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울었니? 이제 할 일을 하자
귀멸의 칼날 극장판을 보는 건 무한열차 편 이후로 두 번째다.
귀멸의 칼날은 20세기 초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픽션 애니메이션이다. 세상엔 사람을 잡아먹는 혈귀가 있고, 그 혈귀를 퇴치하는 귀살대라는 칼잡이 부대가 있다. 혈귀는 귀살대 칼로 목을 자르거나, 햇빛에 쬐이는 방법 외엔 죽일 수 없는 무시무시한 괴물이다. 귀살대는 특별한 호흡이라는 여러 검법을 사용해 혈귀를 죽이는 초인들이다.
주인공인 탄지로는 혈귀의 왕인 무잔에게 가족을 잃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동생을 혈귀에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소년이다. 극 내용자체가 단순해서 더 설명할 것도 없다. 혈귀는 나쁜 놈들이고 귀살대는 착한 사람들이다. 착하고 멋진 귀살대가 나쁜 혈귀를 물리치는 판타지 액션 애니메이션, 이것이 귀멸의 칼날이다.
1기부터 느낀 것이지만, 이 만화는 쓸데없는 회상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 쓸데없는 회상이 쓸데없이 비장하기까지 하다. 귀살대의 사장이라는 우부야시키가 아주 훌륭한 인물이라서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 충성하지만, 솔직히 그렇게까지 대단한 일을 하지도 않는다. 그냥 귀살대 전체가 우부야시키 덕질하고 혈귀 혐오하는 사람들이다.
1기부터 이번 무한성까지 같은 내용이 반복된다. 탄지로와 친구들이 혈귀를 만나고, 싸우다가 힘이 부족해서 밀리고, 회상하면서 새로운 힘을 얻고, 적을 물리친다. 혈귀도 죽을 때가 되면 회상을 한다. 혈귀나 귀살대나 한컷 나오는 잡졸들 말고는 대부분 자기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냥 극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이 PTSD 환자들이다. 무잔 얘도 상담치료와 적절한 약물처방을 받았으면 잘 살았을지 모른다. 그리고 아무리 전근대라지만, 이렇게 억울한 사람들이 많으면, 사회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우부야시키는 돈도 많고 머리도 엄청 좋은 사람으로 나오는데, 정부와 전혀 공조할 생각 없이 미성년자들한테 칼 한 자루 쥐어주고 괴물과 싸우게 한다. 이 새끼가 혹시 혈귀 토벌 사업 독점으로 관료들과 결탁한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혈귀 멋있게 죽이는 것 말곤 장점도 없는 만화가 자꾸 쓸데없는 회상으로 개연성을 채우려 하는데, 존윅이었으면 그럴 시간에 혈귀 몇 마리 더 잡았을 것이다. 얘네 검술들도 재능이 있어야 잘 쓸 수 있다는 설정인데, 존윅이 호흡법 배웠으면 이미 옛날에 혈귀 다 잡고 탄지로는 일본의 대동아제국 건립에 징병되어 독립군들한테 사살당했을 것이다.
영화는 액션이 멋있어서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