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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Dec 02. 2017

행복한 워커홀릭을 만드는 '위워크' 을지로점

위워크 서울 을지로점 3개월 이용 후기

뉴욕의 위워크, 한국에 상륙하다


내가 처음 위워크를 접한 건 2011년 뉴욕이었다. 우리나라 정부 정책의 힘을 받아 '스마트워크(Smart Work)'라는 단어가 유행어처럼 미디어에 등장할 때, 당시 '토즈(TOZ)'에서 공간기획 팀장이었던 나는 새로운 공간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미국과 유럽으로 약 두 달간 시장조사를 나갔다. 그때 방문했던 코워킹 스페이스 사진을 보면 '위워크랩스 (wework Labs)'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사진이 있는데, 위워크랩스는 위워크에 입주한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 하는 것이 주 역할이었다. 아래 사진은 당시 홈페이지에 실려있던 위워크 1호점의 사진이다. 약 6년 전의 위워크에는 깨끗한 사무 공간에 수십 개의 공용 책상이 있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프리랜서와 스타트업 멤버들이 열심히 자기 일을 하고 있다. 당시로서는 이 사진 자체도 혁신적이었다. 다른 회사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일을 하다니!


위워크 뉴욕의 1호점 전경 (출처: wework abs 홈페이지)


이후 6년이 지나 한국에도 위워크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코워킹스페이스 운영의 중요한 이슈 중에 하나가 지속가능성일 만큼 3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코워킹스페이스가 대부분인데, 위워크는 그동안 잘 성장해서 아시아에도 진출했구나 싶어 개인적으로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리고 지난 8월 위워크 전체를 통틀어 규모로는 첫 번째, 책상 개수로는 두 번째 크다는 위워크 을지로점에 3개월을 계약했다. 


위워크 을지로점에 막 입주한 나의 책상 사진


멤버십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 접근성


위워크 을지로점은 대신파이낸스 빌딩의 절반에 가까운 10개 층을 사용한다. 위워크 전용 엘리베이터가 빌딩의 7층부터 16층까지를 운행하며, 리셉션은 가장 뷰가 좋은 16층에 위치해 있다. 


명동성당에서 바라본 위워크 을지로점 - 노란색 조명이 있는 층이 위워크다


각 층에는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대형 바(bar)와 공용 데스크가 마련되어 있는데, 우리는 이런 공간을 '라운지'라고 불렀다. 이 라운지를 둘러싸고 다양한 크기의 사무실이 건물의 외곽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위워크의 멤버십은 각 공간의 접근 범위를 기준으로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바(bar)와 미팅 테이블, 공용데스크가 있는 위워크 을지로점의 라운지(Lounge)


* 핫데스크 (Hot Desk) : 인당 약 35만원/월 (공용 데스크가 있는 10개 층의 라운지 무제한 이용)
* 개인데스크 (Dedicated Desk) : 데스크당 약 50만원/월 (라운지를 포함해 공용 사무실의 개인 데스크를 무제한 이용)
* 독립오피스 (Private Office) : 데스크당 약 70만원/월 (라운지를 포함해 독립된 사무실의 전용 데스크를 무제한 이용)


핫데스크 멤버십 (Hot Desk Membership) 
위워크를 처음 경험해 보기에 가장 좋은 핫데스크 멤버십은 월 약 35만원 전후로, 공용데스크가 있는 10개 층의 라운지 공간을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위워크는 365일 24시간 오픈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멤버십을 선택하든 위워크의 출입에는 제약이 없는데, 출퇴근 개념이 없는 우리 회사의 경우에는 위워크의 24시간 오픈 정책이 꽤 매력적이었다. 업무의 성격이나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 새벽에 사무실에 나와서 오후까지 일을 하는 멤버도 있고, 오후 늦게 와서 밤을 새는 멤버도 있는데 어떤 경우든 사무실을 이용하는 데 지장이 없다. 자정이 넘어가도 위워크는 전 건물 전체가 낮처럼 환해서 오히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일만 할까봐 걱정할 정도였다.. 

개인데스크 멤버십 (Dedicaded Desek Membership)
10-30개 정도의 데스크가 한 공간에 있는 공용 사무실의 개인 데스크를 사용할 수 있는 이 멤버십은 데스크 단위로 월 50만원 정도다. 이 멤버십은 하나의 큰 사무실을 여러 회사가 함께 쓰는 형태인데, 미리 지급된 카드키를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하다. 사무실을 공유하지만 각자의 전용 책상이 있어서 오픈성과 독립성의 전환이 빠르게 가능하다. 여러사람이 공간을 같이 쓰기 때문에 간혹 화상회의나 전화회의처럼 소리가 민감한 환경에서 일을 하면 불편할 수 있는데, 이럴 때는 공용사무실 옆에 마련된 폰부스(Phone Booth)를 이용하면 된다.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사무실을 공유한다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한 두 주만 지나면 같은 회사 사람들 못지 않게 친해져서 생각치 못한 네트워크와 비지니스의 기회를 얻기도 한다.

