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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석 Jul 07. 2020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과 엔터프라이즈 UX, 그 시작

#1. Apple이 디자인한 기업용 소프트웨어 UX 분석


Enterprise Software를 만드는 회사의 UX팀에서 막 일하기 시작했던 2015년 봄 무렵, 타사 소프트웨어의 UX 분석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분석 대상은 ‘Apple’이 디자인을 했고,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강자인 IBM이 기획하고 판매 중인 태블릿 PC 용 소프트웨어였다. 다른 회사의 모바일 솔루션과는 다르게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서, 이 회사의 CEO를 포함한 임원들이 어떻게 혁신을 했는지 어떤 UX를 제공하는지가 큰 관심거리였다. 


아래 그림은 IBM MobileFirst 프로젝트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UX 화면이다 (스크롤을 더 하기전에 아래 UX 디자인이 왜 잘 된 것인지 한번씩 생각해보자). 


IBM MobileFirst 프로젝트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UX 화면이다.


이 아이패드 앱은 항공기 조종사가 출발 직전에 주유를 얼만큼 더할지 입력하는 대표화면이 6개 정도인 작은 앱이었다. 조종사가 앱에 로그인 하면 오늘의 운항 일정들이 나타나고, 이 중 한 개 여정을 선택하면 (샌프란시스코 SFO에서 뉴욕 JFK로 비행하는 일정) 위 화면이 나온다. 


이 화면에서 조종사는 4가지 업무를 하면, 추가 주유량이 정해진다. 

① 목적지 공항에 문제가 있을 때 착륙할 대체 공항을 선택하고 (ALT AIRPORT에서 LGA 라구아르디아 공항 선택), 

② 이륙 전/착륙 후의 지상이동거리를 입력하고 (TAXI에서 45분 입력), 

③ 공중 대기시간을 입력하고 (ATC에서 10분 입력), 

④ 기상조건으로 인한 우회 시간을 입력하게 된다 (EN ROUTE WEATHER에서 5분 입력). 


이 정보들을 입력하면 이 항공기의 무게를 감안한 추가 주유량이 계산되어 제안되는데 (왼쪽 아래에 추가 급유량 838Kg) 이를 확인하면 완료된다. 


처음 이 내용을 파악하고는 ‘음... 이것 뿐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조종사들이 기존에 어떻게 업무를 처리했었는지, 그리고 왜 항공사는 이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고 싶었는지 알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기존에 조종사들은 본인의 경험치에 의존해서 주유량을 정했었고 (지난 비행 때 얼만큼을 넣었는지), 회사입장에서는 초과 주유로 인한 낭비가 상당히 많았었다고 한다 (1년에 수백억원). 


그래서 이 정도 정보만 가지고 소프트웨어를 디자인 한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자. 먼저 조종사들에게 추가급유량을 어떻게 입력하는지 인터뷰를 통해 물어보았을 것이고 (조종사들은 본인의 경험에 의해 정해진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면 아래와 같이 디자인했을 것이다. 조종사들은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들의 말을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할 때 업종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정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조종사 말만 듣고 디자인했다면 이렇게 만들었을 듯...

         

이 화면을 잠깐 설명하자면, 먼저 항로에 대한 정보가 나오고 추가급유량을 얼만큼일지를 입력하게 한다. 좀 더 조종사들의 의사 결정을 돕기 위해서 오늘 운항할 일정(SFO에서 JFK까지)에 대한  본인은 물론 다른 조종사들의 추가 급유량 이력을 보여주는 것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한 주니어는 스스로 자랑스러워 했다). 


물론 이런 레벨의 UX 기획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제 Apple이 디자인한 UX의 장점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가?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제대로 된 Digital Transformation은 사용자/작업자의 업무에 대한 자세한 분석을 필요로 한다. IBM과 Apple이 만든 UX는 추가주유량에 원인이 되는 네가지 요소(대체공항, 택시시간, ATC 시간, En Route 시간)를 파악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전문지식을 어떻게 파악했을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조종사 몇명에게 물어본 것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 IBM에서는 IBM이 오랜기간 동안 쌓아온 업종전문성 때문에 이런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UX에서 첫번째로 중요한 것이다. 업종전문성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것 (이를 위해서는 도메인 분석, 엑스퍼트 인터뷰, 직무분석 등이 필요하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꼭 필요한 업무분석 Work Analysis 방법들


제대로 된 Digital Transformation은 사용자/작업자의 업무에 대한 자세한 분석을 필요로 한다.

다음으로 IBM과 Apple이 만든 UX에서 멋지다고 생각한 것은 조종사들의 입력을 그들이 가진 전문적 경험치의 단위로 입력하게 한 것이다. 즉 지상이동시간이 45분 정도 걸리고, 공중 대기시간이 10분이니 기름을 대략 2500Kg 정도 더 넣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지상이동시간과 공중대기시간을 분 단위로 인력하게 하고, 기름 소요량은 컴퓨터가 (승객과 짐의 무게에 따라 자동으로) 계산하게 한 것이다. 제대로 된 Digital Transformation은 사용자/작업자가 잘하는 업무와 컴퓨터가 잘하는 업무를 분리하여 담당하게 한다. 


사용자가 알고 있는 지식을 그대로 사용하게 디자인했음
“제대로 된 Digital Transformation은 사용자/작업자가 잘하는 업무와 컴퓨터가 잘하는 업무를 분리하여 담당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기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현재 설정된 주유량으로 안전하게 운항할 확률을 (MISSON SUCCESS 99.85%) 표시하여 준다. 이른 바 빅데이타를 연동시킨 것이다. 이 점도 기억해둘만하다. 이 앱을 사용하는 조종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본인이 여러 사람들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비행기 연료가 떨어지면 대형참사가 발생하니까) 앱 하나 만들어서 쓰라고 하면 거부할 확률은 상당히 높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신뢰를 얻지 못해 쓰이지 않는 기업용솔루션이 많은데, IBM은 그들이 가진 운항기록(추가급유량과 성공적인 여정 데이터)를 참고로 해서 조종사들이 믿을 만한 수치로 보여주는 것이다.  


재규어는 자동운행자동차를 디자인하면서 보행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자동차에 아이컨택을 디자인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ZQmW-qPsT0


제대로 된 Digital Transformation은 사용자/작업자의 신뢰를 형성한다.

종합해보면, 도메인 지식을 활용한 정확한 업무 분석, 사용자/컴퓨터의 업무 분리, 사용자/작업자 신뢰를 바탕으로 소프트웨어를 계속 잘 쓰게 만들기에 성공했고, 결국 이 소프트웨어는 기업이 큰 돈을 투자해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도입하기로 했던 목적 - ‘낭비되는 추가 급유량 줄이기' -를 아주 멋지게 달성하게 됐다. 


이런 요인들을 알아낸 후 이거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이거야 말로 UX를 시작하면서부터 항상 바라던 UX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좀더 찾아낸 자료를 통해 이 시스템을 도입한 항공사가 이미 낭비되는 기름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IBM MobileFirst로 구글검색을 하면 더 많은 사례들을 찾을 수 있다). 좋은 디자인이 좋은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좋은 사례이며, Digital Transformation을 위한 UX를 빠르게 파악하게 된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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