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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Jul 13. 2017

조장혁 예찬..

Since 1997. 

내 안에도 모순은 있다. 

당시 유머모음집에서도 인용했듯이 국영수과 중심으로 열심히 해야하는 시절이었지만, 

국어과목은 언제나 따분한 수업이었다.  재미도 없고, 점심시간 직후의 국어 시간이란.. 와우...

그런데도 글은 꾸준히 썼다. 문학과 독서를 멀리하면서 습작을 좋아하는 클루.  


국어 또는 문학 교과서 속, 제목과 내용까지 기억나는 손가락으로 꼽을만큼 몇 안되는 작품 중,  

이양하 작가의 <신록예찬>이라는 작품이 있다. 

작가가 생전에 연희전문학교(現 연세대) 교수 시절에 쓴, 자신만의 핫플레이스에서의 사색을 술회한

아주 담백한 수필인데 클루에게도 잔잔한 울림이 있었나보다. 

감히 그에 비할 바 못되지만, 그런 찬탄의 마음가짐으로 여기, 클루의 인생 가수를 소개한다.   


조.장.혁.


시작부터 부끄러운 건, 시작점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1집 음반은 1996년도라고 한다. 

내가 그의 존재를 처음 알게된건 영화 <change> 덕분이었는데, 개봉년도가 1997년으로 되어있다.

1997년이면 미니시리즈 <별은 내가슴에>가 신드롬을 일으키고, 그의 노래도 동반 인기를 누릴때였다.

더불어 노래를 취미로 부르던 반짝꿍 녀석과 야간자습시간에 서로 노래를 주고받곤 했는데,

내가 부르는 그의 '그대 떠나가도'를 듣고는 비슷한 느낌이 난다며 칭찬받던 기억이 난다.

영화를 본 시기와 그의 노래를 즐겨부르던 시기 사이에 분명 갭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해였다니. 

시작점이 1996년일수도 있겠다는 의문점은 풀리지 않지만, 그게 꼭 중요한건 아니다. 


사실, 그보다 먼저 그녀를 좋아했었다.

정확히 기억한다. 1995년, 윤종신 4집 <공존> 수록곡 'Good bye'의 듀엣녀. 

장.혜.진.

형이 사온 천원짜리 불법복제테잎 속 장혜진의 노래는 어린 클루에겐 천사의 목소리였다.

S.E.S도, 핑클도, 예쁘고 춤추고 노래하는 그냥 또래 애들이었지, 

클루의 첫 가수는 장혜진이었다. 

이런게 팬이라는 개념일 수 있겠구나 하고 처음 느끼게 해준 것도,

없는 돈을 모아 거금의 CD를 처음으로 여러장 구입한 것도 그녀 때문이었다. 


우선 목소리에 반하고, 그다음 가창력에 반하게 되는 것이 클루의 공식이었다.

무주공산이던 클루의 가슴에 수많은 남자가수들이 도전했지만 아깝게 실패했고, 

드디어 남아있던 한자리를 차지한것이 조장혁, 바로 그였다. 

혜성처럼 나타난 그가 이후에 클루의 뮤즈 장혜진에게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건,

목소리 + 가창력 + 싱어송라이터의 우월한 능력이 아니었을까. 

그런 능력자가 많지 않았던 시절, 

남의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로 노래하는 호소력이 사춘기의 가슴을 후벼팠던 것이다.


1집의 매력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클루에게 완벽한 굳히기에 들어간다.

2집 <Inside your heart> 앨범 타이틀곡 '실연'. 

' 왜 나를 떠나가야만 했는지~.'

이 첫소절 하나로 클루는 스스로 조장혁의 인생 팬이 되기로 한다.

온전히 곡을 들은것도 아니었다. 

TV 출연도 음악방송도 거의 하지않는 그였지만, 

CF에 잠깐 흘러나오는 목소리만 듣고도 '이건 조장혁일 수 밖에 없어'라고 단정할 만큼 강렬했던 것이다.


다수의 모순은 여기에 있다. 

내가 열렬히 좋아하는 한 가수가 있다. 그런데 속된말로 뜨질 못한다. 

유명한 노래로 성공했으면 좋겠다. 가요톱텐 골든컵도 탔으면 좋겠다. 

그런데 실제 바람이 이루어져 만인의 가수가 되면 조바심이 나기 시작한다. 

괜시리 질투가 나고 경쟁심이 생기기도 한다. 

내가 더 오랫동안 봐왔는데, 내가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좋아하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나만 알고 좋아하던 때가 가끔씩 그립다.    

이런 모순을 쉽게 비유하자면, 숨은 맛집의 이치가 아닐까. 

   

조장혁은 그런 가수다. 

