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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cine 수다

<비올레타> 부모라는 이름의 욕망

by 장혜령


부모라면 자식의 소유권을 어디까지 주장할 수 있을까? 가족이란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일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비올레타>는 11년 전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후 호평을 받았으나, 엄격한 법 때문에 꽁꽁 때문에 묶여 있다가 2022년에 공개된 작품이다. 주연이었던 아나마리아 바토로메이가 성인이 되기도 했고, 영화를 예술로 생각해 준 사례라 생각한다.


그동안의 궁금증과 비밀을 품고 이제야 선보이게 된 영화는 관련 이슈도 많다. 세계적인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선택한 작품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유년 시절 겪었던 경험을 녹여 영화로 승화한 '에바 이오네스코' 감독의 연출 때문이다.


또한 정변의 아이콘이라 할만한 신예 배우 아나마리아 바토로메이의 발견이다.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에서 <해프닝>이 황금사자상을 받으면서 또 한 번 아역 시절이 주목받고 있다. 떡잎부터 알아본 감독의 선구안이 준 결과다.


평범함과 비범함 사이의 모녀

아빠나 남편은 처음부터 없었다. 어쩌면 모녀 사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평범하지 않은 3대가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다. 엄마 한나(이자벨 위페르), 딸 비올레타 (아나마리아 바토로메이), 그리고 할머니까지. 사진가로 활동 중인 한나는 파리에서 성공하길 갈망한다. 그러던 어느 날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 비올레타에게 영감을 느낀다. 자신의 빼어난 외모를 닮은 비올레타를 뮤즈로 점지한 후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계속하게 된다.


처음에는 성인 여성처럼 화장하고 옷을 입는 정도였지만. 점차 섹슈얼리티가 짙어지는 촬영 콘셉트는 아슬아슬한 수위를 넘나든다. 어린 딸에게 유혹하는 눈빛, 벌어진 입술, 무언가를 갈구하는 표정을 서슴없이 주문하는 엄마. 아이를 성적 대상화로 만들어 낸다. 심지어 한나는 다리를 좀 더 벌려 보라는 등 선정적 요구도 거침없다.


비올레타는 처음에는 싫다고 딱 잡아떼지만 거부할 수 없는 이유로 승낙하게 된다. 왜냐하면 엄마의 사랑을 언제나 갈구하는 소녀였기 때문이다. 가끔 생활비를 주며 얼굴을 비추는 정도였지 내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엄마가 갑자기 관심을 두자 엄마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다.


애정결핍이 채워지자 또 다른 욕망이 고개를 든다. 학교 친구들이 놀려도 새침한 공주 콘셉트를 유지하는 건 물론, 짙은 화장과 어른스러운 옷차림으로 자신을 표현했다. 자아가 성립되지 않은 아이는 엄마가 좋아하는 게 내가 좋아하는 거라 착각하기도 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뒤틀린 엄마의 욕망과 만나 거침없는 형태로 발현되었다. 비올레타는 점차 엄마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해갔고 무엇이 좋고 나쁜지, 옳고 그른지 알 수 없이 망가졌다.


뒤틀린 모녀 사이, 트라우마와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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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올레타> 스틸컷

앞서 말했듯이 <비올레타>는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10년 전 시나리오를 쓰며 고통과 또다시 마주해야 했을 텐데. 4세 때부터 어머니로 인해 카메라 앞에 섰지만 언제나 카메라 뒤가 편했다고 고백했다. 때문에 배우에서 연출자로 전향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누군가의 시선을 받는 것은 심적 부담과 피로를 유발하는 작업이다.


영화는 롤리타, 아동학대 및 착취 등 민감한 부분을 오로지 관객의 몫으로 돌렸다. 과연 부모의 의무와 책임, 소유권은 어디까지 두어야 할까 질문을 곱씹게 된다. 그래서일까.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자전적인 서사는 마음을 뒤흔든다.


어쩌면 트라우마의 치료이자 어떤 식이든 충격적인 시도로 보이기도 한다. 실제 감독은 엄마를 2012년 법정에 세웠고 승소하기도 했다. 결코 순탄치 않았던 유년 시절과 엄마 사이의 관계를 극복하려 이 영화를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감독은 4살-12살 사이에 엄마와 작업했고 어떤 식으로든 상흔을 남겼을 테니까.


예술과 외설 사이, 경계를 실험하는 영화
영화 <비올레타> 스틸컷

아무튼,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예술적 DNA는 확실히 어머니에게 물려받았다는 점이다. 한나는 비올레타를 두고 소녀(생명)와 죽음의 콘셉트를 끊임없이 창조했다. 금발과 레이스, 벗은 몸을 통한 순수함, 여성의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해골, 마녀, 뱀파이어, 죽음, 관음적 시선 등이 강렬한 흑백 콘트라스트 대비로 각인되었다.


고딕 분위기, 퇴폐적이고 스산한 비주얼과 암울하고 냉소적인 시선은 B급 영화, 무성 영화, 호러 영화, 초현실주의 회화 및 사진 등에 관심 있는 관객의 영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아늑한 집은 이 영화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튜디오이면서도 삭막하고 죽음과 연결되어 있는 부정적 느낌이 강하다.


이는 <베네데타> 촬영 감독인 '잔느 라프와리'를 통해 구현되었다. 그리고 프랑스의 대표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드니 라방'이 든든히 떠받혀주고 있어 가능했다. 거기에 신예 배우 '아나마리아 바토로메이'의 완벽한 균형으로 비로소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영화는 예술과 외설 사이에 서 있다. 부모와 자식 간의 끊을 수 없는 애증의 관계는 영화의 큰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물론 아동을 불편하게 보여주는 방식을 예술로 볼 것인가 범죄로 볼 것인가, 날카로운 비판은 계속될 일이다. 사랑하는 딸을 에로티시즘의 피사체로 담아낸 시선. 윤리적 잣대의 기준에 관해 이야기해 볼 게 많다.

common.jpeg 영화 <비올레타> 스틸컷

그러나, 나라와 시대를 떠나 눈을 조그만 돌려봐도 금세 할 수 있다. 유튜브에서 자식을 모델로 돈을 버는 부모, 잠도 재우지 않고 영상을 찍는 부모 등이 많다. 아동의 상품화는 비단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비슷한 일은 현재도 종종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비올레타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덧) 사족이지만 엄마는 딸을 모델로 한 사진으로 사진집을 발간, 일본에서 대박 흥행을 쳤다는 후문이다. 엄마가 예쁜 공주 옷 입혀주고 화장도 해주고 카메라에 담아주니 허락했었을 것 같은 아이의 마음이 안쓰럽기도 하다. 그저 엄마가 시키니까 했을 수도 있고, 엄마가 좋아하기 때문에 거절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동양에서는 말하는 복종, 효(孝)는 또 다른 개념이지 않을까. 마음이 복잡해지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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