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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민 Feb 03. 2021

곰은 나무도 타고 오른다지.

아내와의 스타트업.


"대체 어떤 비즈니스를 해야 할까?" 아내가 말했다. ' 사실 언젠가 일어날 일인 줄은 알고 있었다. 아내가 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사업을 시작하려나 보군' 생각이 들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실제는 아니었고, 알고 보니 아내는 대학원 조별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이 놈의 조별과제는 대체 누가 창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로써 만국 공통으로 존재하는 것임이 증명되었다. 더군나 과제 자체가 "괜찮은 스타트업을 만들면, 평가해줄게"라는 교수님의 일방적 주문이니, 이것 참 이분들께서도 한결같다고 할까.. '이 양반아, 그런 아이디어가 있다면 내가 일찌감치 차렸겠지.'


문제는 아내가 이번 조별과제에서 '리더'에 가까운 역할을 맡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덕분에 요즘에는 나 역시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그녀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물론, 프리랜서를 추구하는 나는 지금으로써는 비즈니스맨이 될 생각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딱히 아내와 브레인스토밍을 할 만큼의 역량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한들 오직 두 명만이 생존해 있는 외딴섬에서 자신의 역할을 선호대로 선택할 수만은 없다. 우리는 부부이지만, 친구이기도 하며, 전우이지만 때로는 공범이 될 수도 있어야 한다.


이렇게 아내와 함께 사업을 구상하다 보니, 문득 도심의 뒷골목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어느 부부의 모습이 떠오른다. 일일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수차례나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카페에 방문을 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다. 심지어 언젠가 방문한 제주도의 한 카페는 그 이름이 '부부 카페'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내가 너무 비관적인 걸까. 실제 그들의 모습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 상상 속의 떠오르는 함께 일하는 부부의 모습은 생각만큼 아름답거나, 부러워 보이지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까 내 생각에 부부가 함께 일하며 마주하는 현실은 마치 귀여운 곰 한 마리를 마주하는 것과도 같다고 할까. 동물원에서 마주한 곰은 공을 굴리고 재롱을 부리며 우리가 던져준 식빵을 멋지게 '캐치'하고서는 손을 흔들어주기까지 하지만, 같은 곰을 울창한 숲 속에서 마주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인 것임에 틀림없다. 아마도 그 곰은 동물원에서와 마찬가지로 귀여운 웃음을 짓고 손을 흔들며 다가올지 모르지만 식빵을 던져준다한들 아랑곳하지 않고, 내게 달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곰이라는 녀석은 나무까지 올라타기도 하니, 이렇게 되면 도망갈 곳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숲 속에서 곰을 만나면, 쫒아 보낼 수 있는 장비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를 테면 곰을 만났을 때, 가지고 있던 산악 지팡이의 버튼을 누르면 곰이 싫어하는 소리가 난다던지, 도무지 떠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악취를 풍긴다던지 하는 종류의 물건들을 개발하는 거지. 흠... 오히려 곰을 화를 돋게 되려나. 아니면 실제로는 요즘 숲에는 그다지 곰이 출몰을 하고 있지 않으려나... 이것 참 나는 스타트업을 만드는 것보다는 조용한 곳에서 나지막하게 음악이나 들으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편이 낫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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