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대인관계에 대한 고유의 철학은 해가 지나면서 완성되어 간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지 않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을 명확하게 두고 이어가는 편이라고 오늘 내 입으로 말했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더 정확하게는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대신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지만 장점을 배우고 싶고, 단점은 어느 정도 수용가능한' 사람의 유형을 둔다. 사실 이 유형의 사람들과 오래 지내되 대개는 거리유지를 한다. 이는 내가 모임을 이끄는 걸 좋아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데, 거리감이 주는 예의와 간섭없음, 약간의 관심과 리액션을 인간관계에서 선호하기 때문이다. 깊어지는 건 영 싫다. 상처를 회피하는 비겁한 짓이긴 하지만, 동시에 완벽하게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기도 하므로.
어느 정도의 타인에 관한 환상들을 거리유지를 통해 간직하고 싶은 욕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