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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빈 Seongbin Mar 08. 2024

[UX/인터랙션] 인터랙티브 저널리즘

뉴욕타임스, 동아일보, 경향신문의 인터랙티브 기사 Review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 "들어가며"는 그냥 넘겨도 된다


들어가며


 작년 가을쯤 동아일보를 통해서 인터랙티브 기사를 알게 되었다. 막연한 내 생각에는 기사란 매우 정적인 레거시미디어 또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끌려다니는(가령 사람들의 클릭수 때문에 내용과 괴리가 있는 제목을 사용한다거나...) 매체라는 인식이 있었다. 물론 이런 현상의 원인이 언론인들에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 프로젝트로 전 기자이던 장강명 소설가의 강연을 들은 경험이 있다. 그는 기술이 우리 사회,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설명하며 기자 시절 자신의 경험의 예시를 들려줬다. 과거 기사는 비교적 느린 호흡으로 생각을 하고 글을 갈고닦아 인쇄소로 넘겼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에는 조금이라도 빠르게 온라인에 기사를 올리고 후속기사를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형식으로 빠르게 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이 과정에서 기사의 퀄리티는 자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사실 나는 디자인을 하지 않았다면 기자를 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언론에 흥미가 많다(대학생시절 언론에 관련한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게 유감이다). 어릴 적엔 프랑스 언론사인 르몽드(Le Monde)의 창간사에 가슴이 뜨거워졌던 기억도 있고 상투적이지만 정보가 곧 힘이라는 말에 정확히 적용할 수 있는 게 언론의 순기능이라 생각한다. 


 어려운 이야기를 하지 않고 단순히 생각해도 세상에 공유하면 해로운 정보가 있을까?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중심에 있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언제나 해롭지 않은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정보의 공유라 믿는다.


 사설이 길었다, 아무튼 언론을 중요하지만 지금의 언론은 어떤 위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에 새로운 돌파구가 없을까 생각하던 중 인터랙티브 기사를 알게 되었다. 비록, 활자에 정보의 본질이 담겨있지만 그건 일단 읽어야 하는 독자가 있을 때 의미가 생기는 것 아닌가? 더불어 그 기사가 독자에 깊이 공감하게 한다면 더할 나위 없지 않을까. 나는 여러 해법 중 하나가 뉴미디어를 활용한 인터랙티브 저널에 있다고 생각한다.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 바보 같은 진실은 바보같이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진실은 마음에 들지 않게 말하고,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라 (웨베르 뵈브 메리




인터랙티브 저널에 대해 아시나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터랙티브 기사의 존재조차 모를 것이다. 나 또한 작년 여름즈음 처음 접했다. 인터랙티브 가서의 기본적인 정의는 다음과 같다.

 

인터랙티브 기사:
텍스트는 물론 그래픽·사진·동영상 등을 통합·편집한 새로운 형태의 뉴스 콘텐츠
(한경 경제용어사전)

종합하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구성 "방식"에 중점을 두고 "스토리텔링"을 하는 기사이다.

즉, 텍스트 중심의 서사에서 탈피하여,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시ᆞ청각적 효과를 통해 메시지를 설득력 있고 생생하게 전달하는 구성 방식의 기사를 뜻한다. 이러한 전달 방식은 2012년 뉴욕타임스의 스노폴(Snow Fall)을 통해서 처음 시도되었다고 한다. 기존의 글과 사진 그리고 영상으로 이루어진 기사와는 다르게 차별적으로 음성, 페럴렉스 스크롤링 인터랙션, 3D그래픽 등 미디어를 활용했다. 이 기사 이후 국내에서도 수많은 언론사가 마치 경쟁을 하듯 인터랙티브 기사를 제작하였다고 한다. 그중 아직까지 인터랙티브 기사를 만드는 언론사는 많지 않다(동아일보,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


2012년 12월 업로드된 Snow Fall기사. 미국 캐스케이드 산맥 눈사태 사전을 1만 7천 자의 긴 기사로 전달한다 출처:뉴욕타임스


왜 인터랙티브인가?

 인터랙티브 기사의 핵심은 독자가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디지털미디어)의 스토리텔링이라는 점이라 생각한다. 단지 기술적 구현이 아닌, 알려야 할 정보를 가장 적합한 방식을 통해 전달하는 것, 일반 기사로 작성되었으면 보지 않고 지나갔을 법한 내용과 분량을 멀티미디어로 가공해 몰입감 있게 공감하며 이해하기 쉽고 능동적인 참여적 요소를 통해 들여다 볼만하다는 것에서 인터랙티브 기사에 효과성을 체감할 수 있다. 


