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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끌어들이는 일자리 (2)

유사성, 상보성, 이종 시너지

by 도시관측소

Written by 김세훈


왜 일자리는 다른 일자리를 끌어들일까요? 일자리 연쇄창출이 나타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동기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유사성’입니다. 비슷한 업종이 한자리에 몰리면서, 시장과 기업환경 자체가 그 업종에 더욱 매력적인 공간이 되는 현상입니다. 이를테면 압구정에 성형외과가 밀집하면서 서로 경쟁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시술 분야가 생겨나고, 소비자는 여러 선택지를 확보하게 됩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업체들은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개발하게 되고, 이로 인해 환자가 더욱 몰리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됩니다.


둘째는 ‘상보성’입니다. 겉보기에는 서로 다른 업종이라도, 가치사슬 일부를 공유하거나 협업이 가능한 사람들이 모여 집단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척추 교정 전문의는 환자를 치료할 때 간호사, 운동처방사, 물리치료사, 교통사고 보험사 직원 등 다양한 직군이 필요합니다. 성수동의 카페, 패션기업, 엔터 기획사도 비슷한 예입니다. 터줏대감 대림창고가 무신사의 세 번째 편집숍으로 바뀌고, 기획사 SM의 비주얼 디렉터가 한섬 편집숍 EQL의 광고 모델로 발탁됩니다. 성수동에 있는 음악 연습실, 음반 가게, 의상실, 패션샵, 서비스 레지던스, 굿즈 판매소, 팝업 공간은 이런 상보성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셋째는 ‘이종 시너지’ 효과입니다. 한눈에 봐서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업종이지만, 같은 지역에 모여 있다가 수요와 공급이 맞물리는 순간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현상입니다. 서울 강남이나 여의도에는 IT 기업들과 벤처 캐피털이 밀집해 있습니다. 이들 회사의 직원은 이동이 잦아 택시 이용이 많고, 이동 수요를 따라 자연스럽게 택시 기사들도 이 지역으로 모여듭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택시의 유지관리에 필요한 가스와 전기차 충전소, 차량 정비소, 기사 식당이나 휴게소도 늘어나게 됩니다. 비록 IT 기업과 직접적인 가치사슬을 공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건설회사 임원이나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들도 이 지역의 편리한 택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죠. 결국 투자자, IT 창업자, 아르바이트, 택시 운전사, 충전소 운영자 등 직종들이 모여 더욱 활기찬 금융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이런 유사성, 상보성, 시너지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면, 한 지역에 형성된 일자리가 추가적인 일자리를 계속해서 끌어들입니다. 그 결과 일자리 집적도가 높은 지역의 경제적 위상은 다른 곳보다 더욱 높아지죠. 두 개의 눈덩이를 굴리면 크기가 큰 눈덩이가 더 빨리, 더크게 불어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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