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잡이

by 시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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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터미널 안으로 참새가 들어왔단다. 어디서, 무슨 수로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터미널 천장의 좁은 틈새로 항공사 라운지며 식당을 이리저리 오가며 곳곳에 똥을 싸 놓았나 보다. 이런 종류의 민원은 또 처음이라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굳이 업무분장으로 따지면 우리 팀이 응대해야 할 일도 아닌 것 같았다. 입주업체 입장에서는 나름 여기저기 다 요청해 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소리만 듣고 마지막으로 우리 쪽에 연락한 것이라 대뜸 “저희는 상관없는 일입니다”라고 단칼에 거절하기도 난처한 노릇이었다. 다들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역시나 다정다감하고 배려심 깊은 우리 팀장님께서는 우리가 직접 해결해 주자고 하신다. “무슨 뾰족한 방법이 있으신가요?”라고 여쭤보고 싶었지만 그러면 또 괜히 말을 꺼냄과 동시에 감투를 쓰게 될 것 같아서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나, 역시나 만만한 나를 끌고 당장 현장에 한 번 가보자고 하신다.

휴업 중인 항공사 라운지의 소파 위에 하얀 새 똥이 떨어져 있다. 그 흔적이 한두 군데가 아닌 것을 보니 안으로 들어온 지 며칠은 되었나 보다. 아님 한 마리가 아니거나. 영업을 쉬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이용객이 있는데 머리 위로 새똥이 떨어졌다가는 비명소리가 들리고도 남을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멀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라운지 매니저님께서 예의 난처하고 아쉬운 얼굴로 팀장님과 나를 향해 연신 저 놈의 새를 잡아달라고 신신당부하시는데, 또 그 앞에서 속마음대로 “이걸 우리라고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라고 냉정하게 말하기도 인간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친절하신 팀장님께서 걱정 말라고, 어떻게 해서든 우리가 해결해 주겠노라고 호언장담하시는 통에 멋쩍은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팀장님과 실제로 새가 발견되었다는 근처 식당으로 이동했다. 영업시간 전에 방문한 우리를 시큰둥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종업원들은 “참새가 여기에 나타났나요?”라는 팀장님의 물음과 동시에 눈빛이 달라졌다. “아침에 출근하는데 새가 여기 이렇게 앉아있지 뭐예요.” 대뜸 종업원 중 하나가 자기 휴대폰을 내던지듯이 우리에게 들이밀었다. 화면을 두 손가락으로 연신 확대해서야 이게 새구나 할 만한 작고 검은 형태가 보였다. 이 조그만 게 몇 날 며칠 수십 명 공항근로자의 애간장을 녹인 그 대단한 녀석이란 말인가. 안 그래도 바빠서 화장실 갈 시간도 아껴가며 일하고 있는 나에게 일거리 하나를 더 얹어준 얄미운 녀석이란 말인가. 작은 참새 한 마리의 예상치 못한 큰 영향력에 놀람과 동시에 매년 수천만 명이 이용하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공항을 지었지만 미약한 생명체 앞에서 속수무책인 인간의 아이러니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상상 속의 동물인 줄만 알았던 공항 안의 참새가 실재하는 것을 알았으니 이른 오전부터 팀장님을 따라 이리저리 일만 보 정도 걸은 것에 대한 수확은 있었던 셈이다. 그건 그렇고 광활한 터미널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이걸 무슨 수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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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는 야생조류퇴치반이 있다. 새가 비행기에 부딪히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를 예방하기 위해 24시간 상시 조류퇴치 활동을 수행하며 운항 안전을 확보하는 인력이다. 