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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rough The Forest Apr 18. 2024

사진일지 - (2) 막내 어시스턴트

도망은 다녀도 예술은 곁에


현실을 받아들이기



 사진과 돈 그리고 예술 모두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으로 상업사진의 문을 두드렸다.

사실은, 결국은 미래의 안정감 때문이었다. 먹고살아야 하지 않는가 라는 자문으로 연결된 자답 

비전공자에, 체계적으로 사진을 배우지도 않았지만 일단은 두드려보기로 했다.

  

그간 쌓았던 지식과 관점을 버무려 자기소개서를 들이댔다.

'얘는 뭐지?'라는 호기심을 자극했을까. 운 좋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암묵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에 합류했다. 흔히 말하는 '열정페이'와 함께.

평일엔 스튜디오, 주말엔 아르바이트로 육체는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많은 셀럽들과 스태프들이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물론 막내 어시스턴트가 해야 할 일은 청소와 심부름이었지만,

여기서 조금만 버티면 명성과 금전적 여유가 따라오겠지라는 기대감으로 1년을 보냈다.


아직도 사진첩엔 그때의 흔적이 남아있다. 언젠가는 쓰겠지 하는 마음으로. 덕분에 지금 도움이 된다


지금 돌아보면 공부를 못했던 이유도, 한 곳에 자리 잡지 못했던 중대한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바로 '인내하지 못함'이다. 

머릿속엔 이 지루한 단계를 언제 마무리할 수 있을까라는 전략을 몰래, 항상 수립하고 있었다. 

미련한 자여.


 이번에도 어김없이 전략은 적중했다. 상업사진 속엔 예술이 없다는 아주 건방진 기만과, 

단순한 감정소모, 돈에서 돈으로 끝나는 프로세스가 - 이 또한 막내 생활만 했기에 나타난 아주 가벼운 생각 - 싫다는 이유로.


그리고 또 새로운 스텝을 밟고자 했다. 예술과 돈을 위한 또 다른 여정.

이번엔 진짜 바라고 바랐던 파라다이스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함께.

일지를 쓰며, 스스로를 돌아보며 또 한 번 되뇌인다. 

미련한 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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