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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Mar 12. 2021

<아이 씨 유> 익숙한 패턴?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

교외의 어느 도시, 숲을 자전거로 헤집고 다니던 소년이 돌연 실종되는 일이 벌어진다. 15년 전 일어났던 아동 연쇄 살인 사건과 유사한 패턴을 알아챈 형사 그렉(존 테니)은 15년 전 담당 형사 스피츠키(그레고리 앨런 윌리엄스)와 팀을 꾸려 사건에 투입된다.     


한 편, 불안 증세를 겪는 상담사 재키(헬렌 헌트)는 남편 그렉과 아들 코너(주다 루이스)와 사이가 좋지 못해 괴롭다. 재키는 최근 내연남과의 문제로 가족을 해체 위기로 몰았던 장본인이다. 아직 내연남과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아 남편과 아들의 싸늘한 태도를 견디는 중이었다. 신경 쓰이는 일이 한둘이 아닌 상황에서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 주어야 할 집마저 이상한 기운이 감돈다.     


신경쇠약을 유도하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난데없이 창문 수리공이 빈집에 들어와 있거나, 은식기가 모두 사라졌다. 갑자기 TV나 턴테이블이 켜지고 옷장에 갇히는 등 알 수 없는 일들은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이 집에 가족 말고 또 다른 누가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다. 집에 저주가 깃든 것일까. 정체 모를 그것이 사람인지, 유령인지, 알 길이 없어 더욱 호기심을 유발한다. 대체 이 가족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영화는 맥거핀으로 시선을 유도한다.     

영화 <아이 씨 유> 스틸

마치 연극의 1막이 끝나고 2막이 시작되듯 앞선 일의 전말이 밝혀진다. 사실, 이 집에는 가족이 쓰지 않는 빈방이 꽤 있었고 이를 노린 프로거의 표적이 되었던 것. 프로깅이란 빈집에 들어가 사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일단 집에 들어가면 눈에 띄지 않고 개구리처럼 이곳저곳을 넘나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한 집에 오래 머물지 않으며 사람이 나고 든지 알 수 없도록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규칙이다.     


민디(리베 바러)는 최근 전문적인 프로깅에 대해 다큐를 찍기 위해 이 집에 들어왔다. 혼자서 프로깅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알렉(오웬 티그)과 함께 잠입하게 된 것이다. 이 집은 프로깅하기 최고의 집이었다. 숨을 공간은 많은 반면 셋 밖에 안되는 가족 구성원. 그마저도 서로 사이가 좋지 못해 각자의 공간에 틀어박혀 소통하지 않는다.     


민디와 알렉은 가족이 서로 소원하다는 점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집을 활보하고, 내 집처럼 장난치며 프로깅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알렉은 정해놓은 규칙을 무시하며 돌발행동을 하게 되고, 민디와 잦은 충돌을 벌이며 사건사고를 일으킨다. 민디는 이러다가 들키겠다 떠나려는 찰나 충격적인 사건과 마주한다.     

영화 <아이 씨 유> 스틸

영화는 누군가가 집 안에서 가족의 일상을 지켜보고 있다는 서스펜스를 유발한 공포감으로 진짜 이야기를 숨기고 있다. 연이어 터지는 미스터리한 일들과 지역 실종 사건까지 더해지며 공포와 스릴러, 추리 장르의 쾌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악령이 깃든 집인가 싶을 폴터가이스트와 오컬트로 시작해 페이크 다큐로 전환했다가, 마지막에는 범죄 스릴러로 문을 닫는 세 번의 장르 전환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그리고는 뒤통수를 가격하는 반전의 반전은 초반의 느릿한 전개를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 충격으로 다가온다.    


도저히 예측하기 힘든 영리한 눈속임은 배우의 호연과 감독의 연출이 만든 성공이다. 초반 재키의 초조함은 무언가가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함을 가중 시켰고, 15년 만에 또다시 일어난 아동 실종 사건으로 긴장감을 조성했다. 거기에 프로깅이라 불리는 신종 놀이는 도를 넘어 범죄가 되어버렸다. 등장인물 간에 복잡다난한 사건사고를 지켜보는 카메라(관객)는 전지전능한 시점으로 관찰자이자 목격자의 위치에 놓인다.    


한 가지 사건에 두 가지 시점이 교차되며 가해자와 피해자, 목격자는 모호해진다. 뒤섞인 관계망이 사건의 명분으로 작용하며 해결에 기폭제가 되어준다. 우리나라 영화 <도어락>과 <숨바꼭질>, 90년대 일어났던 개구리 소년 사건과 은근한 교차점을 가지면서도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기 드문 해결점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따라서 <아이 씨 유>는 공포 스릴러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다양한 장르의 쾌감을 즐길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흩어져 있는 트릭은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님을 인지하는데 쓰이고, 뻔한 장르 영화의 클리셰를 답습하는 듯 보이다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장르를 비틀고 해체하며 재조립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평점: ★★★☆

한줄평: 우리집에 누가 있다는 오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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