독립오피스 멤버십 (Private Desk Membership)
위워크에서 가장 프라이빗한 공간을 제공받는 ‘독립오피스 멤버십’은 지점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데스크 단위로 월 70만원 정도라고 보면 된다. 전용 사무실을 계약하면 완전히 독립된 공간을 사용하게 되므로 보안이 매우 중요한 비지니스를 한다거나, 24시간 남에게 방해받지 않는 공간을 원하는 경우에 적합하다. 이 곳은 혼자 집중해서 일해야 하는 프리랜서나 1인 기업에게 인기가 많다. 한 가지 개인적인 관점에서의 단점은 생각보다 공간이 좁아서 답답한 느낌이 들 수 있다는 점이다. 위워크는 정책상 사무실의 모든 벽을 투명한 유리로 유지하지만 1-2인실의 경우에는 그래도 답답한 느낌이 있다. 이런 이유로 비용 제약이 없다면 실 사용 인원보다 1-2개 정도 데스크가 더 많은 공간을 계약하기도 한다. 



공용사무실에 대한 찬양


우리가 계약한 사무실은 다른 회사들과 함께 사용하는 공용 사무실이었다. 이 사무실은 위워크 을지로점 9층에 있는데, 11개의 책상을 4개의 회사가 나누어 쓰는 공간이었다. 회사가 속한 사업군이나 업무 형태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의 경우 책상 3개만 들어갈 수 있는 좁은 독립 사무실보다는, 몇 개의 회사와 함께 사용하는 공용 사무실의 형태를 선호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답답하지 않은 사무실의 크기 
전용 사무실에 비해 30% 저렴한 월 이용료
입주사와의 협업 및 네트워크 가능성


우선 사무실 공간이 넓다.
보통 스타트업은 작게는 2명-4명 사이인데, 4개의 책상이 있는 사무실은 아무리 벽이 유리벽이라도 공간이 좁아 답답함이 있다. 출입문에서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는 동선이 대부분 벽과 닿아있어서 불편하고, 한 사람의 드나듦이 눈에 띄어서 움직이는 사람이나 앉아있는 사람이나 움직임에 부담이 생긴다. 하지만 10개 이상이 들어가는 공용 사무실은 이런 답답함이 없다. 여유 공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환하고 넓어 보인다. 내 책상은 하나지만 더 쾌적한 공간에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공용 사무실에 책상이 15개 이상이 되면 쾌적한 느낌보다는 휑한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사무실이라는 공간에 있다는 느낌보다는 오픈된 공간에 덩그러니 놓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10명 내외의 사이즈가 최적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월 렌트비가 저렴하다.
위워크의 경우 단독 사무실의 책상 하나는 월 70만원이 약간 안 된다. 반면 공용사무실은 50만원이 약간 안되는 금액이다. 약 30%의 금액 차이가 난다. 우리처럼 세 명이 사용할 경우, 한 달 기준으로 약 60만원의 금액이 절약된다. 우리 같은 소규모의 스타트업에서는 이 금액을 두 달 모으면, 단순 작업을 하는 반나절 알바도 채용할 수 있다. 

세 번째로 같은 사무실을 쓰는 회사와의 예상치 않은 협업이 가능하다
우리의 경우 온라인 계약서를 서비스하는 ‘Lawdy’ 그리고 브랜드/마케팅을 하는 스타트업 ‘알림’과 함께 사무실을 사용했는데, 3개월 동안 이 두 회사와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할 수 있었다. 브랜드 마케팅을 하는 ‘알림’은 우리 파트너사의 행상 영상 작업에 참여했고, 내년을 목표로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에도 일부 참여를 하게 되었다. 온라인 계약서를 서비스하는 ‘Lawdy’의 경우, 정식 출시를 앞두고 우리가 베타 테스트를 해 주기도 했고 프로덕트에 관한 피드백을 주기도 했다. 덕분에 우리 회사의 계약 관련 리소스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었다. 



워커홀릭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공간


3개월간 내가 위워크에서 밤을 새운 건 약 두 주 정도인데, 한 번은 사흘 내내 위워크 을지로점을 떠나지 않고 일을 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일을 하기 위해 내가 필요한 것들을 얻기 위해서 이 공간을 나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소개한다. 