비록 가요톱텐의 1위자리엔 끝내 오르지 못했지만, 

그는 드디어 3집 <LOVE> 앨범으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게 되고, 

조장혁의 시그니처 곡인 '중독된 사랑'을 남기게 된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불러봤을 법한 바로 그 노래.

그리고 3집 앨범의 성공은 수많은 CF 삽입곡으로 이어져 TV를 틀면 매일같이 들을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90년대부터 올해까지 데뷔 20주년을 넘기고도, 그의 정규앨범을 고작(?) 6집까지 밖에 소유할 수 없다는 건, 

분명 팬으로서 아쉬운 부분이다. (베스트 앨범 및 싱글 앨범 제외)

물론 그도 창작의 고통과 부담으로 은퇴했었던 서태지처럼 곡을 만드는데 일부분 동병상련을 느낄 것이고, 

그래서 장인의 정신으로 한곡한곡 만들어 음반 하나를 내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 된다는 점, 

예전 소속사와의 문제 등으로 인해 음악 인생에 위기가 왔었다는 점.

그러한 복합적인 여러가지 요소들로 이루어진 그동안의 발자취는 팬으로서 응당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또 팬이기에 어쩔수 없는 것이 지금껏 그가 보여준 능력이 확실히 아깝고 아쉽다.


지금처럼 고정적으로 방송 활동하지 않았던 몇년전 음악경연 프로그램에서, 아주 오랜만에 그를 보았다. 

'전설과 함께하는 듀엣 무대' 컨셉은 당연히 고개가 끄덕여졌는데, 그와 팀을 이룬 후배 가수는 당대에 내노라 하는 보컬리스트였다. 그들이 함께 부른 곡은 '중독된 사랑'이었고, 쟁쟁한 라이벌들 속 결과는 우승이었다.

그때 실로 오랫동안 가질 수 없었던 전율을 느꼈는데, 그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의 댓글들을 봐도, 후배도 물론 잘 불렀지만, 무엇보다 그가 압도적이었다는 중론이었다. 

한마디로 짜릿했다. 이후에도 여러 경연 프로그램에서 많은 실력자들이 그의 노래를 열창했건만, 

아직까지, 여전히, 원곡을 뛰어넘는 가수는 나오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다.

다양한 편곡, 색다른 해석, 걸출한 가창력으로 이미 원곡보다 널리 일반화된 노래들이 많지만, 

조장혁의 노래는 그만큼 색깔이 확실하기 때문에 쉽게 넘볼 수 없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의 콘서트는 정직하다. 굳이 마니아가 아니라도 가성비(?) 훌륭한 공연이다. 

방송을 보면 알겠지만, 그의 입담 또한 상당하다. 라디오나 옛날 방송자료에서처럼 여전하다. 

그러나 그는 노래를 불러준다. 쉬어가는 타임보다는 콘서트 취지에 맞는 좋은 음악을 들려준다. 

어떤 가수는 퍼포먼스가 너무 많아, 또는 공감하기 힘든 편곡이 너무 많아 팬들이 오리지널 원곡 콘서트를

요청한다고 하건만. 그만큼 조장혁의 콘서트는 정직하다. 그래서 팬들이 공감하기 좋다. 


2015년 겨울, 처음으로 용기내어 아내와 콘서트를 찾은건 공식 팬카페 <조.그.사> 덕분이었다.

기억하건대, 2000년대 중반에도 팬페이지(?) 느낌의 콘텐츠가 있었으나,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 사라졌다.

중국 어학연수 때, 그의 동명 곡에서 영감을 받아 <아직은 사랑할 때>라는 시도 썼었는데. 

그리고 몇해가 흘러 문득 검색한 그의 이름으로 팬카페를 찾아내어 가입했고 이후로 뜻깊은 날을 맞이했다.

단독콘서트는 물론 팬미팅까지. 우상과의 사진은 덤으로. 

2017년, 팬미팅 현장


한때는 엉뚱한 공상을 하곤 했다. 대학때부터 한 상상이지만, 그가 내 결혼식에서 축가로 'Love'를 불러주길.

그러려면 내가 그의 매니저가 되거나, 연예계로 가서 그와 친분을 쌓거나, 대단한 셀럽이 되어 부탁하고 싶은데.

비록 허무맹랑한 간절한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팬미팅에서나마 그와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하고, 그의 마이크를 한번 받았다는 데에 무한한 영광을 느낀다.


가수 조.장.혁.

고등학교 때 명곡 '잿빛거리'를 썼다는 천생 뮤지션.

누구나 흉내내보지만,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그만의 컬러. 

클루가 감동하는 그의 묵직한 울림이 다시 한번 더 대중 속에서 그의 이름처럼 빛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우상의 마이크를 건네받던 클루.


사진출처 : 공식 팬카페 <조장혁, 그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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