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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Apr 04. 2017

실패하면 뭐 어때?

경험을 딛고 전진하는 거야

맺음에 대하여

발상노트:

이 글은 썸을 타기만 하고 고백이든 뭐든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반복적으로 맺음을 못하던 내게 친구가 상담해 주었던 것에서 시작된 글이다. 내가 자존감이 낮아서 무모하지 못한 것 같다니까 친구가 이렇게 말한 것이다. 남녀관계는 특히나 맺음을 잘 해야 하는 법이라며 일단 '해보면' 자존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그 썸녀와는 어떻게 되었냐고? 궁금하면 커피를 쏘시라.


내 모든 짧은 단상 글은 언제나 한 가지 사건으로만 이루어지는 법이 거의 없다. 영감의 그릇이 넘쳐야 비로소 텍스트가 빈 칸에 새겨진다.


내가 햇수로는 2년 동안 얼마 전까지 다녔던 전 직장이 있었다. 그 곳에서의 첫번째 팀장은 나의 페친(페이스북 친구)이었다. 평소 '선생님' 정도로 불렀었다. 이후 오프라인에서 우연히 뵈어서 새로운 사무실을 차릴 때 작은 화분을 보내기도 하는 등의 인연을 이어왔었다. 그로부터 또 몇 년이 지나고의 일이다.


대전의 모 아울렛에서 판매실적이 월등하게 좋았음에도 매니저의 부당한 횡포로 월급을 7개월 째 수습급여 수준에서 올려주지 않자, 열이 받은 채로 뛰쳐나와 고향 군산에 내려간 지 단 2주만에 그 선생님께 연락이 온 것이다. 내 수중에 독립할 만큼 모아둔 돈은 없고, 서른은 되어가고 백수가 된 지 얼마 안 돼 집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던 시기였기에 연락을 주신 것으로도 고마운 마음을 먹고 면접을 보러 바로 상경했다. 업종은 기업이나 기관 등의 마케팅 및 홍보대행이었다. 면접은 다른 분으로부터 받았고 결과는 합격이었다.


다음 날 바로 부여된 내 직무는 국내 온라인 유통분야 1위인 규모상 대기업 산하 유통 플랫폼 소비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일이었는데, 이 업무계약이 확정되자 팀장님은 나를 실무 담당자로 염두에 두었다고 하셨다. 입사직후, 처음엔 이것이 나에게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2~3개월 그런 감정에 휩싸여있을 때, 팀장님과 사무실 건물 뒷 편에 있는 뒷고기 집에서 소주 한 잔을 걸치며 대화를 이어가던 중의 일화다.


선ㅅ.. 아니 팀장님,

저는 솔직히 클라이언트 기업이 너무 커서 부담스러워요. 제 전문적 역량도 없는 것 같고.....


팀장님이 말했다.

동영아, 생각해봐. 내가 널 괜히 추천했겠니?

믿으니까 추천한 거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올린 거야. 난 사람 유형 중에 말야, 멍청한데 고집까지 부리는 사람이 제일 싫어. 근데 내가 볼 때 동영이 넌 똑똑해. 잘해. 지금도 열심히 잘하고 있고.


고맙습니다. 근데, 저 때매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쩌죠?


바보같은 질문이었다. 동시에 그땐 아주 솔직한 질문이었다. 기업 실무진과 커뮤니케이션 해보는 게 처음이었는데 마케팅 전문용어가 오가고 미션은 쏟아지고 무에서 유의 커뮤니티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라, 업무량은 점점 감당할 수가 없는데 실수는 쌓여가서 잔뜩 쫄아있던 상태였다.


동영아, 일단 해봐. 실수는 시행착오로 줄여가는 거야. 첨부터 잘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니? 동영이 넌 잘할 거야. 그리고 만약에, 잘 안 되고 실패하면, 뭐 어때?


실패해도 괜찮아


무조건 (성공적으로)잘해야 한다 부담감 가질 거 없어. 하다보면 잘못될 수도 있지. 그땐 케어해 줄게. 우리가 그런 일로 널 자를 일은 없을 거야.


난 위 대화를 잊을 수가 없다. 물론 토씨는 다를 수 있지만 내용은 같았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이 얼마나 위안이 되던지.


그리고 그 업무만 1년 반을 주도적으로 이끌었고, 해당 대기업의 신입사원 교육 시에 내가 맡았던 커뮤니티를 띄워놓고 교육할 정도의 긍정적 방향으로 활성화되었다. 물론 나 혼자 한 건 결코 아니지만, 나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 한 마디가 실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성공으로 이끄는 마중물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을 믿고 그대로 나아가는 일이다. 근데 누군가 그 사실- 너를 믿으면 된다는 것-과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 한마디로 북돋아준다면 방황의 시간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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