 비록 2014년 즈음 국내 언론사에서 반짝 유행했던 형식이었지만 미디어적 전달 방식은 더욱 고도화되었고 무엇보다 일반 기사라면 독자가 읽지 않았을 법한 기사를 읽는다는 것에서 적지만 꾸준히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기존의 인터넷 기사가 지면기사를 그저 웹에 옮긴 것이라면 인터랙티브 기사야말로 웹의 가능성을 활용하는 웹에 최적화된 기사의 형태가 아닐까 한다.


 최근에 접했던 인터랙티브 기사들의 사례들을 하나씩 들여다보고자 한다. 시각적 요소, 동적인 인터랙션 요소가 디자인의 관점에서 어떤 장점이 있는지 들여다 보고자 한다.



다음은 인터랙티브 뉴스의 특성 정리표이다. 참고차 보길 바란다.

국내에서 연구된 논문을 기준으로 정리된 인터랙티브 뉴스의 특성이다. 출처 : 미디어 생태학 관점에서 바라본 인터랙티브 뉴스의 특성 연구, 김민선




사례 1 : 동아일보 디 오리지널 (히어로 콘텐츠)


"생생한 목소리"

사운드트랙: 품을 잃은 아이들 

아이들의 목소리가 담긴 앨범의 인터페이스 일반적인 음악 서비스의 인터페이스가 보이며 마치 가사와 같이 텍스트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출처:동아일보

내용

부모의 부재 방임 혹은 학대로부터 고통받은 아이들에 대한 기사이다. 당사자들의 실제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인터랙션 요소

독자들은 CD플레이어의 물리적 UI를 본뜬 버튼을 사용해 음성을 멈추거나 다음 음성을 들을 수 있다. 

CD그래픽도 돌아간다. 일러스트도 서정적이라 톤앤매너도 일관성있다


컨셉

여러 아이들의 목소리를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 세부 테마 앨범으로 전달한다. 각 앨범을 플레이하는 인터페이스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CD플레이어의 모습을 하고 있다. 

기사의 기본적인 IA(information architecture)은 병렬 형식이다. 4개의 앨범을 넘어가며 청취할 수 있다.


몰입을 위한 후킹(Hooking) 요소

음성을 통한 전달방식을 채택했다는 점 그 자체가 후킹 요소이다. 음성이 나올 것을 대비해 이어폰등 준비를 하라는 메시지 전달과 함께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기사의 첫 화면이다. 음성이 나올 것을 대비할 수 있다.


핵심(차별적) 요소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는 점이 이 기사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나쁜 부모'에 의해 버림받은 아이들을 쉽게 접하기 힘들 것이다. 분명 우리 주변에 있지만 드러내지도 못하고 마을을 터놓고 이야기를 들을 기회도 없는 그들의 이야기를 마치 친구에게 이야기를 듣는 듯 들을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의 기사가 만약 큰따옴표를 쓴 줄글로 쓰였다면 나는 한 문장정도 읽어보고 '아 이런 문제도 있구나'하고 뒤로 가기를 눌렀을 것이다. 하지만 여과되거나 가공되지 않은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다 보면 다음 트랙도 듣고 싶고 그들의 이야기에 정말 깊이 공감되며 기사가 다루고자 하는 문제의식에 동감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개인적인 이야기이기에 가장 덜 가공된 형태가 가장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에는 그에 맞는, 최소한의 인터랙션 형식(CD플레이라는)만 갖추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https://original.donga.com/2023/poom2




사례 2 : 동아일보 디 오리지널 (히어로 콘텐츠)


"적극적 상호작용"

표류 : 생사의 경계를 떠돌다 | 1화 그들이 구급차를 탔던 날

시작하기로 인터랙티브 기사로 다시 진입한다. 동아일보 히어로 콘텐츠는 이러한 추가적 뎁스를 주로 사용하는 것 같다.(당황하여 이탈하는 방문자 때문일 것으로 추정한다)

내용

응급환자가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하는 현상을 조명한다. 총 5화로 구성되어 있다.


인터랙션 요소

다른 기사들과 가장 큰 차별점은 인터랙션 자체가 하나의 컨셉을 이룬다는 것이다. 또한 인터랙티브 뉴스를 표방하는 다양한 기사들은 웹 스크롤을 하면 그래픽이 동적으로 보이는 형식을 채택하고 있다. 물론 이런 동적인 방식 또한 인터랙티브이지만 적극적인 형태라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기사는 매우 적극적인 인터랙션을 요구한다. 총 세 가지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 드래그 앤 드롭, 클릭을 활용하며 그래픽 적으로는 지도, 전화 통화 그리고 시계 인터페이스를 채택한다. 


