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베네치아(이동영)
로봇청소기와 세탁기는 가끔 정말이지 밉다.
빨래와 청소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승화시켜주는 행위던가.
너희들이 특권을 앗아가버렸다.
안쓰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면 할말이 없다. 발버둥 쳐봐도 이 시대가 그걸 요구하고 있으니까. 변명이라도 이게 전부다.
정감있는 전화번호 외우기는 이제 사라진지 오래다.
휴대전화를 분실하고 공중전화를 찾았을 때, 몇명의 번호나 기억할 수 있을런지!
이런 경우, 난 세상에서 홀수가 되어버린다. 번호도 010만 더듬어 볼 뿐이다.
텅 비어버린 머리는 길찾기에도 적용이 된다. 앞차 꽁무늬만 집중하게 만드는 네비게이션 기계음성이 인간의 생각마저 앗아갔다.
가끔은 운전 중 방황도 다른 길로 돌아가며, 천천히 갈 여유를 가르쳐주곤 했다. 의견을 조율하다가 찾으면 서로의 손뼉을 마주치곤 했다.
이젠 이러한 풍경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주위의 여정이 기계처럼 흘러가고 있다.
2012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