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하려면 준비를 치열하게
조직문화, 구성원의 역할
한 마디만 더 하고. 나도 내 일 하려고.
내가 대담 기자 이야기하는 것은 내용이나 더 나아가 불손함, 뭐 이런 걸 이야기하는 게 아니야. 전문성이 떨어져 보여서, 그래서 속상해. 여자들이 조직에서 얼마나 전투적으로 일 하며 고군분투하는데. 이번에 대담자로 나선 그이는 자신의 일에 대한 치열함이 없어서 속상했어.
얼마나 연습하고 올라왔는지 알 수 없으나 내 눈에는 질문지 들고 기본 리허설 한 번 안 한 것 같더라고. 뉴스 현장에서 2-3분 리포팅 하는 것과는 다르잖아. 1시간30분을 혼자서 끌고 가야하는 생방인데. 그것에 대한 준비가 너무 없어 보이더라고. 대통령 대담, 뭐 그런 큰 틀을 비켜가더라도 본인은 조직의 구성원으로 일을 하는거잖아. 여러 경우의 수를 시물레이션 해서 표정과 감정, 그거 다 체크하고 생방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논쟁과 논리를 앞세우는 토론자도 아니고, 질문자 인데. 내 눈에는 그 기본적 격식조차 인식 못 하고 있더라고. 그냥 퉁 쳐서 일을 참 못 하는, 아니 자신의 일에 열정이 정말 없는 그런 구성원이다, 는 생각을 했어. 나는 그런 점이 너무 아쉽고 속상하고 부끄럽더라고. 굳이 남자, 여자로 구분 짓는다면 그이가 여자라서 더 속상하더라고. 그 자리 가기까지 얼마나 고군분투 했을까. 그런데 자리를 만들어줬더니 세련되게 못 하는 그 무엇이 하필 여자, 라는 것. 그게 두고두고 짜증났어.
도대체 무엇을 보고 그이를 대담자로 선택했을까. 나는 그 결정권자의 생각이 너무 궁금해. 아니 선택의 칼을 쥐고 그 자리를 준 책임자는 그 이 후, 무엇을 확인했을까. 소위 행사는, 특히 이슈성이 강한 행사는 경우의 수를 백 개 이상은 나열해 두고, 그 경우의 수에 오만가지는 접목해 보는 리허설을 해야 좀 안심이 되는 거 아닌가. 아, 내가 또다시 일 중심의 사고를 하는구나, 이게 꼰대 기질을 펼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만.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일은 일이잖아.
요즘 조직문화 관련 글을 쓰고 있고, 그 관련 자료들을 정말 많이 보고 있는데. 방송국의 조직문화를 보게 돼. 세상은 로켓포로 움직이는데 그들은 여전히 손수레 끌고 다니는 형상 같아. 그러니 세대공감, 세대차이가 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
문재인을 좋아해서 그이를 까는 게 아니야. 내가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질문의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그이가 국민의 대표로 질문을 하는 것이라면 조금 더 준비하고, 자신의 일에 전문성을 좀 더 가진 열정을 보여주었다면 더 좋았겠더라고. 나는 그게 두고두고 속상해. 내 주변에는 치열하게 '일' 을 하는 여자사람들이 참 많은데, 그 치열함 바닥에는 일을 바라보는 객관적 준비가 치열하다는 이야기이거든. 그거 못 해 준 그이가 정말 야속해. 유머도 연습이잖아. 왜 그렇게 지루하게, 징징거리며 방송하냐고. 왜 역량 판단을 책임자가 또 못 했냐고.
조직 구성원의 자세, 일을 바라보는 조직원의 역할, 일에 전문성을 붙이는 거, 그거 결국은 준비의 차이이다, 라고 봐. 덕분에 나는 또 돌아보네. 일을 저렇게 하면 안 된다, 는 내 안의 학습적 동기. 그거 깨닫게 해 줘서 고맙다, 고 해야 할 판이야.
역시 기자는 기자더라, 질문 하는 것 봐봐. 진행은 정말 잘 하더라. 정말 연습 많이 하고, 공부 많이 하고 올라왔더라. 속이 다 시원하네. 어쩜 저렇게 핵심을 잘 찌를까. 뭐 이런 거 기대했던 것 같아. 그 기대치가 무너진 것이 너무 아쉽고, 속상해.
일은 일로 풀어야 인정 받는다, 는 것을 또 느껴. 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