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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 Kang Sep 08. 2024

바람이 쓴 시

석촌역 8호선을 내려 9호선으로 환승하러 가는

그 어떠한 감흥도 없어야 할 걸음에

There was this gentle gust


여러 해 전의 겨울에 가까이한 그 향은 느껴지고

난 지하철 환승구 속에서 뒤를 봤다

누군가가 스쳐 지나가면서 뿌렸을 내 추억의 잔재.


인파 속에서는 그 향이 누구에게서 났는지

알 도리가 전혀 없었다

절대 알 수 없었다. 나로선 무리였다.


향은 흔적도 없이 휘발된다.

기억해 내 보려고 노력해도 과실 없다.

향이란 그런 건데


그 향을 지하철에서 우연히 조우한 나의 마음은

도대체 무엇을 증발시켜버리지 못하여

지하철에서 이런 시를 쓰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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