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교에 가기 싫었던 이유

자퇴 이후 대학에 가기까지 그 첫 번째 이야기

by 문필

나는 자퇴생입니다




나는 모범생이었다. 한 학년에 50명 채 되지 않는 시골 중학교를 다녔지만 매 시험마다 못해도 3,4등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는 학생이었다. 교내는 물론 관내 모든 경시대회 출전은 항상 내 차지였고 단지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선생님들한테 사랑받는 학생이었다. 내가 중학교 졸업 후 어느 고등학교를 가느냐는 학교 내의 관심거리였다. 3학년 2학기가 시작되자 담임 선생님과 부모님이 특목고를 지원하자고 했다. 특목고에 가면 유명한 대학 합격은 따놓은 당상이고 일반 고등학교보다 이득을 보는 게 더 많을 거라고 했다. 공부하는 것도 더 쉽다고 했다. 거기에 들어가기만 해도 유명한 대학은 쉽게 갈 수 있다니. 지금 와서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말이지만 그때 16살의 학생을 유혹하기엔 충분한 말이었다. 특목고에 가겠다고 결정한 이후 일사천리 하게 내 중학교 마지막 학기는 수업 대신 면접과 자기소개서 준비로 채워졌다. 이후 학기의 마지막이 다가왔고 난 우리 지역의 특목고에 합격했다.


고등학교 첫인상


중학교 졸업을 마치고 새로운 교복을 입고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처음 갔던 학교의 이미지는 정말 충격이었다. 학교는 전원 기숙사제였는데 언제 지은 건지 모르겠는 낡은 기숙사 건물과 햇빛은 들어오는지 모르겠는 좁고 어두컴컴한 방, 몇 년 됐는지 모르겠는 퀴퀴한 냄새가 나는 2층 침대. 게다가 외출은 한 달에 한두 번만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한 방에 4명씩 3년을 지내야 된다고 한다니 너무 끔찍했다. 더욱 싫었던 건 개인 시간이 없었다는 거. 매일 아침마다 정해진 시간에 기상송을 듣고 일어나 밖으러 나와 아침 운동을 해야 했다. 이건 뭐 군대도 아니고...


"이렇게 단체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새 적응이 될 겁니다. 특히 남자들은 모두 군대를 가야 하지요? 여기서 미리 적응하면 군대생활도 쉽게 할 수 있을 겁니다". 기숙사 사감 선생님인지 체육선생님인지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 누군가가 말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난 이제 막 17살인데 무슨 군대생활? 벌써부터 군대생활을 공부하다니 역시 대한민국 예습 교육은 알아준다니까." 10대는 10대에 맞게 좀 더 자유롭게 생활환경을 지켜줘야 되는데. 안타까웠다.


오로지 대학을 위한 곳



OECD 국가 학생들의 평균 공부 시간은 얼마나 될까? OECD 국가 학생들의 일주일 공부 시간은 평균 33.92시간이라고 한다. 그럼 우리나라의 평균 공부 시간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학생들은 일주일에 평균 49.43이라고 한다. 즉 우리나라 학생들은 전 세계인보다 일주일보다 약 16시간 정도 더 공부하는데 시간을 할애한다. 우리 학교가 딱 이 자료 신뢰도의 증거가 되는 학교였다. 기상 시간은 약 7시 전후, 이후 아침식사와 구보를 한 후 학교 교실에 들어오면 8시 반이다. 이후 오후 5시까지 정규수업을 한다. 정규 수업이 끝나면 학교에 남아 또 9시까지 보충 수업을 받는다. 여기까지만 해도 벌써 엉덩이가 아파오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후 기숙사 바로 옆에 설치된 자습실에서 11~12시까지 마지막 자습을 한다. 이 모든 건 다 무엇을 위해서 일까? 바로 수능과 대학교 입학을 위해서다.


난 학교를 3일 정도 다니고 자퇴했기 때문에 제대로 느끼지는 못했지만 자습실은 굉장히 넓은 방에 지어졌다. 번호가 매겨진 학생 개개인의 책상이 있고 맨뒤에 선생님 한 분이 공부를 하는지 확인한다. 자습 도중 조는 학생이 있거나 딴짓을 하면 뒤에 있는 선생님이 학생 책상 번호를 부르면서 호출했던 기억이 있다. 아침부터 앉아서 공부하면 피곤한 게 당연한 건데. 아마 학생들 뿐만 아니라 상주하고 있는 선생님들에게 자습실은 고역이었을 것이다. 자습실엔 선생님 한두 분이 늦은 시간까지 돌아가면서 상주하고 자습 도중 학생들의 질문을 받아준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노력을 갈아 만든 자습실. 이런 자습실 운영 방식은 학교 대학 합격률의 비결이었다.


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돼서 몸살이 났다. 보건실에 누워있는데 보건 선생님께서 말했다. 이렇게 하면 대학 못 간다고. 몸 관리도 다 대학 합격의 비결이라고. 그놈의 대학 대학. 맞는 말 이긴 하다. 대학이란 게 인생의 중요한 모멘텀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17살의 내가 느끼기엔 진절머리가 났다. 여긴 학교가 아니라 대학입시반인가 생각했다. 대체 대학이 뭐길래... 아파서 누워있을 때 다른 친구가 내 점심 식판을 가져다줬다. 보건 선생님 옆에 있던 한 분이 그 친구가 자기 공부할 시간을 나한테 쓴 거니까 고마워하고 서로 친하게 지내라고 장난스레 이야기했다. 장난스레 말했지만 그 말 안에서 내가 느낀 단어 하나하나는 장난이 아니었다. 무심코 뱉은 그 말이 "아 내가 지금 이 친구 공부 시간을 뺏은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했다. 여긴 정말 대학밖에 모르는 곳이구나. 여기서 느꼈다.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나는 자퇴생이 되기로 결심했다



학생이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건 뭘까? 오직 대학을 위한 국영수탐만 배우면 되는 걸까? 아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 인간관계, 기본예절 및 상식 등 공부 이외에 배워야 하는 것이 많다. "학교는 작은 사회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17살의 내가 느끼기엔 우리 학교에서 국영수탐 이외에 배울 수 있는 건 없었다. 여기에 있다간 내 몸은커녕 마음도 지키지 못할 거 같았다. 하루 풀타임을 학교에서 공부만 시키는 곳. 여기서 17살, 18살, 19살을 지내라니. 이런 곳에서 내 마지막 10대를 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학교를 자퇴하기로. 내 마지막 10대의 3년은 헛되이 보내지 않기로 했다. 나는 내 10대의 마지막을 학교 밖에서, 더 넓은 세상에서 보내면서 남들과 같이 대학도 갈 거라고 결심했다. 꼭 이렇게 힘들게 공부해야만 대학을 가는 게 아닐 거라고. 나는 학생이 아닌 자퇴생으로서 편하게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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