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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un 20. 2023

<엘리멘탈> 왜 궁합 안 맞는 상극에게 끌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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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화학을 기초로 한다. 태초의 우주는 빅뱅으로 지구를 만들었고 지구에도 생명이 생겨났다. 위험해 보이지만 화학은 인간 삶에도 떼어 놓고 말하기 힘들다. 실생활에도 자주 쓰인다. ‘케미스트리 폭발’이라는 어울림에 비유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매우 중요한 게 틀림없다.     


번뜩이고 기발하게 4원소를 의인화한 <엘리멘탈>의 아기자기함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익숙한 서사를 따라가면 한국계 미국인인 ‘피터 손’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했음 확인할 수 있다. 70년대 미국으로 건너와 식료품점을 운영하던 부모님과 낯선 땅에서 소수자로 살았던 일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어릴 적부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차별을 듣고 자라 형성된 가치관과 “그래도 한국 사람하고 결혼해야지”라던 부모님의 잔소리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불, 물, 공기, 흙 네 원소가 모여 살면서 도움과 피해를 주고받는 ‘엘리멘트 시티’는 다인종이 모여 사는 미국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다인종 용광로, 미국이 떠오르는 상상력     

영화 <엘리멘탈> 스틸컷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을 떠나 엘리멘트 시티로 이사 온 앰버네 가족은 어렵게 불을 위한 식료품 가게를 열었다. 하지만 대도시의 소수인 불가족이 자리 잡기란 쉽지 않았다. 아버지 아슈파는 밤낮없이 성실하게 일해 보란 듯이 자수성가했지만 최근 건강 악화로 딸 앰버에게 물려주고 은퇴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도와 온 앰버는 자연스럽게 2대 사장을 꿈꾸며 일을 배워갔다. 좌충우돌 실수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드디어 아버지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찾아온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지하실에 물이 차올라 모든 것이 엉망이 되고, 벽창우 조사관 웨이드를 만나게 된다.     


웨이드는 불법 건축부터 지적해 여러 문제점이 발견된다며 영업금지를 내리려 하고, 이를 막기 위한 앰버의 고군분투가 이어진다. 둘은 상반된 성격 탓에 티격태격하다 일이 꼬여버리지만 불도시에 물이 차오르는 원인을 밝혀내며 호감을 쌓아 나간다. 하지만 물과 불은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 둘은 차이를 이겨내고 친해질 수 있을까?     


서로를 필터링해 나를 돌아보는 계기     

영화 <엘리멘탈> 스틸컷

영화는 물과 불, 부모와 자녀, 나와 이웃 등 공존이란 메시지를 품고 있다. 원소끼리는 섞여서는 안되는 엘리멘트 시티의 체계는 견고하다. 흙과 물은 나무를 자라게 하고 공기는 산소를 발생시켜 불을 타오르게 한다. 하지만 화재로 나무는 전소되기도 하며, 홍수가 심해지면 큰불이라도 꺼질 수밖에 없다. 자칫 다른 원소와 잘못 부딪히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기에 반드시 원칙을 따라야만 하다.     


하지만 영화는 이 원칙을 초반에 무너트리며 시작한다. 쉽게 불같이 화내다 폭발하는 여자와 툭하면 울상이 되어버리는 눈물 많은 남자의 조합부터다. 유순하고 감성적인 물 웨이드와 열정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불 앰버를 주인공으로 세워 성별, 인종, 종교, 계급, 세대 갈등을 시각으로 톺아본다.     


사랑이란, 낯선 타인에게 끌리다가 장점에 동화되고 단점을 고쳐가면서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마법이다. 앰버와 웨이드처럼 유독 반대 성격의 상대와 만나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벅찬 감동이다. 사랑은 세상을 변하게 한다. 총천연색 무지개를 띄우고, 돋보기가 되어주며, 수증기를 만들어 낸다. 혼자서는 어려웠던 일도 함께하면 이겨 낼 수 있고, 작은 희망도 품어 볼 수 있는 이로운 일이다.     


이를 가족 갈등과도 연결 지어 보면 이해하기 쉽다. 앰버네는 외부인 즉 이민자를 뜻해 자격지심과 성실함으로 어렵게 성공할 수 있었다. 근본적으로 엘리멘탈 시티의 원주민 웨이드네와는 가치관과 가풍이 다르다. 웨이드는 부족함 없이 자란 상류층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꽃길을 걷어 와 어려움이라고는 알 턱 없었지만, 앰버를 만나 잠재력을 발견하며 성장한다.     

영화 <엘리멘탈> 스틸컷

마지막으로 세대 차이를 뭉클하게 담고 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고 해도 가족의 사랑은 만고불변이다. 품에서 금이야 옥이야 키운 금쪽이의 꿈과 행복을 바라는 부모의 코끝 찡한 울림, 장녀장남의 내적 갈등마저도 공감된다. 픽사의 시그니처인 오프닝 단편 애니메이션 <업>의 외전 <칼의 데이트>까지 연결하면 무한한 사람을 경험할 수 있다. 보편적인 정서도 픽사가 만들면 특별해진다. 그 특별함은 오롯이 당신의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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