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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주 Jan 18. 2023

주간일기 #1

23/01/12(목)


  새해 다짐을 안 해본지가 엄청 오래되었다. 원래도 계획 같은 건 잘 안 세우는 성격이었지만 회사생활 시작하고 언제서부터인가는 아예 새해 다짐 따위는 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올해는 조금 다르게 보낼 수 있을까?


  우선은 계속 생각만 했던 전화영어를 등록했다. 이 노트도 전화영어 예습을 하려고 펼친 건데 펴보니 영어 예문을 적기에는 적절하지 않아 갑자기 일기를 쓰는 거다. 유튜브도 잘 되든 아니든 꾸준히 하고 싶다. 생각했던 아이템들도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회사 일도 열심히 해서 진급도 해야 하고, 지난달 시작한 테니스도 꾸준히 해보고 싶다. ㅇㅇ이랑도 싸우지 않고 잘 지내고. 기왕 시작했으니 이 일기도 매일 적어봐야겠다.




23/01/13(금)


  생각나는 대로 쓰려고 한다. 글을 기승전결에 맞춰서 쓰려고 생각하다 보면 더 잘 안 써지는 것 같다. 오늘은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과일박쥐(flyingfox)에 대한 글을 좀 썼는데 알고 있는 것과 내 생각을 그냥 떠오르는 대로 막 썼더니 꽤 긴 분량을 빠르게 쓸 수 있었다. 이렇게 다 쏟아낸 다음에 정리하는 식으로 다듬으면 완성시키기가 좀 더 쉬우려나?


  저녁은 K 부장과 먹었다. 가끔 너무 루저끼리 같이 다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지만 이게 나인 거라 사실 어쩔 수가 없다. 이런 사람이 더 편하고 좋은 게 나라는 사람이니까.


  ㅇㅇ이는 회사에서 회식을 하고 와인을 몇 잔을 마셨는지 몸을 가누지를 못한다. 이런저런 얘기들을 100% 공감해 주고 품어주지 못해서 한편으로 미안하기도 하다. 더 잘해주고 싶은데 마음과 생각이 따로 논다.


  일기를 쓰려고 회사에서 0.5mm짜리 제트스크림을 챙겨 왔는데 확실히 0.7mm짜리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23/01/14(토)


  이해는 멀고 오해는 가깝다. 어떤 게 정상이고 비정상은 또 무엇일까. 맞춰가며 살아야 한다는데 맞춰진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생각에 대한 확신만 강해질 뿐이다. 그래서 가끔 절망스럽다. 이런 패턴이 영원히 반복될 것이란 좌절감이 든다. 노력은 해보겠지만.




23/01/15(일)


  자전거를 타고 영상을 찍겠다고 다짐을 해놓고는 집에만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창 밖에 눈이 오고 있기도 했어서 그랬다. 머릿속에 뭉게뭉게 뜬구름처럼 떠다니는 생각들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나한테는 가장 어려운 미션이다. 오전과 오후 시간까지 허송하고 9시가 넘어 쓰레기를 버리려 밖에 나와보니 생각보다 상쾌하고 좋던데. 문을 열고 밖으로 한 발 딛는 게 어려운 사람이다.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오늘은 40살 이후의 인생에 대해 잠깐 생각을 해봤다. 아마 올해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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