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덕분이었습니다.
브런치에 10년 넘게 글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을 밝히자면, 사실 보상 덕분이었습니다. 저 이동영 작가는 그냥 순전히 운이 좋았던 거예요. 평소 '꾸준한 글쓰기'를 주창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꾸준할 수 있었는지를 냉정하게 돌아보니, 단순히 인내, 끈기, 근면, 성실 따위가 아니었더라고요.
브런치 작가 심사에 통과하고서 제일 처음 올렸던 글(2015년 12월 발행)이 Daum 포털 메인과 브런치 메인에 떴었습니다. 자연히 구독자들이 몰리고 조회수가 올랐죠. 저는 다 이렇게 해주는 줄 알았어요. 올리는 글마다 노출이 잘 됐거든요. 아마 브런치 초창기(2016년)에 꾸준히 발행을 해서 제 계정을 밀어주었던 거 같습니다. 가끔은 너무 자주 노출되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었어요. 어떤 글은 엄청 공유되는 것까진 바라지 않는데, 당시 카카오톡 채널에까지 떠서 커뮤니티에도 퍼지고 그 여파로 또 몇 만 명 몇십 만 명씩 몰리니까 그중에 꼭 악플을 다는 사람은 있더라고요.
1.2만 명이라는 구독자 수나 100만 조회수라는 단일 글 조회수 기록, 4권의 출판사 계약(브런치 보고 제안)이 없었다면 내가 과연 10년 이상 꾸준헸을까? 생각해 보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려봅니다.
반응이 있고 그것이 인정으로 바뀌어야 기대 이상의 보상으로 도파민 분비가 되어서 더 브런치 글쓰기가 즐거운 법이에요. 저는 운이 좋았지만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브런치 작가님들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글이 메인에 노출될 수가 없으니까요.
저도 아마 반응이 없었다면 일찌감치 그만두었을 겁니다. 장담은 못하지만 뭐든지 포기가 빠른 사람이거든요. 시행착오를 겪을 순 있지만 '죽어도 안 되면 되는 거 해서 일단 살고 보자'가 제 신조입니다. 저는 그저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마다 운 좋게 보상이 따랐던 거예요. 단순히 제가 특별하게 끈기가 좋았던 게 아니라요.
그러니 혹시나 내가 끈기가 부족한가? 난 글쓰기에 소질이 없나? 난 글쓰기가 즐겁지 않은 사람인가? 하고 의심하지만 말고요. 조회수, 구독자수, 출간 제안, 강의 제안 같은 것이 브런치에서 보상처럼 따랐었는지를 돌아보세요. 아니라면 그건 외부동기의 영향이 부족해서 내적동기를 만들지 못한 것뿐이지, 내 글쓰기가 무조건 문제이거나 내가 성실하지 못한 게 아닌 거랍니다.
약간 전략적인 접근도 때때로 필요합니다. 이곳은 출간작가가 목적이어야 하는 글쓰기 플랫폼인데, 일기장처럼 쓰고 싶은 글만 끄적이면 아무래도 독자의 관심을 끌기가 쉽지가 않아요. 정확하게는 브런치 에디터 픽에 잡히지 않죠. 쓰고 싶은 글과 동시에 잘 팔리는 글도 건강한 자극을 입혀서 가끔은 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시리즈로 연재히면 베스트고요. 일단 눈에 띄어야 내 글의 진정한 가치와 잠재력을 알아보는 독자와 출판사가 나와 연결이 될 테니까요. 매거진이나 브런치북으로 엮어서 투-트랙으로 전략적 글쓰기를 해보세요. 저는 그렇게 쓰고 싶은 에세이와 써야 했던 인기글을 전략적으로 써서 독자와 출판사를 사로잡았습니다. 요즘엔 주로 쓰고 싶은 글만 쓰긴 하지만요.(그래서 팔로우 구독자가 잘 늘지 않습니다)
제가 꾸준히 쓰면 된다라고 그냥 말씀드려 왔던 것이 무색하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상 없이 계속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람도 물론 있긴 있을 거예요. 다른 여유가 넘치거나 진짜 이거 아니면 안 되는 (글과 정체성이 같은,) 절실함에 가득 찬 작가님도 더러 있을 겁니다.
그건 제가 볼 땐 0.5% 정도 희박한 경우이고요. 그 외에는 전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본업도 바쁜데, 당장 어떤 보상도 안 따르는데, 내 글쓰기 실력을 들키기도 하고요. 때론 내 아이디어를 공개하는 부담을 각오해야 하잖아요. 누가 관심있게 읽어주지도 않는 브런치 글쓰기를 지속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게 어쩌면 정상인 거예요.
그러니 첫 번째, 생각지 못한 보상이 언젠가 올 거라는 희미한 기대 정도만 품고 성장마인드셋으로 그냥 쓰세요. 그게 아니면 진짜 일주일, 이주일에 한 번 정도만 취미로 쓰세요.
두 번째, 진짜 책을 출간하겠다는 목적으로 목차까지 다 기획해서 원고마감일까지 정하고 '작가'로서 시리즈 연재를 지키려는 태도로 쓰세요. 그게 아니면 한 달에 두세 번 정도만 힘 빼고 써도 괜찮아요.
그런데 보상을 받는 건요. 확률을 높이는 파이를 키우긴 해야 합니다. 더 자주 더 꾸준히 더 완성도 높게 쓴다면 출간 제안이든 강의 제안이든, 협업 제안이든, 조회수가 오르든 좋아요 수가 오르든 노출이 되든, 팔로우가 많아지든 멤버십 유료 구독자가 많아지든 뭔가 보상이 따를 거예요.
확률을 높이는 게 보장을 해주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운이 더 따른다면 가끔씩 올리는 글도 어쩌다 보상이 따를 수 있을 테니까요.
중요한 건 자신을 너무 탓하거나 저 같은 운 좋은 사례와 비교해서 글쓰기를 일찌감치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글은 10년 넘게 브런치 작가로서 활동해 온 제 비결이 무조건 꾸준히가 아니라, 보상이 따라서 운 좋게 꾸준히-였다는 걸 고백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