이 인터랙티브 기사의 가장 괄목할 만 성취는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기사는 응급 상황의 환자가 제때 적절한 대처를 받지 못하고 여기저기 “표류”하게 되는 의료 현실을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인 수치를 활용한다. 인터랙션을 통해 독자는 "이 정도면 충분히 먼 거리지...(아래 이미지)"하지만 실제 환자는 더 절망적 처지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되고 사건의 심각성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된다. 독자를 향한 질문을 통해 참여적인 방식으로 이야기 속으로 끌어간다.

1번째 이야기[제 다리를. 살려주세요]. 얼마나 멀리 떨어졌는지 마우스 드래그를 활용해 표시할 수 있다


몰입을 위한 후킹(Hooking) 요소

마치 영화관과 같이 몰입을 도와주는 어두운 배경을 활용하며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는 태그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한다. 다소 자극적인 태그이지만 내용의 핵심을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첫 두 페이지를 넘어가면 바로 독자에게 적극적인 인터랙션을 요구하는 화면이 등장하는데 문답식의 인터랙션 또한 후킹을 위한 강력한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핵심(차별적) 요소 

질문과 답변을 통한 반전 경험을 매우 적극적인 인터랙션 방식으로 소통한 것이 이 기사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기사를 기획한 기자님의 기사 기획에 관한 글을 읽어보니 미국 흑인 인권문제를 다룬 미국언론인 NPR의 기사를 참고했다고 한다. 궁금하면 들어가 보자. 위 기사와 다르게 텍스트 기사 초입부에 인터랙티브 요소가 있다.


https://original.donga.com/2023/sos1




사례 3 : 경향신문


"적절한 컨셉을 적용한 동적인 인포그래픽"

지방소녀들은 어디로, 우리가 고향을 떠난 이유

경향신문의 인터랙티브 기사는 동아일보의 그것보다 좀 더 기사의 형식이다. 화면 전체를 활용하여 몰입 환경을 조성하지 않는다.

내용

비수도권에서 태어나 일자리를 위해 고향을 떠나거나 다시 고향에 돌아간 여성들을 추적해 인터뷰한 것이 이 인터랙티브 기사의 큰 골자이다. 평범한 그들의 이야기를 큰 가공업이 전달한다는 게 눈에 띄었다.


인터랙션 요소

이 가사의 인터랙션 요소는 인터랙티브 한 인포그래픽에 가깝다. 졸업 앨범 컨셉의 이미지에 각 사람 위에 커서를 올리면 그들이 태어난 곳, 진학한 곳 그리고 현재 거주지를 보여주고 클릭하면 그들의 시야기를 인터뷰 스크립트 형식으로 보여준다. 수평적인 IA구조를 가지고 있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보기 위해서는 되돌아가기로 나와야 한다. 


몰입을 위한 후킹(Hooking) 요소

기사에 별다른 후킹 요소는 없다 다만 스크롤을 하기 전 내용을 암시하는 문장과 인포그래피 이미지 일부를 보여준다는 것이 특기할 점이다.



핵심(차별적) 요소 

일반적인 사람들의 보편적 경험/물건인 졸업앨범의 시각적 모티프로 활용해 "그때 그 친구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라는 친숙한 물음으로 기사를 전개한다는 게 자연스러웠다. 또한 하나하나 전달한다면 자못 스크롤이 길어지고 누구의 이야기도 안 읽을 수 있지만 커서를 올리면 경로가 보이고 클릭을 하면 이야기가 보이는 인터랙션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흥미롭게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유도했다는 점도 이 기사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것 같다. 



https://www.khan.co.kr/kh_storytelling/2021/graduate_country/




글을 닫으며

이런저런 인터랙티브 기사들을 보며 언론 산업에 관심이 생겼다. 인터랙티브 기사들의 성격상 오랜 기간 취재를 통해 제작된다고 한다. 내가 인터랙티브 기사에 흥미가 생기는 건 그래서일까? 유튜브에서 전 카카오대표이자 매거진 B 창간인으로 유명한 조수용 씨의 인터뷰를 본적이 있다. 그는 호흡이 긴 브랜드 잡지인 매거진 B를 창간한 이유가 기사는 하루, 주간지는 일주일, 월간지는 한 달간 글을 다듬고 디벨롭해 더 깊어진다고 생각해서 그런 깊이 있는 잡지를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인터랙티브 기사 또한 긴 호흡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면 빠르게 내보내는 것의 가치가 낮은, 화제성이 적고 더 본질적인 문제(더 원인에 더 가까운)를 다룰 수밖에 없다. 나는 언론의 폭력적인 부분보다 이런것에 끌리는 것 아닐까?




참고


https://rd.nytimes.com/projects/adapting-spatial-audio-for-browser-based-3d-storytelling/

https://rd.nytimes.com/about/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6507265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4001

https://www.nytimes.com/projects/2012/snow-fall/index.html#/?part=tunnel-cr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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