혹시 터미널 내부에 들어온 새도 잡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퇴치반에서는 산탄총으로 새를 잡기 때문에 실내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조류퇴치 드론도 안전상의 문제로 터미널 내부에서는 띄우기가 어렵다는 응답을 받았다. 그럼 새덫이라도 설치해야 하나? 팀장님과 시설환경팀을 찾아갔다. 공항의 환경미화 및 해충퇴치를 담당하는 부서다. 시설환경팀장님께서도 참새의 침입(?)에 대한 정보를 들으신 모양이었다. 팀장님들께서는 실제로 개항 초기에 여객터미널 밀레니엄 홀의 커다란 가짜 소나무를 보고 제비가 날아든 적이 있었다는 얘기를 나누시곤 개항을 준비하던 이야기, 먼 옛날 배를 타고 다니며 공항을 건설하던 이야기까지 추억 속으로 만담여행을 시작하셨다. 조용히 옆에서 아픈 다리를 주무르며 기다리다가 시설환경팀 대리님께 혹시 이런 사건이 전에도 있었느냐고, 시설환경팀에서 이런 일은 안 하느냐고, 자연스럽게 일을 토스해 볼 의향으로 떠보는 질문을 던졌지만, 철벽처럼 모르겠다는 얘기만 돌아올 뿐이었다. 포기하고 새덫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새덫은 따로 없고 쥐를 잡을 때 쓰는 끈끈이가 있다고 했다. 아쉬우니 그거라도 가져가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새덫과 팀장님을 챙겨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이걸로 새가 잡히려나? 그 효용이 의심스러움과 동시에 옛날 시골 할머니 집에서 끈끈이에 붙잡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던 생쥐가 생각나 소름이 돋았다. 사실 참새는 쥐나 해충처럼 해로운 생물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서 잡아야 하나 싶었지만 참새가 스스로 들어왔던 길을 거슬러 나가지 않는 이상, 이 방법 말고는 광활한 터미널을 날아다니는 것을 잡을 방법이 없을 것 같긴 했다. 미끼로 무엇을 쓸까 생각하다 직원식당에서 쌀알을 받아서 깔아보기로 했다. 주방 여사님께서 흔쾌히 쌀 한 줌을 건네주시며 “이걸로 참새가 잡힐까요?”라고 의문을 표하셨다. 겸연쩍은 웃음과 감사인사로 답변을 대신하고 쌀 한 움큼을 고이 품에 안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쌀알을 끈끈이에 깔았지만 그걸로는 좀 모자라 보여서 사무실에 굴러다니는 과자를 잘게 부수어 같이 뿌려주었다. 그리고 새 똥이 보였던 곳 근처에 듬성듬성 끈끈이를 놓았다.

까맣게 새의 존재를 잊고 지냈는데 며칠 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내 명함을 받아 간 식당의 지배인이었다. 주말에 새가 잡혀서 고맙다는 얘기를 하러 연락을 한 것이라며 잡힌 새 사진을 보내준다고 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없다고 얘기할래다가 말할 타이밍을 놓쳐서 알겠다고, 또 불편한 일이 생기면 연락하라고 의례적인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정말 그 조악한 새덫에 참새가 잡혔다고? 기대치 않은 결과에 조금 의아했지만 어쩔 수 없이 올라가는 입꼬리와 함께 약간 뿌듯한 마음과 살짝의 만족감이 느껴졌다. 곧이어 도착한 문자메시지에는 끈끈이에 온 날갯죽지가 들러붙어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새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순간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주변에 사람이 많아 체통을 생각해 숨을 틀어막았다. 참새가 아니라 그것보다는 조금 더 큰, 색이 화려한 이름 모를 새였다. 뿌듯했던 만족감은 이내 미안함으로 바뀌었다. 그러게 뭣하러 터미널까지 들어와서 이렇게 생을 마감했니. 정말 미안하지만 나 말고 우리 팀장님을 원망하렴. 죄책감을 회피하며 그 와중에 잡힌 새가 천연기념물이 아니길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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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토당토않은 새잡이를 하고 보니 아주 어렸을 적 시골에서 살던 일이 생각났다. 다섯 살 때까지 나는 넓은 대나무밭과 뒷마당이 이어진 한옥집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당시 부모님과 학교에 다니는 누나들은 가까운 도시에 따로 살았는데 격주로 나를 보기 위해 시골집에 들르곤 했었다. 