일의 시작이 이루어지는 공용사무실의 내 책상


일의 시작은 언제나 집중이 필요한 내 사무실이다. 10개의 책상이 있지만, 보통은 절 반 정도만 사용하기 때문에 사무실 내 소음은 많이 없다. 이렇게 집중해서 2-3시간을 일하다 보면 슬슬 몸이 찌뿌둥해진다. 그러면 나는 스탠딩 바, 소파, 오픈 데스크, 4인용 테이블 등이 있는 라운지로 나간다. 


라운지에서 간식을 먹으면서 미팅중인 팀원들


라운지는 약 50-70평의 소음이 허용되는 오픈 공간으로, 천고가 높고 24시간 배경음악도 나와서 생기가 넘친다. 게다가 다양한 회사의 구성원들이 미팅도 하고, 가벼운 대화도 하기 때문에 확실히 리프레시가 된다. 


소음과 시선의 방해가 없는 폰부스(Phone Booth)


그러다가 누군가에게 전화가 오거나 집중력이 고도로 요구되는 일을 해야 하면 폰부스로 들어간다. 여기는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가 노트북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라 고도의 집중이 가능하다. 


위워크 을지로점 16층의 리셉션


잠시 후에 리셉션에서 손님이 방문했다는 메시지가 오면 리셉션이 있는 16층 라운지로 내려간다. 홈페이지에서 간단하게 방문할 손님의 이름과 방문 시간을 입력해 두면 리셉션에서 게스트를 대신 맞이해 준다. 시간에 맞춰 게스가 오면 나에게 메시지가 도착한다. 비서나 리셉션을 두기 힘든 작은 회사에게는 꽤 매력적인 서비스다. 


위워크 을지로점 16층의 마켓에서 구입할 수 있는 샐러드와 일품도시락


손님을 픽업한 후 바로 옆 마켓에서 일품 도시락을 하나 구입해서 스탠딩 바(bar)로 간다. 평소에는 혼자 먹기도 하지만 보통은 이렇게 미팅을 겸해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

 

위워크 을지로점 라운지에서 내려다본 명동성당


식사가 끝나면 라운지에 있는 커피와 맥주를 셀프로 담아서 명동성당이 잘 보이는 15층의 라운지로 가서 이야기를 나눈다. 모든 층에는 라운지가 있고, 그 안에는 셀프 캔틴이 있어서 서울의 웬만한 대형 카페보다는 분위기와 퀄러티 면에서 낫다.


위워크 을지로점에 있는 8-10인용 회의실


그렇게 아이스브레이킹을 한 후에는, 미리 예약해 둔 미팅룸으로 가서 자료를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미팅룸은 위워크 홈페이지에서 10초면 예약이 가능하고 모든 미팅룸의 예약 현황도 볼 수 있다. 미팅이 끝난 후에는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서 일을 마무리하고, 팀 사람들과 함께 피자를 한 판 시켜 먹는다. 


위워크 을지로점 9층에 위치한 게임룸에는 탁구대와 다트가 있다


그렇게 10시까지 야근을 한 후에는 찌뿌둥한 몸을 풀기 위해서 라운지 한 켠에 있는 탁구대로 들어가 게임을 한다. 게임을 할 사람이 없을 땐 옆에 있는 다트 게임도 괜찮다. 골프를 할 줄 안다면 스크린 골프도 좋다. 그렇게 몸을 풀면 다시 일을 할 에너지가 생긴다.


위워크 을지로점 11층에 있는 Quiet Room 에는 창이 없어서 몇 시간씩 눈을 붙이기에 좋다


그렇게 몇 시간 더 일을 하다가 새벽 1-2시쯤 넘으면 11층에 있는 Quiet Room 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오픈된 위워크의 공간 중에서 창문이 없는 유일한 공간이다. 나는 불을 끄고 빈백(Bean Bag)에서 안대와 헤드폰을 끼고 아침 7시까지 잠을 잔다. 그렇게 하면 새벽까지 일을 해도 6시간 이상을 잘 수 있다.


위워크 을지로점 9층 회장실에 위치한 샤워실


아침에는 9층에 마련된 샤워실에 가서 샤워를 하고 화장을 고친다. 16층에 마련된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면서 간단한 샐러드 하나를 구입해서 라운지에서 먹고 11시 미팅을 준비한다.



