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의 이야기, 알라딘
관객 수가 1,25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왜? 이유를 모르겠다면 이상할까?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어쨌거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봤던 애니메이션은 솔직히 자질구레한 기억은 없다. 다만 양탄자를 타고 알라딘과 자스민이 하늘을 나는 장면은 스릴 넘치고 판타스틱하며 로맨틱했다. 그 어린 나이에도 그런 느낌이 뿜어져 나올 정도로 그 장면은 최고였다. 오죽하면 보자기를 펴놓고 그 위에서 흉내를 냈을까.
어쨌거나 각인된 그 장면이 스릴은커녕 전혀 판타스틱하지도 않았으며 그저 라붐에서 애간장을 녹이던 어린 소피 마르소의 얼굴이 자스민(나오미 스콧)에게 보여 살짝 얼굴 붉힐 정도만 그녀의 미모에 빠졌을 정도다.
영화를 끌어갈 알라딘(메나 마수드)은 그다지 중심엔 없고 지니(윌 스미스)가 거대하게 솟아올랐다. 그나마 자스민의 미모와 가창력이 지니의 어깨에 올라탔을 정도랄까.
이 영화는 단순하게 지니의 깨방정을 보여 주는 영화라고 하기엔 주는 메시지가 굵직한 영화다. '술탄', '왕자' 같은 신분 상승 혹은 기득권 유지를 위한 인간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거기에 그런 제동력을 잃어버린 욕망 전차를 경계하는 지니의 경고가 담겨 있기도 하다.
"가진 게 없을 땐 오히려 다 가진 것처럼 행동해야 해."
고아인 알라딘이 자신을 자세히 보면 괜찮은 청년이라 노래하면서 살아남는 방법은 도둑질이 전부인 것처럼 변명한다. 한데 사실 빨래를 빠는 허드렛일을 하거나 하면서 노력하면 먹고사는 문제는 충분히 해결되지 않았을까 싶은 오지랖이 발동한다. 알라딘은 인생 한방을 노리는 타입이 아닐까.
"왕족은 가장 불행한 사람이 행복한 만큼 행복하다."
vs
"당신과 나는 같은 지위인데 취급이 다르군요."
자스민은 저런 멋스러운 이타적인 대사는 결국 모친의 유언으로만 간직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저 궁 밖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굶주린 백성의 현실이 궁금했을 뿐 사실 자신도 날 때부터 얻은 지위를 포기할 수 없어 생뚱맞은 왕자들과 결혼에 휘말리는 걸 거부하진 않는다. 그녀 역시 술탄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않았다. 어떤 정치를 하느냐는 그다음 문제다.
"사과를 훔치면 좀도둑이지만 나라를 훔치면 위대한 정치가가 된다."
어쩌면 자파처럼 솔직하고 원대한 포부를 드러내는 게 훨씬 인간적이지 싶을 정도다. 하지만 알라딘과 같은 처지였지만 자신은 갖은 권모술수로 2인자의 자리에까지 올랐다는 자기 고백이 불편하게 들리는 이유는 반성이 담기지 않은 욕망만 드러냈기 때문이 아닐까.
"돈과 권력은 만족이 없다."
"거짓으로 얻는 게 많아질수록 진짜 네가 가지는 건 작아져."
인간의 욕망이나 욕심을 경계하게 만드는 지니는 사실 자신이 가장 큰 욕망을 가진 존재다. 1만 년 동안 좁디좁은 램프에 갇혀 지내는 동안 자유의 몸이 되는 간절한 소원이 있지만 놀랍게도 그 선택을 주인에게 쥐여준다. 세 번째가 아닌 네 번째 소원으로 빌어주든 말든 어쨌거나 인간의 욕망은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향해 있다는 걸 체득한 지니가 더 놀라운 건 그런 찌질한 인간만 있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자신도 인간이 되고 싶다는 거다. 말이 되는가. 만화라서?
어쨌거나 디즈니가 라이언 킹을 비롯 관객의 향수를 자극하는 걸로 적당히 만족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관객의 입장에서는 자극된 향수가 그때 그 감동이었으면 싶다. 정말 야비하고 얄밉던 자파는 별 역할도 없고 인간적 갈등과 지니와의 줄다리기가 쫀득할 정도였던 알라딘의 찌질함은 찾아볼 수도 없고 아이들이 보는 만화였음에도 잘록하다 못해 모래시계 같은 몸매로 관능미를 자랑하는 자스민은 그저 '여성도 술탄이 될 수 있다'라는 당당한 여성성을 이야기하는 정도로 만족하는 게 아쉽다.
신나고 화려한 뮤지컬적 요소가 다소 아쉬움을 달래주기는 하지만 장면 장면 긴박함과 빠른 스피드를 느낄 만큼 화려한 카메라 움직임이 너무너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