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일을 하다가 나무 손잡이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손잡이의 원래 용도를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았어요. 무엇에 쓰던 물건이었을까요? 바로 쌀통의 손잡이입니다. 나무로 된 쌀통에 붙어있던 나무 손잡이. 몇 해전, 나무 쌀통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어요. 야심 차게 직접 만들어보려고 했지요. 온라인으로 재단된 나무를 쉽게 구할 수 있었어요. 문고리도 마음에 드는 녀석으로 골랐어요.
나무 송판과 손잡이를 배송받았어요. 자, 이제 조립을 해볼까요? 그전에 나무 송판에 사포질을 했어요. 사포와 사포질 하는 도구를 이용했어요. 호기롭게 장갑을 끼고 사포질을 했어요. 기억으로는 나무 송판이 사포질 없이도 사용 가능할 정도의 매끄러운 상태였던 거 같아요. 그런데 뭔가 작업다운 작업을 해보고 싶었는지, 사포질에 니스까지 준비했죠. 하지만 사포질은 쉽지 않았어요. 슥슥 싹싹 나무가 갈리는 소리에 소름이 돋기도 했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류의 소리를 정말 싫어해요. 칠판에 분필로 쓱쓱 적는 그 소리도 정말 으스스하게 느껴져요. 집에 아이들을 위한 분필 칠판이 있는데, 저는 분필을 잡는 느낌조차 두려워하지요.
나름의 사포질을 끝내고 니스칠을 할 차례예요. 천연 나무 그대로 사용하고 싶었던 걸까요? 이유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귀찮아서였을 수도...) 니스칠은 하지 않았어요. 이제 조립을 해야 할 차례예요. 원래는 못으로 연결하기 위해 망치질을 해야 하는데, 저는 목공풀을 사용했어요. 당시 검색을 통해서 목공풀로도 가능하다는 정보를 얻었었거든요. 망치질에 자신이 없어서 목공풀로 붙이고 잘 굳도록 놔두었어요.
드디어 쌀을 부을 시간입니다. 나무로 만든 쌀통에 그럴듯하게 남편과 저의 이니셜을 붙였어요. 가운데 하트도 붙이고요. 손잡이는 뚜껑에 붙였지요. 쌀통에 쌀을 붇고 나서 어찌나 뿌듯하던지요. 주방에 자리를 잡아주니, 주방 공간이 확 살아나는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목공풀로 붙인 쌀통은 쌀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틈새가 벌어지기 시작했어요. 목공 풀이 아니라 못질로 제대로 만들었어야 했던 거죠.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나무 쌀통은 오래가지 않아서 버려지게 되었어요. 그래도 모두 버리기는 아쉬워서 손잡이는 떼어서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었지요. 이사를 할 때도 챙기면서요. 사실 이니셜 고 하트를 떼어내고 싶었지만 안 떼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접착 부위가 적은 손잡이를 톡 떼어서 가지고 있었답니다.
지금 저의 핸드폰 케이스에는 꽃무늬 테이프로 리폼이 되어 있어요. 큰 아이가 이쁘게 붙여준 것이지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자리에 붙였던 꽃무늬 테이프가 떨어지고 있어요. 끈적한 풀만 남기고요. 그리고 겹쳐서 붙인 테이프 가장자리가 살짝 일어나면서 전체적으로 지저분해지고 있어요. 지속가능성, 내구성이라는 걸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서겠지요.
목공풀로 붙인 쌀통, 꽃무늬 테이프를 붙인 핸드폰 케이스,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본래의 기능을 빠른 속도로 잃어갔어요. 내구성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경험과 기술이 중요한가 봅니다. 아직 어린아이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만든 순간의 아름다움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알아가게 될 거예요. 저 역시 쉽고 간단히 되는 건 참 부질없다는 교훈을 또다시 얻게 되었지요.
항상 주방에 두었던 것 같아요. 쌀통의 손잡이를요. 그런데 유난히 오늘 아침에 눈에 띄었네요. 그대로 계속 둘 생각입니다. 어느 날 또 한 번 눈에 띄어서, 그 교훈을 저에게 전해 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