나의 가장 이른 기억들 중 대부분은 이 집에서 일어난 일들인데 그중 하나가 아빠와 함께한 참새잡이다. 내 기억이 또렷해졌을 때부터는 더 이상 사냥을 하지 않으셨기에 언제 접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 아빠는 공기총으로 참새나 꿩 등을 잡곤 했었다고 한다. 아마 오랜만에 집에 온 아빠가 주말 아침에 나를 깨워 한 손에 공기총을 들고 마당 뒤편의 대나무밭으로 데리고 나간 때였을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아빠가 좋아서였는지 아님 사냥놀이가 재밌어서였는지, 그것도 아니면 상쾌한 아침 공기와 샛초록의 대나무가 마음을 달뜨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빠 손을 잡고 사냥감을 찾아 둘레둘레 걷는 대나무밭이 마냥 신났다. 조심조심 걷다가 멀리 앉아있는 새를 발견하면 아빠는 총에 달린 조준경으로 그것을 보여주셨다. 아빠의 사격솜씨가 어땠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어쨌든 매번 참새 몇 마리를 잡아서 다리에 줄을 묶어 딸랑딸랑 들고 왔던 것을 생각하면 나의 처참한 사격실력은 아빠에게 물려받은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할머니는 그 모습을 못마땅해하셨던 것 같지만 오래간만에 아빠와 시간을 보내며 신이 난 손자 녀석의 얼굴을 보고 대놓고 불만을 표하시진 않으셨다. 그때는 참새를 잡아먹는 것이 세시 풍속 비슷한 것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어렴풋이 잡아온 참새를 가마솥 장작불에 구워 먹었던 기억도 난다. 역시나 참새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그 맛이 꽤나 괜찮았는데, 외국 어디에선가 참새고기가 고급 식재료라고 하는 것을 여행프로그램에서 보고 끄덕끄덕했던 것이 경험에서 비롯되었나 보다. 물론 할머니는 내가 참새고기를 먹는 것을 보고 아빠에게 아주 많은 잔소리를 했지만. 아주 어린 기억 속의 그 주말 아침 공기와 넓고 푸른 대나무밭, 고소했던 참새구이, 그리고 자상하고 젊었던 아빠 얼굴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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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건 한바탕 새잡이는 완료되었고 팀장님은 또 한 건 했다는 자부심에 어깨가 천장까지 뚫을 기세다. 나 역시 어깨의 짐 하나를 내려놓은 느낌이라 자부심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이 조금 홀가분하기는 했다. 여기서 끝맺음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의욕 넘치는 팀장님께서는 ‘민원해결사’로서 우리 팀의 실적을 정리해서 분기별로 본부장님께 보고하는 게 어떻겠냐는 지시와도 같은 제안을 하신다. 팀원들은 다들 우물우물하며 동의도 반대도 하지 않았는데, 어쨌든 팀장님을 따라나서 함께 해결사 노릇을 자처(?)한 내가 그 업무를 맡게 될 거란 심증이 있어서였을 것이다. 물론 소심쟁이 예스맨인 나로서도 강하게 그럴 수는 없다고 이야기하지 못했다. 공항에서 새나 잡으려고 입사한 건 아닌데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순간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큰 힘 들이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했던 일을 해결해 줬으니 스스로 뿌듯해도 되는 일인 것도 같다. 또 그 사람들이 하나같이 열심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기 때문에 톱니바퀴처럼 공항이 문제없이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나도 그 톱니바퀴 중 하나로서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해낸 것이라 생각하며, 불평과 불만 대신 감사와 겸손하기로 다시 한번 다짐한다.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는 다른 팀에서 새로운 팀장님과 새로운 업무를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 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