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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실이 Jan 04. 2024

첫 만남. 아무것도 몰라서 더 좋았던 그때.

결혼 반대와 30대의 연애.

32살. 그를 처음 만났던 나의 나이.

29살. 나를 처음 만났던 그의 나이.


필자는 32년을 살면서 공부와 커리어에만 신경 써서 그런지 연애는 늘 뒷전이었다.

한창 예뻤던 대학시절엔 오로지 악기에만 매달렸고 그로 인해 늘 좋은 학교, 우수한 경력들을 쌓아가며 나름 큰 굴곡이나 힘듦 없이 살아왔었다. 코로나가 터지고 그때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하고 운이 좋게도 조교수로 임용되어 무려 12년 동안 대학교에 있었던 세월이 헛되지는 않았구나 라는 마음과 감사함으로 가득 찼었다. 물론 그 당시에 잠시 만나던 의대생이 있었지만 그는 정신적으로도 미숙했고 나와는 뜻이 맞지 않아 5개월의 만남을 뒤로하고 헤어지게 되었다. 알고 보니 결국 그쪽에서 환승을 한 거였지만. 그때 그 아이가 나에게 부탁했던 말이 있었다. "좀 이기적이게 살아봐." 그 말을 들은 직후 난 도대체 이게 무슨 코멘트인가 어리둥절했고 혼란스러웠다. 그 연애의 끝을 난 꼬박 일주일 동안 아파하다 훌훌 털어버렸다.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은 너무 넓은 나라라 내 분야가 아닌 다른 직종 또는 분야의 사람을 만나려면 데이팅 어플 (한국에선 소개팅 어플이라고 하는 것 같다)을 사용해서 연애를 하는 일이 굉장히 많다. 미국에서 설문조사를 하면 연애를 하기 위해선 거의 90% 이상의 사람들이 데이팅앱들을 사용한다고 했다. 나 또한 그 사람들 중 하나였다. 난 음악을 하는 사람이지만 되도록이면 내 배우자가 될 사람은 음악을 즐겨 듣지만 그 직종에 있는 사람은 선호하지 않았다. 그렇게 임용이 된 대학교가 있는 지역으로 이사 간 뒤 6개월이 흐른 후 조금씩 내 생활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을 때 오랜만에 어플을 켜보기로 했다. 내가 사는 곳은 굉장히 작은 도시 었지만 차로 2시간을 운전하면 큰 대도시가 있었기에 뭐 한번 시도나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어플을 설치했다. 미국에선 워낙 장거리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장거리 연애의 기준이 차보단 비행기로 계산하는 연애도 많다. 나는 여태까지 세 번의 진지한 연애를 했는데 모두 다 장거리 연애였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해외에서 자랐지만 그래도 한국사람과의 연애를 선호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한국말을 잘할 줄 아는 2세나 1.5세를 만나길 바랐다. 어플을 킨지 얼마 안돼서 매칭이 되었던 남자가 있었다. 학벌도 나랑 비슷하고, 추구하는 직업도 나랑 비슷했기에 일단 대화를 해보자 하는 마음에 수락을 했고 대화는 생각보다 잘 이어져 꽤나 빠른 시일 내에 실제 만남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를 처음 만난 건 2021년 11월 미국 추수감사절 직전이었다. 그가 살고 있는 도시에 가장 친한 친구가 살고 있어 친구를 만나러 가는 김에 그와 보기로 약속을 잡고 약속 당일날 나름 신경 써서 꾸미고 그를 만나러 갔다. 만남은 자연스러웠고 대화는 즐거웠다. 하필 그가 약속을 잡은 식당이 한인분이 운영하시는 일식집이었는데 주인분께서 "둘이 너무 잘 어울려요"라고 말씀하시는 바람에 둘 다 살짝 수줍기도 했었다. 저녁만 먹기에는 아쉬워 근처 맥주집을 찾아 맥주 한 잔씩 하고 그가 다음날 가족과 계획해 두었던 여행을 가기 위해 일찍 만남을 끝냈다.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여행 가서 좋은 시간 보내요."라고 작별 인사를 했고 그 이후에 사실 난 그를 다시 만날 생각이 없었다. 그가 괜찮긴 했지만 그의 나이가 걸렸었다. 29살. 물론 빠른 이라 30살들과 함께 동갑이나 마찬가지여서 나와 2살 차이었지만 전에 만났던 의대생 또한 4살 연하였기에 이번만큼은 연하 남자를 만나지를 말아야지 다짐했었건만 그래도 사람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한번 이 남자를 만나보기로 마음먹었었다.