채용에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스타트업의 핵심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큰 사이즈의 기업과는 다르게, 스타트업에서는 한 사람의 역량이 곧 회사의 역량이 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서는 무엇보다 채용이 중요하지만, 스타트업이 가장 못하는 것이 바로 이 채용이다. 돈도 많이 줄 수 없고, 일의 양은 엄청나게 많고, 사무실도 작고, 사무실의 시설도 뒤처질 수밖에 없는 스타트업이기에 능력 있는 인재들이 지원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특별한 비전이나 조건이 붙지 않는 이상, 인재는 커녕 보통 수준의 멤버들을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다. 하지만 위워크에 입주하게 되면 스타트업의 그런 고민들이 상당히 해결된다. 

우선 업무 환경이 대기업 못지않게 좋다.
우리가 입주한 위워크 을지로점의 경우에는 글로벌 기업의 한국 본사 사무실보다도 시설이 좋았다. 100명 규모의 파티를 열 수 있는 명동성당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라운지, 고급 커피와 차와 맥주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바(Bar)가 층마다 갖추어져 있고, 샤워실이 딸린 깨끗한 화장실도 있다. 필요하면 모니터를 사용할 수 있는 최첨단 회의실이 여러 개 있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스크린 골프장과 탁구시설도 있다. 손님이 오면 맞이해주는 리셉션과 소포를 받아주는 전담 인력도 있고, 건물을 나가지 않고도 신선한 샐러드와 일품요리를 먹을 수 있는 캔틴도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회사 소속이 아닐 뿐이지, 그 외의 환경은 어느 글로벌 회사의 본사 못지않다. 이런 점은 쾌적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업무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Y세대의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교통과 제반시설이 훌륭하다.
위워크와 같은 대형 코워킹스페이스들은 대부분 교통이 편리하고 제반시설이 잘 갖추어진 지역에 위치해 있다. 위워크 을지로점의 경우 2호선 을지로2가와 3가역 사이에 있는 대신파이낸스 빌딩의 7층~16층까지 총 10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입구를 포함해서 엘리베이터 등은 최신식으로 장착되어 있고, 위치 또한 명동성당 바로 옆에 있어서 교통이 매우 편리하다. 내가 일하는 회사는 직원이 세 명 밖에 안되는 작은 회사지만, 여기서 받을 수 있는 업무 환경적인 혜택은 글로벌 대기업에 준하기 때문에, 회사의 비전을 이해하는 뜻있는 인재들을 충분히 유인할 수가 있다.  


위워크, 정말 ‘일’만 할 수 있는 곳


업무의 효율을 최우선으로 우리의 경우, 위워크의 최대 장점은 모든 구성원들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사실이었다. 직장생활이나 사업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회사를 운영하려면 자잘한 리소스가 꽤 많이 필요하다. 매일 사무실을 청소해야 하고, 직원들이 마실 음료와 음식도 정기적으로 채워 넣어야 하고, 복사기와 팩스에 A4 용지도 채워 넣어야 하고, 혹시라도 인터넷이나 에어컨이 고장나면 누군가를 불러야 한다.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며 자리 배치를 다시 하는 것도 일이고, 미팅룸이 많은 경우 인트라넷 예약 시스템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일을 하기 위한 일’을 하느라 정작 진짜 일을 할 시간이 부족한 경우도 허다하다.


각 층에 한 대씩 있는 OA 공간


하지만 위워크에서는 이런 일은 우리의 몫이 아니었다. 위워크의 통합 관리 시스템이 ‘일을 위한 일’을 모두 우리 회사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매일 밤 10시가 되면 전문 인력들이 사무실 곳곳을 청소하고 쓰레기를 비워준다. 커피와 맥주는 매일 새것으로 채워지고, 복사기와 팩스의 유지 보수도 중앙에서 관리된다. 인터넷이나 에어컨에 문제는 거의 생기지 않지만, 혹 문제가 발생하면 홈페이지에서 관리자에게 메시지로 알리기만 하면 금방 처리된다. 한 달 동안 우리를 도와줄 아르바이트생이 출근하는 달에는 온라인으로 책상 하나를 더 신청하기만 하면 되고, 미팅에 필요한 회의실도 홈페이지에서 10초면 예약이 가능하다. 위워크에 있는 동안 우리는 진짜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위워크 멤버전용 홈페이지에 있는 미팅룸 예약시스템


우리가 위워크 을지로점을 이용하는 금액이 책상 하나에 50만원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너무 비싸다고 말한다. 책상 하나만 한 달 동안 대여하는데 50만원이라면 그건 너무 비싼 게 맞다. 하지만 이 50만원에는 개인 책상을 포함해 10개 층의 모든 시설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접근비용과 눈에 보이지 않는 사무실 관리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이 금액은 단독으로 건물 내 빈 사무실을 렌트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할 수 있다. 실제로 온라인 채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 기업의 내부 직원의 말을 빌리면, 최근에 본사를 위워크로 옮기면서 사무실 유지관리 비용이 30% 가량 줄었다고 한다. 게다가 총무팀의 일이 파격적으로 줄어서 새로운 업무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간 외 위워크의 운영/관리 서비스> 

