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Martini?
“근데 왜 마티니만 마시는 거야?” 가까이하고 싶은 상대는 묻는다.
난 고민한다.
사실 나는 ‘쿨함’을 나의 의사결정의 핵심 결정 요인으로 두고 살아가고 있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자신에게 “이건 쿨한가?”라고 물어보고 제멋대로의 온도계를 꺼내본다. 쿨하다고 생각되면 주저 없이 이행하는 편이고, 쿨하지 않다면 다시 한번 고민해 본다. 이 행동강령의 기저에는 쿨하고 싶은 언쿨한 나의 욕망이 깔려있다고 봄이 쿨하다. – 물론 결과적으로 언쿨할 때가 많다.
예시적으로 담배를 끊었을 때의 얘기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부터였을까, 흡연은 언쿨한 행위가 되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 흡연자들은 미국 모하비 사막 위의 고독한 카우보이가 아니라, 강남 코엑스 야외 너구리굴 같은 흡연 부스에 감금된 애처로운 직장인들이었다. 그리고 그 흡연 부스에서 나올 때 섬유 마디마디에 담배연기가 찌든 나의 모습은 쿨함과 거리가 무척이나 멀었다. 또한, ‘길빵’이라는 레이블이 생기고는, 길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사회는 몰상식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경멸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렇게 어느 날 담배가 쿨하지 않다는 걸 깨달으니, 금연이 훨씬 쉬워졌다.
누군가에게 내가 마티니를 선호하는 그럴싸한 이유를 둘러댈 수 있을 것 같다.
- 진과 버무스만의 미니멀한 구성에 반해, 각 요소의 비율과 진의 종류에 따른 다양한 가능성들은 흥미롭다.
- 처음 입에 도는 쥬니퍼 베리와 약초의 향 뒤에 따라오는 진의 타격감을 좋아한다.
- 투명한 액체와 레몬필을 유리잔의 얇고 긴 선들이 감싸 안은 모습이 시각적으로 만족스럽다.
그렇지만 다 떠나서, 드라이하고, 차가운 온도에서 가장 멋스러운 술인 마티니가 내가 느끼기에 가장 쿨한 것 같다.
난 고민하지만, 동기의 언어화에 재주가 없는 나는 말한다
“그냥 칵테일 중에 가장 쿨한 것 같은데???”
그냥 난 쿨하고 싶을 뿐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