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1

by 신동일

아래 글은 수정 및 편집 과정을 거쳐 2024년 2월에 출간된 다음 단행본 원고에 포함되었습니다: '버티는 힘, 언어의 힘' (신동일 저, 서울: 필로소픽)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228266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야단을 칩니다. 그걸 듣곤 화가 나서 상대방을 밀칩니다. 주위에선 영상으로 찍고 세상에 그걸 알립니다. 그걸 본 대중은 몰염치의 행위자를 비난합니다.


서글픕니다. 코로나의 위기담론이 너무나 촘촘하게 우리를 압박하니 권위주의의 창궐과 윤리적 폭력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미시적 영역에서 쉼 없이 강요되는 주관적 정죄가 미디어를 계속 채우고 있습니다.


공개적인 처벌과 비난은 늘 안전과 관리의 이름으로 정당함을 얻습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프로야구 선수가 코로나에 감염되었다고 이름이 즉시 공개되더니 원룸 옥상에서 고기 구워먹었다는 정보가 나오면서 새로운 야유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비윤리를 배척하고 증오하느라 바빠진다면 그만한 분량 만큼 오랜 동안 구조화된 차별, 억압, 불평등은 가려지게 됩니다. 공중도덕에 서로가 민감한 만큼 공적으로 논쟁할 수 있는 정치는 사라지게 됩니다.


TV를 보면 정치가 사라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장관이 국회에 가서 정치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소설 쓰시네"라고 비아냥대고, 거대 여당은 장관에게 '예의'를 갖추라고 호통을 칩니다. 이렇게 되면 왠만한 범인들은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생업이든, 민생에만 열중하거나, 그나마 지켜야 할 소소한 것이나 지키라고 (서로를 타박하며) 정치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합니다.


비판적 리터러시가 사라진 곳에선 정작 화내야 할 것에 화내지 못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고만고만한 우리들 중 일부를 가려내어 얼굴을 공개시키고, 현장범으로 구속까지도 실행시킬 수 있는 세상을 만듭니다. 저도 어딜 가든 마스크 꼭 씁니다. 마스크 쓰지 않는 사람들은 왠지 불편합니다. 그런데 혹시나 밖에서 마스크를 잃어 버리기라도 한다면 어떤 감정을 들까요? 아마도 겁부터 날 것입니다. 마스크 없는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어떻게 느껴질 것 같습니까?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고, 안전은 국가에 맡기고, 개인들이 그저 윤리적 주체로만 살아야 하는 곳이라면 왠지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제 연구 분야에서도 그랬어요. 시험 한 방에 선발이 되거나 탈락이 되는 고부담 의사결정의 교육정책은 흔히 정부나 전문가 집단에 맡긴 채, 학부모는 어느 집 애가 부도덕하게 컨닝을 했다고, 그래서 다 컨닝을 하니까 우리 애도 한 것인데 그게 뭐가 그리 문제냐고, 학생은 수험료가 너무 비싸다고, 혹은 환불 해주는 담당자가 너무 친절하지 않다고, 그렇게 티격태격합니다. 서로 그런 경쟁과 경고가 넘치는 곳에선 다르게 가르치고 새롭게 평가해보자는 정치적 논의는 그만큼 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코로나 시대가 불편합니다. 문득 아래 르네 마그리트 작품을 봅니다. 마스크는 아니지만 얼굴을 덮어쓴 그들이 키스를 합니다. 그들은 사랑하는 연인인가요?



(2020년 9월 3일, 제 페북 (facebook.com/iget12)에서 포스팅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