사무실 및 공용공간 청소
음료대 관리 및 커피/맥주/우유/차 제공
복합기 및 팩스 관리
인터넷, 전기, 수도 등의 각종 공과금 
게스트 응대 및 알람
택배 및 우편물 접수
1일 2시간 건물 내 무료주차 지원
회의실 예약 및 관리 시스템
마켓을 통한 샐러드 및 일품식사 판매



입주사들이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는 곳


얼마 전, 우리 회사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는 블렌딩 티 (Blending Tea) 제조 스타트업이 위워크 을지로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추석을 앞두고 기획한 티백 세트를 이틀간 위워크의 라운지에 전시하고 위워크 입주자를 대상으로 시음회를 하는 행사였는데, 이 기간 동안 2만원 상당의 추석 티백 세트를 현장에서 140개나 팔았다. 게다가 라운지를 오다가다 이 행사를 본 위워크 입주 기업들과는 후속 미팅 및 제휴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 이 중에는 국내 화장품 관련 대기업과 에어비앤비 코리아, 위워크 코리아도 있었다. 


실제로 위워크는 입주 기업들의 성장과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돕는다. 위워크 매니저들의 주요 활동 중 하나는 단순한 지점의 운영/관리를 넘어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입주사들을 위한 이벤트와 제휴를 기획하는 일이다. 그래서 위워크 을지로점에서는 거의 매일 저녁마다 9층과 16층 대형 라운지에서 큰 행사가 열린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나 채용 관련 세미나가 열리기도 하고, 외국인들이 호스팅 하는 글로벌 파티도 종종 열린다. 위워크 을지로점에서는 매주 월요일, TGIM (Thanks God It’s Monday)라는 조찬 모임을 지원하는데, 위워크 입주사라면 누구나 무료 아침식사 네트워킹에 참여할 수 있다. 이때에도 푸드와 음료는 위워크 입주사로부터 구매한다고 한다. 


매일 저녁 위워크 라운지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들


위워크 입주사들이 커뮤니티로서 소속감을 느끼는 데는 지점 간의 자유로운 이용 정책도 한몫한다. 즉, 한 지점의 위워크 멤버십을 가지고 있으면 전 세계의 모든 위워크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워크 을지로점의 멤버십을 가진 내가 프랑스 파리로 출장을 간다면, 파리에 있는 위워크 3개 지점의 코워킹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내가 등록한 지점에서처럼 무제한은 아니고 멤버십 별로 다르게 부여되는 크레딧이 허용하는 한에서, 온라인 사전 예약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한 달 내내 해외로 출장 중인 경우가 아니라면 실질적으로는 제약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세계 58개 도시, 259개의 글로벌 지점이 있는 위워크


세계를 넘나드는 지점 이용뿐 아니라, 국경이 없는 위워크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국경과 지역을 넘나들어 멤버 간의 교류와 소통이 가능하다. 위워크 멤버라면 전 세계의 어느 지점의 게시물이라도 열람할 수 있고, 언어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텍스트 자동 번역 시스템도 적용되어 있다. 실제로 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 채용과 파트너십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다시 위워크로


위워크 을지로점에서 3개월을 지낸 우리 회사는, 긴 유럽 출장이 잡혀있는 연말 연휴 2개월을 쉬고 내년 9개월을 재계약했다. 지난 3개월간 위워크를 통해서 얻은 회사 차원의 효용과 효율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고, 무엇보다 기존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좋은 업무환경에 대한 멤버 개인의 만족도가 높았다. 작은 회사일수록 구성원 개개인의 만족도와 업무 효율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보면 위워크 만큼 가성비가 좋은 곳이 현재로선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위워크 을지로점 9층 입구에 있는 'Welcome Home' 액자


위워크의 입구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Welcome Home” 

일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일터는 집 보다 더 중요한 곳이다. 위워크 을지로점은 확실히 일하는 나에게는 집에 견줄만한 곳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는 아주 잘 지어진 집 말이다.  




작가소개 | 최두옥 (스마트워크 디렉터)

'토즈'에서 공간기획팀 팀장으로 '스터디센터'와 '스마트워크 라운지'를 만들었고, 2010년부터는 유럽의 스마트워크 컨설턴트들과 협업하여 국내에 스마트워크를 정착시키기 위한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워킹스페이스를 기업들의 미래 사무실 형태로 바라보며, 일하는 현대인들에게 최적화된 코워킹스페이스와 코리빙센터를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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