락을 취하고 내 글을 보여주고, 피드백도 받았다. 임창정이나 김이나 작사가는 김형석 작곡가 눈에 띄어 가수가 되었고, 히트 작사가가 되었는데, 나는 실패했다. 결론은 소질은 있으나... 였다.
만화가의 꿈을 꾸었을 때도 중학교 1학년 때인가? 초등학교 6학년 때인가, 그런 기회를 알려줄 리 없는 학교에 직접 공문을 제출해서 전국 만화 경진대회에 출전했다. 둘리를 그린 김수정 화백과 달려라 하니를 그린 이진주 화백으로부터 소질은 있으나...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신성우라는 가수를 좋아했다. 그의 노래가 나를 숨 쉬게 했던 시절은 무려 중학교 2학년(15세)때였다. 그의 전곡을 전주만 들어도 외울 정도로 좋아했다. 당시 팬카페에 장문의 글을 올려 운영자를 하고 싶다고 운영자 누님들을 졸랐다. 기특했던지 나를 운영자로 승급시켜주었고, 행사 아이디어를 내거나 보조를 하기도 했다. 7년 즈음 지났을 때였다. 그와 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그의 공연을 보러 가는 전 날 침상에 누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었다. 그 꿈이 실제 그의 콘서트에서 거짓말처럼 이루어졌다. 인터뷰 세례에 M.net출연은 덤이었다.
라디오 작가를 꿈꿀 때가 있었다. 방송 제작국에서 잠깐 일도 해봤다. 그 전엔 방송작가 아카데미를 수료했다. 방송국에 여러 번 가서 TV 출연, 라디오 방청도 해보았다. 현실은 그 좁은 문을 통과하기에 내가 너무 부족했다. 생각이 어리기도 했으며, 운도 따르질 않았다. 남자셋 여자셋 문선희 작가님이 원장이셨는데 글을 잘쓰고 아이디어가 좋고 무엇보다 성실하다고 칭찬해주셨다. 그러니까 나름 소질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책을 내겠다는 꿈이나 작가의 꿈을 꾸진 않는다. 다만 '매일 글을 쓰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며 매일 성취하는 중이다. 독서모임과 필사 모임에 참여하거나 직접 만들어 운영한 것도 책을 집중해서 읽지 못하는 성향 때문에 나를 그런 환경에 의도적으로 노출시킨 것이다. 사람들이 읽을 만한 글을 내가 쓰고 싶다면 읽기 힘들어도 책은 읽어야 하니까. 지금은 전보다는 많이 즐기는 편이다.
나는 정말 '한다면 하는 놈'이었다. 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늘 나 자신을 이렇게 규정하며 산다.
나만의 콘텐츠로 내 이름을 내 건 강연을 하고 싶었다. 당장 신촌에 있는 스피치 학원에 등록했다. 서울에 사니 이런 게 잘 되어 있어서 좋았다. 기본반에서 4회 수업을 들었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 스피치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은 내게 나머지 기본반 과정을 패스하고 고급반으로 가는 것을 추천해주셨다. 그땐 직장인인데다 사정이 생겨서 기본반이 총 8회 과정임에도 계속 다니질 못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났다.
어느새 나는 내가 기획하고 모집하고 진행하는 강좌•강연•모임을 하고 있다. 책도 출간했다. 샘, 작가님이라고 불린다. 내 꿈을 매일 치열하게 이뤄가고 있다. 생계만 보장된다면 모두 무료로 전환하고 싶을 정도로 함께 하는 이들로부터 정말 많은 걸 배운다. 언젠가 이 꿈도 이뤄질 수 있길. 아니 이뤄지리라. 나는 '한다면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