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예순 네 번째 주제
그런 날이 있다.
왠지 모르게 계속
하늘이 나를 시험하는 것만 같은
그런날.
나는 왠지 나의 오늘이 그랬다.
조금 빨리 눈을 뜨고
이른 햇살을 받을 때
기분이 묘했다.
속이 좀 더부룩한 느낌이 들어서
괜스레 따뜻한 물도 끓였다.
안하던 습관에 온 신경이 놀란 것처럼
괜히 찌뿌둥한 느낌이 들었다.
해가 뜨는 시간을 만끽하면서
어제 개켜둔 옷을 입고
잔뜩 어지른 자리를 정리했다.
이따금 울컥거리며
목 언저리에 어떤 것들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토악질인지 울분인지 모를
그런거.
온데간데 없이 삭막한 공기
그래서 나는 또 시험에 든다.
네가 없는 어떤 날을
어떻게 이겨낼지
이렇게도 이른 시각부터
나를 시험한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Ram
1.
불가피한 학교 시험, 자의에 의한 시험 모두 스트레스를 동반하지만 시험 보기 직전, 시험 준비가 어느 정도 다 되었다고 생각해서 자신감 70%, 혹시 모를 (내가 공부하지 않은 범위가 나온다든지, 공부를 한 부분이지만 너무 심화로 변형되어 나온다든지 등등) 일에 대한 불안함 15%, 떨림과 긴장감 15%가 내 몸의 전체를 짜릿하게 만든다. 여기에서 오는 짜릿함을 느끼는 내가 변태 같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2.
아무 걱정 없이 학교 시험을 대비한 공부만 했던 때가 좋았던 때였을 지도 모른다.
3.
대학교 시험 기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종종 과거에 도서관도 못 가게 한 사람이 생각난다. 나를 꽁꽁 숨기고 싶어 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었던 것인지, 도무지 지금도 그 심정은 알 수 없고, 이해도 안 된다. 근데 그때 바로 이상한 낌새를 애써 외면하고 그저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제일 이상했다.
-Hee
가장 최근에 치른 시험이라 할 만한 일이 뭐였었나 생각해 보다 기억이 몇 년 전에 취득했던 전공 자격증 시험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20대에 해두자고 점찍어둔 일들 중 몇 가지는 여전히 숙제처럼 해치우질 못 하고 남아있는데, 그 시험 이후 몇 년 간은 정말이지 나태하게 살아버렸구나 하는 실망감을 느낄 뻔했다. 실의에 빠지지 않고 태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그 숙제들이란 것들이 이제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들인데다가, 지금은 다른 무엇보다도 가족 구성원을 늘리는 일. 가족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일. 삶의 기반을 밀도 있게 다져놓는 일에 더 집중하며 시간을 쏟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 시간을 쪼개고 집중하면 지금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긴 한데, 요즘은 현상 유지(집, 금전, 가족문제 등) 그 자체가 시험이랑 다를 바 없어서 무언가에 아등바등 매달릴 여력이 없다고 느껴진다. 이렇게 또 스스로의 한계를 낮춰버리면서도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 마주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그저 외면하는 게 아니라 그중에서 우선순위대로 몇 가지씩은 늘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Ho
나는 대학을 다시 들어간 만학도이다.
이번 주에 중간고사가 끝났는데 진짜 너무 너무 힘들었다.
무엇보다 마음이 너무 힘들었고 공부에 치여서 마음이 복잡하니까 계속 조급함 때문에 서두르게 되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면서 보는 사람이 숨이 막힌다면서 졸업만 하고 면허만 딸정도만 하라는데 그게 잘 안됐다.
학교가 친정이랑 더 가까워서 친정에서 지내며 남편이랑은 3주동안 주말만 만났다. 하필이면 이 시기에 남편도 회사에서 너무 힘들어해서 나는 이중으로 너무 힘들었다. 남편이 무슨 일이 생기면 그건 바로 내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일주일에 한번씩 학교 심리센터에서 하는 심리상담으로 버텼다.
한날은 지친 체력과 복잡한 마음속에서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무겁게 다가와서 스카에서 소리 없이 울었다. 근데 이 울음도 빨리 끝내야 했다.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눈물샘과 내 마음 끄트러미 어디쯤에 눈물을 달고 공부했다.
그렇게 한 공부 치고 시험에서 다 맞지 못했지만,
이번 중간고사를 계기로 오히려 공부에 대한 내 생각과 태도를 정리할 수 있었다.
결국은 이 모든 건 내가 그리고 우리가 더 나아지기 위함이고, 인생에 있어서 이런 경험은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한다. 남은 내 여정을 잘 마치고 남편이랑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아야지!
-인이
2024년 10월 27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