그가 가족과 여행을 갔다 온 이후로 몇 번 더 만남을 가졌고 나는 겨울방학이라 부모님이 계신 곳에 쉬러 한 달 동안 시간을 보내고 그 역시 동생들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가서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계속 카톡과 하루에 몇 시간씩 통화를 하며 설레는 감정을 유지하던 우리는 2022년 1월 정식으로 사귀게 되었다. 너무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서 다른 연애 때도 이렇게 대화하는 게 재밌었나? 싶을 정도로 우리는 대화를 많이 했고, 늘 붙어있었으며 서로 하는 일을 격려해 주고 배려해 주며 사랑을 키워갔었다.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그와 함께 있을 때 마냥 6살짜리 꼬마들이 되는 소중함을 느끼며 우리는 정말 잘 만났구나 라며 서로를 많이 아껴주고 사랑했다. 만난 지 3개월쯤에 집 근처 수제맥주집에서 그에게 물었었다. "혹시 자기 가족이 나에 대해서 알아?"라고 했을 때 그는 말을 아직 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이미 그때 우리 가족에게 그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고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 연애가 길게 이어지지 않을 것 같으면 언제쯤 끝내는 게 맞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실망하는 내 모습에 그는 "서운하지? 미안해. 나도 좀 더 생각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려볼게."라는 말에 난 그래, 네가 준비가 될 때 알아서 말을 하겠지. 라며 밤을 끝냈었다.


내가 마음에 들었던 그의 모습은 나이와 다르게 매우 남성스러우며, 자기가 하는 일에 확신이 있고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들이었다. 지키지 못할 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는 것이 매우 신중해 보였고 다른 사람들 앞에선 차갑고 로봇 같았지만 나에게만은 츤데레 같은 모습이 내심 귀여웠다. 하지만 난 저 밤을 잊지 못한다. 저때부터 이상하게 내 촉에 발동이 걸렸다. 이 연애, 순탄하지 않을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난 내 인생의 절대로 잊지 못할 예비시댁이 될 뻔한 빌런들을 만났고 그토록 믿었던 남자에게 몇 번의 배신을 당했다.


앞으로 풀어 나갈 글들은 나의 답답함과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혹시나 나와 비슷한 경우에 놓여 있는 결혼 적령기, 아니 모든 나이 때의 여자들에게 경고를 주기 위해서이다. 나에겐 달콤했지만 지옥 같았던 2년의 연애가 겨우 끝난 지 이제 한 달 조금 넘지만 다른 여자들이 상처받는 게 싫어서 글들을 올리기로 결심했다. 아니, 여자건 남자건 내가 받은 대우는 그 어느 누구도 받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있는 내 친구들과 제삼자들도 내 이야기를 들으며  "K드라마, K무비에서 나오는 이야기보다 더 심하다고. 이게 실제 있다고?" 할 정도로 앞으로 풀어갈 나의 이야기는 상상 그 이상이다.


이 일을 통해 난 34살 인생 중에 가장 밑바닥을 맛봤고 이제 겨우 조금씩 다시 일어서려고 한다. 내가 한때 가장 사랑했던 남자는 가장 비겁한 회피형 X로 남았고 나에게 가장 상처를 주었던 그의 가족은 이 세상 가작 사악한 빌런들이 되었다.


연애를 하는 20, 30대 여성분들. 당신들은 너무 소중하고 고귀하니 절대로 이런 남자, 예비시댁을 만나거든 뒤도 돌아보지 말고 떠나세요. 당신이 만나는 남자가 연하, 연상, 동갑이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가족과 분화가 되지 않은 남자는 피해야 할 대상 1호랍니다. 올해로 35살이 된 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실래요?

(출저: 연애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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