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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Sep 29. 2016

생각

01

하루의 꽃이 향기를 접을 무렵, 나는 심각해졌다. 제대로 상상해본 적 없었던 이 나이를 내가 먹었구나. 기어이. 애써 외면하던 내면의 객관이 요동치는 휴일저녁이다. 서른이 많은 나이인가? 눈치를 보고 살아야할 만큼 자유롭지 못한 나이인가? 내가 책임질 수만 있다면 더 무모해질 필요도 있지 않아? 아니 곧죽어도 출근하자. 꼬박꼬박 월급주는데. 이런 복에 겨운 새끼! 찌질하기 그지없던 백수시절을 떠올려봐.
아, 생계유지를 핑계로 어떤 용기도 내지 못하는 내가 육십먹고 지금을 회상해보면 얼마나 한심할까? 별별 생각이 다 들지만 좀체 바뀌는 건 하나없이, 시계바늘은 다른 숫자를 향해 슬그머니 자리를 옮긴다.

02

저마다의 인생은 심각하다. 오늘도 어제처럼 '이건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니'라면서도 낯선 꿈의 거리에 익숙하게 걸어가기로 한다. 겨우내 수능이 끝나면 본격적 체제의 순응이 시작된다.

03

언제 집중해 본 적이나 있던가? 냉철하게 질문해보자. 혼자, 홀로 나에게 날 온전히 허락해준 적이 과연 언제였는가 말이다.
어느날 필요에 의해서 쓰기 시작한 기계가 하루종일 내 일상을 차지하며 순간을 견디지 못하게 하는 도구가 되어버렸다. 한낱 인간의 삶이라는 게 애석하기가 그지없다. 나와 나 사이에 질투라는 감정조차 느끼지 못하는 기계따위가 내밀한 관계를 침범해버린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나를 사랑하는 방법 이전에 관계맺는 방법 자체를 모르고 있었는데, 맘껏 터치할 수 있는(게다가 말 잘 듣는) 이 녀석에 홀딱 바람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누가 뭐라해도 관계의 출발은 진심어린 공감이 아닌가. 누군가의 인생에 공감하기 위해선 나에게 먼저 공감하는 과정이 중요하지만 이를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는 조그마한 기계를 통해 세상에 매순간 인증하고 있다.

 '나는 외롭지 않으며 잘 살고 있어요.'

매순간 인증한다는 건 진짜 내 순간은 텅 비어 있는 거다. 그렇게 오늘도 공허함을 인증하고 있다.

04

인생은 얼핏보면 반복되는 것 같지만 착각이다. 다 같은 제목의 책이라할지라도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새롭게 넘기고 있는 중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모든 것이 새롭다. 내게 펼쳐진 이 상황들이! 한 문장 한 문장 복잡하게 두지말자. 복잡한 주제를 단순하게 풀어내는 능력, 베스트셀러가 될 자질이 아니겠는가!



201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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